도서분류법 ()

출판
개념
책의 효율적 이용을 돕기 위한 분류법.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정의
책의 효율적 이용을 돕기 위한 분류법.
역사

동양에 있어서 도서분류법은 칠분법으로 엮어진 ≪칠략 七略≫에서 비롯한다. 기원전 1세기 초기인 전한(前漢) 말기 성제(成帝)는 진시황의 분서갱유(焚書坑儒)로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책을 볼 수 없게 되었음을 개탄하고, 세상에 남아 있는 책을 구하여 비부(祕府)에 간직하게 한 다음, 광록대부(光祿大夫) 유향(劉向) 등으로 하여금 교정하여 분류목록을 편찬하게 하였다.

그 목록이 ≪칠략≫이며, 현재까지 알려진 동양최초의 분류목록이다. 그 분류내용은 당시의 목록이 전해지고 있지 않아 자세히 알 수 없으나, 그것에 근거하여 엮은 ≪한서 漢書≫ 예문지(藝文志)에 의하면, 집략(輯略)·육예략(六藝略)·제자략(諸子略)·시부략(詩賦略)·병서략(兵書略)·수술략(數術略)·방기략(方技略)의 칠분법으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가운데 집략은 학문전반에 걸친 원류(源流)와 학파의 발전을 설명한 총서(總敍)에 해당한다. ≪칠략≫ 이후 각 역조에서는 으레 궁중의 도서관에 책을 수집, 보존하고 장서목록을 엮었는데, 3세기 후기에 와서 사분법(四分法)이 쓰여지기 시작하여 육조시대에 성행하자 칠분법은 쇠퇴하였다.

그 뒤 473년 송나라 왕검(王儉)의 ≪칠지 七志≫를 비롯하여 5세기 말기 양나라 원효서(阮孝緖)의 ≪칠록 七錄≫과 수나라 허선심(許善心)의 ≪칠림 七林≫ 등이 나왔고, 또 청나라에 와서도 장학성(章學誠)이 ≪칠략≫을 모방하여 ≪화주예문지 和州藝文志≫를 만들어 복고적인 시도를 하였으나 마침내 중단되고 말았다.

우리 나라에 있어서도 칠분법이 적용된 사례는 보이지 않는다. 사분법은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3세기에 위나라의 정묵(鄭默)이 엮은 ≪중경부 中經簿≫와 진(晉)나라의 순욱(荀勗)이 엮은 ≪신부 新簿≫에서 ‘갑(甲)·을(乙)·병(丙)·정(丁)‘의 차례로 분류한 것이 그 효시이다.

그러나 이 사분법의 주제순은 ‘경(經)·자(子)·사(史)·집(集)‘이었고, 4세기 초기인 동진(東晉)의 원제(元帝) 때 이충(李充)이 엮은 장서목록에 이르러 비로소 ‘경·사·자·집‘의 순서로 되었다.

그 뒤 ≪수서 隋書≫ 경적지(經籍志)에 이르러서는 분류상의 순서표시인 ‘갑·을·병·정‘을 사용하지 않고 바로 ‘경·사·자·집‘의 명칭을 사용하였으므로, 여기에서 사부분류법의 토대가 처음으로 마련된 셈이다.

사부분류법은 여러 사지(史志)를 비롯한 사지보찬(史志補撰)·관장목록·사장목록(私藏目錄) 등에서 주용되어 20세기에 이르기까지 크게 발전하였다. 우리 나라에서는 언제 사부분류법이 장서정리에 적용되었는지 자세히 알 수 없다.

1123년(인종 1) 송나라의 사신으로 왔던 서긍(徐兢)의 ≪고려도경 高麗圖經≫에는 12세기 초기에 설치된 청연각(淸讌閣)에 경·사·자·집 사부의 책이 가득 차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것이 경·사·자·집의 사부로 분류된 장서를 뜻하는 것인지, 또는 경·사·자·집의 사부영역에 걸친 책들이 간직되어 있음을 뜻하는 것인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15세기 초기 집현전의 장서각 5영(楹)에는 벽에 연하여 서가를 만들어 책을 꽂았는데, 부문별로 분류하여 아첨(牙籤)으로 표시해놓으니 열람이 편리하였으며, 사부(四部)인 경·사·자·집으로 분류하여 따로 비치하니 손으로 뽑아봄이 마치 흑백을 가리듯이 쉽다고 하였다. 이때의 책이 사부분류법으로 정리되었음을 알 수 있다.

