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음운학에서 자모(字母)를 ‘아(牙) · 설(舌) · 순(脣) · 치(齒) · 후(喉)’음으로 분류하고 다시 반치음과 반설음의 두 반음을 추가하여 칠음(七音)으로 분류한 것을 『훈민정음』과 『동국정운』에서 받아들인 것으로, 반치음 ‘ㅿ’을 다시 ‘ㆁ · ㄴ · ㅁ · ㅇ · ㄹ’과 함께 유성자음에 해당되는 불청불탁(不淸不濁)으로 분류하였다.
반치음 ‘ㅿ’은 『훈민정음』과 『동국정운』에서는 ‘穰母[ᅀᅣᇰ]’를 나타내고, 중국음운학에서는 ‘日母[ᅀᅵᆯ]’를 나타내어 이 불청불탁음인 ‘ㅿ’은 결국 유성마찰음 [z]로 추정되는데, 유성음 사이인 ① v-V(아ᅀᆞ), ② y-V (새ᅀᅡᆷ), ③ r-V(프ᅀᅥ리), ④ n-V(손ᅀᅩ), ⑤ m-V (몸ᅀᅩ), ⑥ V-ɦ(ᄀᆞᇫ애), ⑦ V-β(우ᇫᄫᅳ니) 등에서 주로 쓰였고, 때로 ‘ᅀᅥᆯᅀᅥᆯ, ᅀᅥᆷᅀᅥᆷ, ᅀᅭᇂ’ 등과 같이 어두에서 쓰이기도 하였는데 주로 의성어 및 중국어 차용어에 나타난다.
『훈민정음』에서는 “終聲復用初聲(종성부용초성:종성은 초성을 다시 쓴다.)”이라 하고서 “所以 ㆁㄴㅁㅇㄹㅿ六字爲平上去聲之終 而餘皆爲入聲之終也”(소이 ㆁㄴㅁㅇㄹㅿ 육자위평상거성지종 이여개위입성지종야:그러므로 ㆁㄴㅁㅇㄹㅿ의 여섯 글자는 평성과 상성과 거성의 끝소리가 되고, 나머지는 모두 입성의 끝소리가 된다.)라 하여 ‘ㅿ’도 ‘여ᇫ의갗’에서처럼 종성으로 쓰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然ㄱㆁㄷㄴㅂㅁㅅㄹ八字可足用也”(연 ㄱㆁㄷㄴㅂㅁㅅㄹ 팔자가족용야:그러나 ㄱㆁㄷㄴㅂㅁㅅㄹ의 여덟 글자로 넉넉히 쓸 수 있다.)라 하여 ‘ㅿ’을 ‘ㅅ’으로 쓰도록 하였다. 이것은 실용의 편의를 위해 음소적 원리를 택한 결과이다.
그러나 위 ⑥ · ⑦과 같은 특이한 환경에서 ‘아ᇫ이, 여ᇫ이, 그ᇫ어, ᄀᆞᇫ 업스니, 나ᇫ나치’ 등과 같이 ‘ㅿ’이 종성으로 쓰이기도 하였다.
‘ㅿ’은 ‘ㅅ’과 마찬가지로 종성으로서도 마찰음으로 실현되었다고 추정된다. 치음 ‘ㅅ’은 종성 위치에서 설음 ‘ㄷ’과 늘 구별되었기 때문이다.
반치음은 15세기 후반에서 16세기 전반에 걸쳐 소실된다. ‘ㅿ’의 소실은 ‘ㅣ’모음 앞에서 먼저 시작되어 예컨대 ‘ᄉᆞᅀᅵ>ᄉᆞ이’와 같은 어형이 나타난다. 16세기 후반이 되면 거의 의고적인 표기라 할 수 있는 ‘ㅿ’만 남고 사라져서 반치음은 16세기 전반까지 존속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반치음의 소실 과정은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중부방언에서 ‘ㅿ’이 소실되어 ‘∅(영,零)’이 된 반면, ‘ㅅ’으로 남아 있는 방언도 있다.(‘무:무수, 무시’, ‘여우:여시, 여수’ 등)
이것은 그러한 방언에서 ‘ㅿ’이 ‘ㅅ’에 합류된 결과로 추정되며, 반대로 그러한 방언에서 ‘ㅿ’이 탈락된 형식이 나타나는 것은 중부방언의 탈락형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