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7월『문장(文章)』 제1권 6집에 게재되었다.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실락원(失樂園)」이 당선된 뒤, 이태준(李泰俊)에 의하여 재추천을 받은 작품이다. 내용은 경상도 지방의 한 농촌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설정된 인물은 게으른 농군인 대복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대복은 자기보다 힘센 아내와 함께 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다. 그런데 대복은 혼례를 치른 뒤 자기 몫이 된 논 세 마지기에 3년이 넘도록 자기 손으로 모를 내본 적이 없을 정도로 게으른 인물이다. 뿐만 아니라 식욕과 성욕을 채우는 일에만 매달릴 뿐, 시키는 일조차도 제대로 하는 법이 없다. 이러한 게으름 때문에 아버지와 아내로부터 늘 구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어느 날 마냥 모를 내는 일꾼들에게 가져다줄 음식을 담은 함지를 지게에 지고 가던 중 정자나무 그늘을 만나자, 그렇지 않아도 옮기기 싫은 발걸음을 멈추고 쉬게 된다. 그리고는 가져다줄 음식을 마음껏 포식하고 그 자리에 누워서 세상모르게 잠을 자다가 아버지가 휘두르는 지게막대를 맞고 잠을 깬다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을 추천한 이태준은 이 작품이 단순히 게으름을 예찬한 작품이 아니며, 특히 마지막 장면의 간결한 처리는 매우 뛰어난 기법이라고 칭찬하고 있다. 대복의 한껏 게으른 행적에도 불구하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일에 전념하는 장면을 마지막에 덧붙이고 있는데, 이처럼 이 작품은 대조적인 장면을 과감하게 병치함으로써 이질적인 것끼리의 상호작용에 의하여 보다 긴장된 의미를 구축하고 있다.
또, 이 작품은 농촌의 실상을 농민 자신의 시각 내지 감각을 살려가며 예술적으로 처리하려 했던 김유정(金裕貞)의 문학 세계와도 상통하는 점이 있다. 삼인칭 관찰자 시점이면서도 화자(話者)가 주로 대복의 눈으로 사태를 관망하고 판단하게끔 하는 일종의 선택적 시점을 사용하기 때문에 대화뿐만 아니라 지문(地文)마저 소박한 농민의 감각이 짙게 배어 있다. 이것으로써 작품의 독특한 미적 특질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 대복의 게으름은 농촌적 낙천주의를 알려주는 미적 구실을 하고 있다. 이러한 낙천성은 우리의 삶을 여유 있게 이해하는 아량과 미덕을 배우게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지나칠 때 낙천성이 나태의 부도덕성을 내포한다는 사실도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