사부분류법으로 정리된 현전의 목록 중 앞선 것은 1781년(정조 5)에 엮은 ≪규장총목 奎章總目≫이며, 그 뒤 오늘에 이르기까지 고서의 정리에는 주로 이 사부분류법이 채택되었다. 독자적 전개분류법은 사분법 또는 칠분법의 범주를 벗어나 필요한 유문(類門)을 임의로 전개한 분류법이다.

동양에서는 남송 때 정초(鄭樵)의 12분법에서 비롯하여 보급되었으며, 우리 나라에서는 17세기 전기에 김휴(金烋)가 엮은 ≪해동문헌총록 海東文獻總錄≫에 적용되었다.

이 서목(書目)에서는 신라 때부터 조선 중기까지의 문헌을 19분법의 유문으로 나누고, 그 앞에 어제류(御製類)를 따로 설치하여 도합 20분법을 적용하였다.

그 유문배열이 경·사·자·집의 사부 내용의 순서와는 많이 다르므로 독자적으로 전개한 분류법임을 알 수 있다. 그 뒤 나온 쿠랑(Courant,M.)의 ≪조선서지 Bibliographie Coreenne≫(1894∼1896)에서는 19분법, 마에마(前間恭作)의 ≪선책명제 鮮冊名題≫(1927)에서는 10분법이 각각 적용되었다.

이와 같이, 독자적 전개법은 서목의 편찬에는 적용되었으나, 도서관의 장서목록을 편찬하는 데는 별로 적용되지 않았다. 십진법(十進法)은 20세기 초 서양학문이 수입된 이후 듀이(Dewey,M.) 십진분류법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각종의 십진식 분류법이며, 그 종류는 다양하다.

처음은 현대 학문 분야의 신서(新書)와 외서(外書)를 분류하기 위하여 채택된 것인데, 고서도 점차로 아울러 분류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오늘날 고서의 정리에 사용되고 있는 것은 사부분류법과 십진분류법뿐이다.

사부분류법

동양학의 전주제 분야 자료를 일차적으로 경·사·자·집의 차례로 사분한 기초구분을 ‘부(部)’라 하고, 각 부를 일정한 전개의 기준에 따라 2차적으로 구분한 것을 ‘유(類)’라 하며, 그 유 아래에서 필요에 따라 3차적으로 구분한 것을 ‘속(屬)’, 그리고 다시 세분한 것을 ‘세속(細屬)’이라 한다.

이러한 분류체계를 사부분류법 또는 경사자집이라 하며, 유·속의 구분전개와 유·속 아래의 나라별 세분은 장서의 성격과 규모에 따라 적절하게 신축될 수 있음이 그 특징이다. 사부분류법이 적용된 우리 나라의 목록 중 현존하는 초기의 것은 ≪규장총목≫이다.

1781년 서고(西庫)에 소장된 한국본과 열고관(閱古觀) 또는 개유와(皆有窩)에 소장된 중국본을 분류, 정리한 장서목록이며, 그 중 중국본목록이 전해지고 있다.

한국본목록은 처음으로 엮은 것이 없어졌으나, 다행히 1789년에 지은 정조어제류(正祖御製類)까지 담겨진 ≪서고장서록 西庫藏書錄≫과 1795년에 편찬, 간행한 문헌까지 수록된 ≪서서서목초본 西序書目草本≫이 전해지고 있다.

그 중 ≪서서서목초본≫은 사부분류법에 의한 약식목록이므로 그것을 통하여 정조조 후기의 분류체계를 미루어 알 수 있다.

규장각도서는 점차로 증가되어 고종연간에 다시 ≪규장각서목≫이 엮어지고, 1909년 규장각 이외 춘방(春坊)·집옥재(集玉齋)·북한산행궁(北漢山行宮) 등 궁내외의 장서 약 10만 책을 수집하여 ≪제실도서목록 帝室圖書目錄≫을 엮어냈다. 이와 같이, 목록이 증보됨에 따라 사부분류법의 내용도 점차로 전개, 확대되었다.

