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을’이라고 읽는다. 국어의 자음(子音) 가운데 유음(流音)을 표기하는 데 쓰인다. 이 유음은 음절말 위치에서는 혀끝을 윗잇몸에 대고, 혀 양옆으로 날숨을 내보내며 목청을 울리게 해서 내는 설측음(舌側音)으로, 모음과 모음 사이에서는 목청을 울리면서 혀끝으로 윗잇몸을 한번 두들기고 내는 탄설음(彈舌音)으로 발음된다.
훈민정음 창제 때에는 설음의 기본글자인 ‘ㄴ’자에 획을 더하여 반설음인 ‘ㄹ’자를 만들지 않고 ‘ㄹ’자를 독자적으로 만들었으며, 15세기 중세국어에서도 현대국어와 마찬가지로 설측음과 탄설음이 다 있었던 듯, 『훈민정음』(해례본) 합자해(合字解)에서는, 둘 다 표기하고자 할 때에는 반설중음(半舌重音) ‘ㄹ’자와 반설경음(半舌輕音) ‘○’자를 만들어 쓸 수가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ㄹ’음의 음가 설명은 『훈민정음』(해례본) 본문에서 “ㄹ은 반 혓소리니 려(閭)자의 처음 나는 소리와 같다(ㄹ半舌音如閭字初發聲).”라고 하였으며, 『훈민정음』(국역본)에서 “ㄹᄂᆞᆫ 半반혀쏘리니 閭령ㆆ字ᄍᆞᆼ처ᅀᅥᆷ 펴아나ᄂᆞᆫ 소리 ᄀᆞᄐᆞ니라.”라고 하여 ‘려(閭)’자의 한자음을 가지고 설명하였고, 『훈민정음』(해례본) 제자해에서 ‘ㄹ’음을 반설음의 불청불탁(不淸不濁)에 소속시켜 설측음, 또는 그와 가까운 음임을 보였다.
한글의 이름을 처음으로 보인 『훈몽자회』(1527) 범례의 ‘초성종성통용팔자(初聲終聲通用八字)’란에는 ‘ㄹ 梨乙’이라고 나오는데, 조선어학회의 「한글맞춤법통일안」에서 ‘리을’로 정하여 오늘날까지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 자모의 순서가 조음위치별로 되어 있는 『훈민정음』(해례본) 본문에서는 아음(牙音)의 ‘ㄱ’자로부터 스물두번째였으나, 위에 보인 ‘초성종성통용팔자’란에 네번째로 기록된 이후, 오늘날까지 그대로 그 순서가 지켜져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