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록열전」은 1970년대 전후의 한국 사회를 조선 말기의 태평군(泰平郡)이라는 가상의 고을에 비유하여 그린 것이다. 암행어사 마명민(馬明敏)이 세상을 편력하며 오늘의 부정적인 사회현실을 고발하여 그것을 비판하고, 상감에게 보고하는 상소문(上疏文) 형식으로 된 소설이다.
이를테면 「마록열전(5)」(문학사상)에서는 그대로 낙수처럼 버려진 소재 속에서 재치 있는 우화를 보여준다. ‘밀정의 행적은 대개 암흑에 묻혀 있기 때문에 이렇다 할 자료가 없다. 다행히 일제하 마영(馬塋)에 관한 싱거운 얘깃거리가 다소 남아있기에 열전(列傳) 속에 넣기로 한다.’ 이와 같은 서(序)가 붙은 「마록열전(5)」에는 총독정치의 밀정, 즉 종로경찰서 기노시다[木下] 순사부장의 끄나풀이었던 마영의 웃지 못 할 기지가 풀이된다.
마영은 김참의에게 매수되어 두 다리를 걸친 셈이다. 사상가로 수배되어 숨어있는 아들 때문에 화를 입을까 고민하는 김참의에게 아주 기막힌 묘안을 내놓는다. 가짜 장사를 치르고 호적에서 김태열이란 이름을 빼버리면 그만이 아니냐는 것이다. 마영의 그 지략은 실수 없이 실천되어 성공을 했다는 것이다.
작가의 말대로 ‘좀 우직스런 눈으로 세상을 봐야 더 명확하게 보인다.’는 이야기를 실감하게 하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본격적인 정통소설(正統小說)이 아니라, 일종의 반소설(反小說)로서 수필풍의 소설이다. 이 연작소설은 우선 현대와 고전을 동일한 시간 구조에 의해 평면으로 결합시켜 동일 차원의 시제 복합에 성공하였다.
그 결과, 전통적인 풍자정신이 현대적인 문체로 수용되어 특이한 효과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과거의 언어와 현재의 언어를 동일한 평면에 조립한 것은 과거와 현재가 동시적으로 공존하고 있다는 데 대한 날카로운 풍자이다. 이와 같은 풍자의 방식을 통해 1970년대 억압적인 군사정권의 모습을 드러내고자 한 문학적 대응으로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