사부분류법은 1796년 서유구(徐有榘) 등이 경외(京外)의 책판(冊板)을 정리한 ≪누판고 鏤板考≫에도 적용되었고, 19세기에 들어서는 개인이 엮은 서지(書誌), 즉 한치윤(韓致奫)의 ≪해동역사 海東繹史≫ 예문지, 홍석주(洪奭周)의 ≪홍씨독서록 洪氏讀書錄≫에까지 적용되었다.

그리고 서구의 십진분류법이 도입되어 널리 보급되고 있는 오늘날에 있어서도 고서정리에는 거의 사부분류법이 적용되고 있다.

1980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는 장서각도서를 인수하고 아울러 자체의 소장본을 정리하기 위하여 ≪한적분류표≫를 만들었는데, 여러 장서목록에 적용된 사부분류법을 두루 참고하여 편찬한 최신의 분류법이라 할 수 있다.

그 분류법에 준거하여 각 부별로 분류체계와 중요한 유·속의 분류방법을 요설하면 다음과 같다.

경부분류법

경부는 유교의 경전을 비롯하여 그 주석서와 연구서의 분류를 위주로 하는 부문이다. 총경류(總經類)는 사서오경의 정문(正文) 및 주소(注疏)의 합간본을 비롯하여 여러 경의 총의류(總義類)를 분류하는 유문이며, ≪규장총목≫과 ≪누판고≫의 분류법에 따라 각 경전의 머리에 두었다.

다른 분류표에서는 거의 각 경전의 뒤에 두고 있으나, 머리에 두는 것이 논리적인 구분배열이 된다. 그것은 외연(外延)이 크고 내포(內包)가 적은 상위개념의 명사를 외연이 적고 내포가 큰 명사의 차례로 점진적으로 구분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예류의 통례(通禮)·총의(總義) 속에는 삼례(三禮) 이외 역대의 예제를 포괄한 통례와 삼례총의가 함께 분류된다. 그리고 잡례(雜禮) 속에는 가례(家禮)·향례(鄕禮) 등의 사가의주(私家儀注)가 분류된다.

분류법에 따라서는 사부 정서류 전례(典禮)의 속에 분류하도록 되어 있으나, 여기서는 ≪누판고≫의 분류법에 따라 경부 예류 아래에 두었다.

≪악경 樂經≫이 일찍이 육경(六經)에 편입되었음은 ≪한서≫ 예문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데, 그 뒤 오경(五經)·십이경(十二經)·십삼경(十三經)에서는 모두 빠져 있다. 그것은 악편(樂篇)이 산일된 데서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악류(樂類)를 없앤 분류법도 많이 있으나, 여기서는 ≪규장총목≫의 분류법에 따라 그 유문을 마련하여 ≪악경≫에 관한 후대인의 저술과 악위(樂緯) 등을 분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춘추류의 총집·통의의 속에는 춘추삼전(春秋三傳)의 총집과 총의, 그리고 춘추사전이 분류된다. 소학류는 경부에 분류하도록 되어 있다.

그것은 소학이 본시 육예(六藝)의 하나인 육서(六書)를 가르치고자 사주(史籒)·창힐(蒼頡)·급취(急就)와 훈찬류(訓纂類)를 육예략(六藝略)에 분류한 데서 비롯하였고, ≪이아 爾雅≫가 십삼경에 편입됨에 따라 더욱 그 위치가 굳혀졌다.

그리하여 훈고서(訓詁書)·자서(字書)·운서(韻書)가 여기에 분류되고, 그 뒤 아동용 한문교습서가 포함되었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 편찬, 간행된 자료를 분류하는 경우 옥편·자전 등의 자서와 운서, 그리고 한문교습을 위한 ≪천자문≫·≪유합 類合≫·≪훈몽자회 訓蒙字會≫·≪동몽선습 童蒙先習≫ 등의 훈몽서와 습자첩 등이 주로 해당된다.

주자학에의 입문을 위하여 엮은 소의용교재(小儀用敎材)인 ≪소학≫을 여기에 분류하기도 하나, 일반적으로는 주자학(朱子學)의 입문서인 점에서 자부 유가류에 분류하고 있다.

사부분류법

사부는 일반사서를 비롯한 고실(故實)·전기·금석·지리·조령·주의·육직(六職)의 관제와 정서 등을 통섭하는 부문이다. 총사류에는 사부의 총집, 즉 삼체사서(三體史書)의 합간집과 사부의 총간집 등이 분류된다.

