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 김씨(金氏). 신라 왕실의 왕자로 태어났다. 일찍이 세속의 명예를 싫어하여 불도(佛道)에 귀의하였고, 배를 타고 중국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서역의 오천축국(五天竺國)에서 팔탑(八塔)을 예배하려는 뜻을 품었다.
천축국을 가기 위하여 사막을 지나 우전국(于闐國)을 거쳐 총령(葱嶺)의 큰 절에 들렀는데, 그 절의 비구들은 모두가 예측할 수 없는 인물들이었다. 그곳의 독룡지(毒龍地)에서 큰 뱀을 제도하고 관음상 앞에서 49일을 기도드려 상서로움을 얻었으며, 다시 인도로 떠나려 하자 그 절의 승려들이 관세음보살의 화연(化緣)이 당나라땅에 있다고 하면서 당나라로 되돌아갈 것을 권하였다.
여러 승려들의 권유에 따라 인도에 가려는 뜻을 버리고 당나라로 돌아와 하란산(賀蘭山) 백초곡(白草谷)에 초암(草庵)을 짓고 머물렀다. 안록산(安祿山)의 난이 일어났을 때 숙종이 이상한 꿈을 꾸고 불렀으나 응하지 않았으며, 그뒤 변방의 부원수 중서령(中書令) 곽자의(郭子儀)를 보내어 다시 그를 청하였으므로 궁중의 내사(內寺)에 머무르면서 국가와 왕실의 복을 빌었다.
또한, 난리가 평정된 뒤에도 내사에 머물렀는데 왕이 직접 공양을 올리는 등 극진히 대접하였지만 언제나 백초곡의 초암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였다. 그러나 왕이 허락하지 않으므로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어느날 홀연히 입적(入寂)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