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허리의 뜨거운 땡볕 아래 덕순이는 누렇게 시든 병든 아내를 지게에 지고 대학병원을 찾아가는 길이다. 무료진찰권을 내고 행여 아내의 병이 진기한 병이어서, 그저 연구거리가 되어 월급을 타며 병을 고치리라는 일념으로 기대에 차 있다. 길가 버들 밑에 쉬면서 병원에 가면 째자고 할까봐 눈물짓는 아내를 타박하지만, 쌈지에 든 4전으로 노전에 벌여놓은 채미(참외)나 사서 먹일까 망설이기도 한다.
산부인과 문 밖에서 요량 없이 부어오른 아랫배를 걷어 안고 가쁜 숨에 괴로워하는 아내를 바라보며 두 시간이나 보낸 끝에 진찰실로 불려들어 갔으나, 연구거리로 월급을 받으리라는 기대가 무색하게 뱃속에서 사산한 아이를 수술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는 선고를 받는다.
아내는 아내대로 배는 쨀 수 없다며 기급하고, 아내를 들쳐 업고 돌아서는 지게는 오던 때보다 갑절이나 무겁다. 올 때 쉬던 나무그늘에서 땀을 들이면서 아내에게 채미 대신 얼음냉수며 왜떡을 얻어먹인다. 왜떡을 깨물던 아내는 사촌형님에게 꾸어온 쌀 두 되를 갚으라느니 빨래는 영근 어머니에게 부탁하라느니 차근차근 이르며 울먹거렸다. 필연 아내의 유언이라 깨달은 덕순은 아내를 도로 지고 일어서며, 얼른 갖다 눕히고 죽이라도 한 그릇 더 얻어다 먹이는 것이 남편의 도리일 것이라 생각한다.
삶의 비참함을 미처 깨닫기도 전에 현실을 체념하고 마는 덕순이나 덕순이의 아내와 같은 바보 인간상들에 대해 눈물 이전에 어두운 웃음을 삼키게 하는 작가의 반어적 어법은, 이 작품에서도 작가의 소설미학으로 충분히 구사되고 있다.
식민지치하의 농촌의 궁핍화 및 이농과 도시빈민의 궁핍화현상을 희화함으로써 역사의식을 구현하지 못했다는 비난은, 오히려 이러한 역설적 해학이 갖춰준 시점상의 거리가 우회되기 이전의 삶의 진실을 표명한다는 점에서 면제될 수도 있다. 특히, 이 작품은 병원을 찾아가는 길과 돌아오는 길의 대립과 간결한 구성을 통하여 범속한 일상인들에도 못 미치는 무지한 인간상을 토착화한 리얼리즘 기법으로 표현한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