정사류·편년류·기사본말류는 역사편찬에 있어서 기본으로 삼았던 삼체의 사서이며, 체제에 의하여 분류한다. 정사류는 기전체의 체제로 엮어진 사서이다. 그러나 개인이 엮은 것은 정사가 될 수 없고, 그 체제를 존중하여 흔히 별사류에 분류하고 있다.

또, 별사류에는 원칙적으로 정사와 관련이 있는 것, 이를테면 정사의 기초(起草)에 이용된 것, 그 증명에 도움이 되는 것, 문자 이동(異同)의 검교(檢校)에 이용될 수 있는 것, 관찬 및 원본 정사를 다시 정제한 것 등이 분류된다.

기사본말류에는 묘당(廟堂)과 군국(軍國)에 관한 일사(一事)의 시말을 갖춘 것으로서, 전 역조 또는 한 역조에 걸쳐 엮은 것만 분류되고, 한때의 견문을 기술한 것이나 개인이 유문구사(遺文舊事)를 기록한 것 따위는 비록 체례를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기사본말류에 넣지 않고 잡사류에 분류한다.

잡사류에는 정사·편년·기사본말 및 별사의 각류에 해당하지 않는 정사(政事)와 군국(軍國)에 관한 기사로서, 고실의 고증과 독사자(讀史者)의 참고에 도움이 되는 것을 분류한다. 조령·주의류는 정사의 참고자료이며, 그 중에서도 기(紀)·전(傳)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료들이다.

조령은 ≪상서 尙書≫의 서고(誓誥)에서 기원된 것으로 ≪신당서 新唐書≫의 사부에서 처음으로 마련된 것인데, 그 뒤 ≪천경당서목 千頃堂書目≫에서는 제고(制誥)의 유문으로 집부에 분류하였다.

그러나 조령은 천자 또는 임금의 칙명(勅命)·제고·성훈(聖訓)·유지(諭旨)·유서(諭書)·윤음(綸音)·교서(敎書) 등을 포괄하는 것으로서 국정의 추기(樞機)가 되는 점에 일차적인 의의가 있고, 주의는 신하가 천자 또는 임금에게 주로 국정문제를 의논한 주소(奏疏)·소차(疏箚)·상소(上疏)·탄장(彈章)·장계(狀啓) 등에 해당한다.

조령과 주의를 문장의 기법에 의하여 집부에 넣는 경우도 있으나, 사부에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 직관류와 정서류는 ≪규장총목≫의 장고류(掌故類)에 해당하는 유문이다. 직관류에는 역대 관제를 비롯한 일조일사(一曹一司)의 고사(故事)와 관리의 경계훈고(儆戒訓誥)인 관잠서(官箴書)가 분류된다.

정서류에는 육직(六職)을 중심으로 한 여러 정사와 조장(朝章) 관계자료, 즉 문물제도일반과 역대제도 등의 통제(通制)를 비롯하여 전례, 탁지·식화, 군정·사복, 법령·사송, 외교·통상, 교통·통신, 선거·교육, 공영 및 관서의 각종 문안(文案) 등이 분류된다.

자부분류법

자부에는 제자백가들의 저술을 비롯하여 경·사·집에 해당되지 않는 각종 주제의 자료들이 분류된다. 이런 점에서 자부는 사부(四部)의 총수(總藪)라 일컬을 수 있는 부문이다. 총자류는 자부의 총·선집(總選集)과 같은 자휘(子彙)가 분류되는 유문이다.

유가류에는 유가의 경학파·주자학파·양명학파·실학파 등의 저술이 분류되며, 유교경전의 정문과 그 주석이 실린 자료와는 엄격하게 구분하였다. 병가류에는 용병(用兵)의 방법, 전략과 전술, 병기의 제작·조작 및 훈련 등에 관한 자료가 분류된다.

농가류의 시령(時令)은 계절과 관련된 일용의 여염풍속을 다룬 자료로서 본시 사부에 분류하여왔다. 그러나 그 내용이 농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세시풍속인 점에서 농가와 접근시켜 놓은 것이다.

술수류는 ≪누판고≫에서 구분한 감여(堪輿)·점서(占筮)·명서(命書)·음양오행의 속보다 더 세분하였으며, 예술류는 ≪규장총목≫의 예완류에 해당하는 유문이다.

