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김재곤의 본관은 광산(光山). 김재화의 자는 공서(公西), 호는 번천(樊泉). 김재곤의 자는 여동(汝東), 호는 유유옹(悠悠翁). 김장생(金長生)의 8대손으로 김기희(金箕熙)의 아들이며, 어머니는 이수해(李壽海)의 딸이다.
두 사람 모두 세상일에 뜻을 두지 않고 강산을 두루 유람하면서 시문에 심취하였다. 어려서부터 문장에 능했으며 고결한 성품으로 사림의 존경을 받았다. 기호지방에 거주한 듯하며, 정약용(丁若鏞)의 아들 정학연(丁學淵) 등을 비롯해 그 지방의 명사들과 어울렸다.
1879년(고종 16)에 김재곤의 아들 김상현(金尙鉉)이 편집·간행하였다. 권말에 김상현의 발문이 있다. 김상현의 발문에 따르면, 김재화는 이의산(李義山)의 시의 기교가 뛰어난 점을 좋아했고, 김재곤의 시는 왕완정(王院亭)의 신운(神韻)을 주로 하였다고 한다.
2권 1책. 활자본. 규장각 도서와 장서각 도서 등에 있다.
권1은 김재화의 시집인 「번천시략(樊泉詩略)」으로 시 145수, 권2는 김재곤의 시집인 「유유옹시략(悠悠翁詩略)」으로 시 157수가 수록되어 있다.
「번천시략」에는 1802년(순조 2)부터 1832년 사이에 지은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자연을 읊은 것, 속리산·금강산·화양서원(華陽書院) 등 명승지를 유람하면서 지은 것 등이 있다. 또한 김재곤·이가운(李家運)·이탁중(李度中)·신명하(申命河)·이종인(李鍾仁)·이교영(李敎永) 등을 상대로 하여 지은 것 등이 있다. 이 가운데에는 김재곤과 김상현의 시에 차운(次韻)한 것이 여러 편이 있다.
「유유옹시략」에는 용문사(龍門寺)·신륵사(神勒寺) 같은 유명한 절이나 명승지를 유람하면서 지은 시가 상당수를 차지하며, 자신의 심정을 친구에게 읊은 것이 여러 편 있다. 「독사유감(讀史有感)」·「동야희아배논사(冬夜喜兒輩論史)」등의 시에서는 허무한 회고조를 보이고 있으며, 또한 자손을 경계하기 위해 지은 것이 있다.
이 밖에 정숙보(鄭叔葆)·이공무(李公茂) 등의 시에 차운한 것, 이탁중·조철영(趙徹永)·신백현(申百顯)·이탁성(李度誠)·안업(安業)·유한준(兪漢雋)·정희순(鄭羲淳) 등과 화답한 것이 있다. 저자가 이 시기에 한문 학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시사(詩社)와 관계를 맺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시로 「구일음기정진현(九日吟寄鄭晋賢)」을 비롯해 여러 편이 있다.
이 책은 조선 후기 한문학을 연구하는 데 참고 자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