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높이 29.6㎝, 입지름 7.4㎝, 밑지름 9.6㎝. 호림박물관 소장. 짧은 목에 나팔처럼 벌어진 입 부분에 몸체가 풍만하고, 약간 높은 굽다리를 지닌 전형적인 조선 초기의 술병이다. 흑상감(黑象嵌) 기법으로 목 부분에 두 줄씩의 선을 위아래로 각각 두르고, 그 사이에 파상선문 모양의 간결한 당초문(唐草文)을 두었다. 몸체의 중심에는 단순화된 모란문 한송이를 큼직하게 나타내고, 다른 면에는 변화를 준 작은 모란문을 배열한 뒤 이 두 모란문을 연결하는 모란 줄기를 율동감 있게 흑상감으로 나타내었다.
유약(釉藥)은 담청색을 머금은 회백색의 백자유가 전면에 고르게 시유(施釉)되었으며, 미세한 유빙렬(釉氷裂)이 나 있다. 태토(胎土)는 정선되어 얇고 가벼우며, 굽다리에는 유약을 훑어내고 모래받침을 하여 구워냈다. 목부분에는 유색이 변색되어 검은 점들이 나 있으며 굽다리에 작은 흠이 있다.
백자에 이러한 흑상감 기법을 사용하여 문양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고려시대 청자에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15세기 전·후반에 걸쳐 계속되었다. 특히 문양은 분청사기상감문(粉靑沙器象嵌文)에서부터 모란문 등의 소재를 빌려온 예가 있다.
술병으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병은 백자가 주는 부드러운 흰색의 바탕 위에 흑상감으로 된 단순하고 큼직한 모란문의 의장이 풍만하고 안정감 있는 기형 위에 잘 어울려 있다. 백자상감의 요지로는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에 있는 15세기 후반경의 백자요가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