보록류는 ≪제실도서목록≫에서 볼 수 있는 유문이며, 한 사물에 대하여 계통적으로 엮은 저작들이다. 이를테면, 연보(硯譜)·문방도보(文房圖譜)·주보(酒譜)·다보(茶譜)·국보(菊譜)·조보(鳥譜)·해보(蟹譜) 등의 자료가 여기에 분류된다.

그러나 여러 가지 사물을 잡다하게 수록한 중품(衆品)은 잡가류에 잡품의 속을 마련하여 분류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씨보·성보·족보 따위는 사부 계보류에 분류되어야 한다. 정음류와 역학류는 우리 나라의 독특한 분류항목이다.

정음류에는 훈민정음의 정본과 도해본 등이 분류되며, 역학류에는 중국어·청어·몽고어·일본어 등을 학습하기 위하여 우리말로 대역한 어학자료들이 분류된다.

잡가류는 잡학·잡고·잡설·잡품·잡찬·잡편 등의 여러 속으로 세분된다. 그 중 잡학에는 저작의 수량이 적어 독립된 유문으로 설정되지 못한 제자(諸子)의 저술이 분류된다.

잡고·잡설에는 주제가 경·사·자·집을 잡다하게 포괄하면서도 변증(辨證)을 위주로 한 자료라든가, 자기 견해의 개진과 아울러 견문한 바를 수의녹재(隨意錄載)한 자료가 분류된다. 이를 수록류(隨錄類)라고도 한다.

잡찬에는 어느 유문에도 넣을 수 없을 만큼 잡다한 설을 여러 곳에서 뽑아 엮은 편찬서의 성격을 지닌 것이 분류되고, 잡편에는 여러 사람의 저작을 그대로 옮겨 수록한 전집·선집·총서 따위가 분류된다.

유서류에는 사부의 전반에 걸친 지식을 망라하여 체계있게 엮은 백과전서격의 자료들이 분류되며, ≪규장총목≫에서는 이를 유사류(類事類) 또는 유취류(類聚類)라 하였다. 서학류에는 본시 서양에서 기원, 발달하여 동양으로 전래된 여러 주제 분야의 자료가 분류되며, 필요한 경우 중요한 주제별로 속을 마련할 수 있다.

집부분류법

집부에는 한시문(漢詩文)의 총집과 별집을 비롯하여 시문을 특정형식별로 모은 것들이 분류된다. 그 중 총집류는 2인 이상의 시문 총집 또는 선집을 말하며, ≪규장총목≫과 ≪누판고≫에서 이 유문을 별집류의 앞에 둔 것을 그대로 따랐다.

그 속의 전개는 한국·외국인 찬술, 한국인 찬술, 중국인 찬술, 일본인 찬술, 기타인 찬술, 과시문(科詩文), 제영(題詠) 등으로 구분되어 있으나, 왕실관계의 자료가 많은 도서관 또는 연구실에서는 어제(御製)·일반찬술·과시문 등으로 구분하는 것이 좋을듯하다.

별집류는 개인의 문집을 위의 총집류에 준거하여 분류하며, 소설류는 국문과 한문으로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규장총목≫과 ≪누판고≫ 등에 나타난 전통적인 분류방법을 보면, 소설류를 임금이 정사에 참고하기 위하여 여항풍속을 알고자 패관(稗官:임금이 민간의 풍속이나 政事를 알기 위해 세상의 풍설과 소문을 모아 기록시키던 벼슬아치)으로 하여금 민간에서 일어난 일과 화제를 적게 한 십가서(十家書)의 하나로 보고 설가류(說家類)라 하여 자부에 넣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점차로 항간의 일화와 정담, 그리고 괴이하고 신기한 내용을 적은 필기(筆記)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동양의 고대소설이 여기에서 비롯되고, 고대국문소설도 여기서 번역된 것이 대부분이다. 고대소설은 국한문을 다같이 집부 아래에 분류하는 것이 이용상 편리하다.

십진분류법

책의 분류법에 있어서 학문의 전 분야를 일차적으로 0부터 9까지의 10개 범주로 크게 나눈 기초구분을 주류(主類, main classes), 그 주류를 이차적으로 둘째자리에서 100구분한 것을 강(綱, divisions), 그 강을 삼차적으로 셋째자리에서 1000구분한 것을 목(目, sections)이라 한다.

그리고 목 이하에서 필요에 따라 십진식으로 또 다시 전개해나간 것을 세목(細目, subsections)이라 하는데, 이와 같은 분류체계로 조직된 것을 십진분류법(decimal clasification)이라 한다. 이와 같이, 분류법에 있어서 유·강·목, 그리고 세목의 차례로 체계있게 전개된 주제의 명사를 기호화한 것을 분류기호라 한다.

그 기호가 숫자와 문자 가운데 어느 하나만으로 이루어진 것을 순수기호(純粹記號, pure notation)라 하고, 숫자와 문자 및 부호 중 2종 이상으로 구성된 것을 혼합기호(混合記號, mixed notation)라고 하는데, 우리 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십진법은 거의 아라비아숫자로 이루어진 순수기호를 채택하고 있다.

십진법에 있어서 기호법은 유의 전개순서를 비롯하여 종속(從屬) 및 동위(同位)의 관계 등이 명백하게 표시되어야 하고, 간결성·단순성·신축성 및 조기성(助記性)의 조건이 또한 잘 구비되어야 한다.

특히, 조기성 기호는 각 주제의 전부 또는 일부에 일정한 의미의 기호를 부여하여 기억과 반복사용을 쉽게 하며, 그 기능이 전주제 또는 분류구분·일반형식구분·지리구분·국어구분·언어공통구분·문학형식구분·종교공통구분·특수주제구분에 걸쳐 이루어지는 것이 십진분류법에 있어서의 일대장점이다.

그리하여 20세기로 접어들어 양적인 면에서 압도적으로 많아진 현대학문자료의 효과적인 정리를 위하여 이 십진분류법의 채택이 불가피하였으며, 그 결과 고서도 차츰 신서와 함께 십진법으로 정리되기 시작하였다.

고서를 분류하기 위하여 만든 고서전용 십진법으로 대표적인 것은 국립중앙도서관이 1956년에 발행한 ≪고서부분류목록≫에 적용된 분류법이다.

이 분류법은 일제강점기에 당시의 신서용분류표를 참고하여 유·강의 내용과 차례를 고전자료의 정리에 적합하도록 고쳐 강의 제2표까지 마련한 고서전용의 약식 십진법이다.

이 분류목록은 1945년도까지 수집한 고서를 수록하고 있는데, 그 뒤 목록기술을 보정하여 1970∼1971년 ≪고서목록≫ 권1·2로 다시 간행하였다. 신서와 고서를 아울러 분류하기 위하여 만든 신·고서병용십진법은 광복 이후 몇 종이 편간되었다.

1946년 국립중앙도서관 부관장인 박봉석(朴奉石)이 엮은 ≪조선십진분류법 朝鮮十進分類法≫을 비롯하여 1954년 고재창(高在昶)이 엮은 ≪한은도서분류법 韓銀圖書分類法≫, 그리고 1964년 한국도서관협회가 처음으로 엮고 1981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증보하여 현재 국내에 두루 보급되고 있는 ≪한국십진분류법≫ 등이 있다.

그 중 ≪조선십진분류법≫과 ≪한국십진분류법≫은 여러 도서관에서 신서는 물론, 고서정리에 가장 많이 사용되어왔다. 서양의 도서분류를 위하여 만든 듀이십진분류법을 도입, 한국 및 동양에 관한 항목을 부분적으로 전개하는 신·고·외서병용십진법은 1960년대부터 사용되었다.

이 분류법으로 신서를 분류하는 도서관은 비교적 그 수가 많으며, 고서까지 통일적으로 분류하는 도서관도 있다. 이것은 학술도서관이 온 세계에서 생산되는 자료를 수집하여 문자에 구애됨이 없이 동일한 주제와 관련된 주제를 한 곳에 모아 이용자에게 최대한의 문헌봉사를 하고자 할 때 가장 이상적인 분류방법이 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책의 배가(配架)에 있어서나 목록의 편성에 있어서나 그렇지 못하고, 또 동양학과 서양학의 성격이 맞지 않는 것을 무리하게 접근시켜 놓아 불합리하며, 동양학의 체계가 흩어지는 것이 그 흠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분류법의 장단점

사부분류법

사부분류법의 장점은 ① 분류체계가 간단하여 한국과 동양의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어 원활한 이용이 가능하다.

② 면면히 계승되고 있는 전통적인 한국 및 동양의 학문을 지리분열시키지 않고 전형적인 체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③ 고서를 주로 소장하고 있는 보존위주의 개인문고와 한국학 및 동양학 위주의 전문도서관에 가장 적합하다.

④ 한국 및 동양 학문에 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능히 분류업무를 담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문제점으로서는 ① 유교중심으로 엮어진 분류표임을 들 수 있다. 숭유정신과 대의명분에 입각한 분류법이라는 것이 여러 곳에서 지적되고 있다. 소학류가 경부에 편입된 것, 사부에서 정통이 아닌 나라의 역사라고 하여 위사(僞史)·패사(覇史) 등의 용어를 써서 사대의 명분론을 스스로 강요한 것, 자부의 유문전개가 학술적인 체계보다도 유가의 치세(治世) 중심으로 순서를 정해놓은 것 등이 그 예이다.

② 중국중심으로 엮어졌음을 들고 있다. 우리 나라를 비롯한 동양제국과 서양에서 기원된 학문 분야의 자료를 분류할 수 있는 유문이 본시 고려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우리 나라에서 필요한 유문은 개수, 보완이 불가피하다.

③ 신서의 겸용분류의 어려움을 들고 있다. 한국 및 동양학문관계의 신서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서구에서 도입된 현대학문관계의 신서를 아울러 분류하기에는 그것을 개수한다 하더라도 자연스럽지 못하고 불합리하다. 따라서, 신서는 별도의 분류체계로 정리하여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소장본이 주로 전형적인 동장(東裝)의 고전이고, 이용에 못지않게 보존을 중시하며, 또 한정된 한국 및 동양학자들이 이용하는 개인문고와 전문도서관에 있어서는 이 사부분류법이 능률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십진분류법

고서전용십진법은 사부분류법보다도 이용의 면에서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신·고서병용십진법을 채택하는 장점은 한국 및 동양관계자료의 간행시기, 사용된 문자, 장정에 상관없이 신·고서를 하나의 분류체계로 정리하여 배가함으로써, 동일한 서명과 주제의 책을 한 곳에서 손쉽게 검색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고서의 소장량이 많아 따로 목록을 편성하고 책을 별가(別架)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분류항목의 명칭이 같으므로 검색에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단점으로서는 이 분류법이 주로 현대학문의 체계에 따라 편찬되었기 때문에, 한국 및 동양학문의 체계가 흩어져 전공자의 이용이 매우 불편하고, 한국 및 동양의 전통적 학문의 시각에 의할 때 부적당한 항목이 많아서 자료의 검색이 까다로우며, 신·고서목록을 각각 따로 편성하는 경우 고서목록에는 유휴항목(遊休項目)이 많이 생기고, 검색의 수단인 청구기호가 길어서 책의 이용이 불편한 점이 있다.

신·고·외서병용십진법을 채택하는 장점으로서는 자연과학 및 사회과학도서관 그리고 대학도서관과 같이 현대학문자료를 주로 많이 소장하고 있는 경우,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듀이십진분류법에 의거, 정리한다면 모든 자료를 언어와 문자에 구애받지 않고 같은 주제를 한 곳에서 그리고 관련된 주제를 그 다음에서 손쉽게 찾아 이용할 수 있음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듀이십진분류법이 학문의 새로운 발전과 더불어 계속 개정, 증보되고 있어 자료분류의 최근성과 정확성을 기할 수 있음도 그 장점으로 들 수 있다.

그러나 그 분류법이 미국과 서구중심으로 엮어졌기 때문에, 한국과 동양학문 분야의 자료는 신·고서를 막론하고 학문체계가 절단, 분리되어 여기저기로 흩어지게 된다.

그리고 듀이십진분류법이 세계적 사용을 위하여 엮어진 것이기 때문에, 지나친 세분전개로 분류기호가 길어진 것도 이용자에게는 큰 불편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이, 기존의 도서분류법은 장단점을 함께 지니고 있어 이용자의 요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므로, 이들 도서자료를 체계있게 분류하여 효율적으로 조직하고 축적하는 방법, 즉 새로운 도서분류법의 연구·개발이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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