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1책. 국문활자본. 1912년 회동서관에서 간행되었고, 1918년 동아서관에서 ‘명사십리’라는 제목으로 간행되었다. 이본으로 「명사십리(明沙十里)」가 있다. 이 작품은 제목이 밝혀주듯이 보은(報恩)을 주제로 한 윤리소설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중국 명나라 때 승상 양자기(楊子期)는 만년에 아들 세충(世忠)을 얻고, 또 고아가 된 친구의 아들 화익삼(花益三)과 증운효(曾雲孝)를 데려다 자식처럼 키운다.
이들 3인이 모두 동자과(童子科)에 합격한 후, 이어 화익삼과 증운효 두 사람은 성례를 치른다. 세충은 왕상서의 딸과 혼약을 맺었으나 왕상서와 양승상의 별세로 혼사는 일단 뒤로 미루어진다.
이 무렵, 흉괴 동필적(董弼積)은 비장 주개 및 내시 조간(趙幹) 등과 결탁하여 대장군 대사마의 병권을 장악한다. 그는 왕소저가 재주가 있고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듣고 청혼하지만 거절당한다.
화익삼은 양세충의 심부름으로 3천냥을 받아오던 중 빚 독촉에 몰려 투신자살하려는 증소저를 만나 3천냥을 기꺼이 내주고 돌아오니, 세충도 그를 칭찬한다. 한편, 세충은 병을 얻어 앓고 있는 증운효를 위해 약을 구해 오다가 굶주려 죽어가는 사람을 만난다. 증운효에게 먹일 약으로 그를 살리고, 돌아와 증학사도 살린다.
동필적은 장차 황제를 꿈꾸던 중 이를 저지하려는 양세충을 모함하여 유배시키고, 임신 중인 왕 부인도 투옥시킨다. 그는 자객 구돌평(具突平)으로 하여금 귀양가는 세충을 죽이게 한다. 그러나 구돌평은 세충이 옛날에 굶어 죽어가던 자기를 구해준 은인임을 우연히 알게 되어 그를 살려준다.
왕 부인이 옥중에서 아들을 낳자, 화·증 두 사람은 아이를 몰래 빼돌린다. 이 사실을 안 동필적은 그들을 죽이려 하나, 구돌평과 이전에 3천냥을 주어 구해 주었던 증소저의 도움으로 그들은 구조된다. 왕 부인도 구돌평의 도움으로 옥에서 탈출해 그들과 상봉한다.
조정에서는 동필적이 역모하여 반란을 일으켰는데, 그간 입산수도하던 양세충과 화익삼의 아들 두성과 시발이 출전하여 역적을 격파하고 황제를 구출한다.
구돌평은 동필적의 잔당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 두성과 시발은 부마가 되고, 세충은 승상이 된다. 증운효의 아들은 증씨녀의 딸과 혼인하니, 그 뒤 세 집안은 오래도록 영화를 누린다.
「보심록」은 총 12회에 걸친 장편소설로서, 양씨 집안 3대를 중심으로 그 주변 인물들이 서로 은혜를 갚아 나가는 관계와 과정을 교묘하게 구성해 놓았다.
이 소설의 후반부에는 양두성의 영웅적 활약을 그린 군담의 내용이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인륜의 측면에서 은혜를 갚는 것에 작가의 궁극적 의도가 있다고 보여기 때문에 영웅소설과는 구별된다.
작품의 구성은 전반적으로 빈틈없이 짜여져 있어 은혜를 갚는 앞뒤관계가 정확히 연결된다. 그뿐 아니라 선악(善惡)의 결과를 처리하는 데도 꽤 엄격함을 보인다. 이를테면, 구돌평은 작품 전체를 통해 가장 많은 보은(報恩) 행위를 하지만, 그는 ‘강도·자객으로서 여러 목숨을 해한 죄’로 종국에는 죽음을 당한다.
한편, 작품의 내용이나 표현 가운데에는 기존의 고사(故事)나 설화 등에서 따온 자취가 꽤 엿보이고 있다. 동필적 등이 주개의 집 정원 오동나무 잎에 새긴 ‘동씨가 왕이 되고 주씨는 제후가 된다.’는 참설(讒說)은 중종 때 조광조사건의 발단이었던 ‘조씨가 왕이 된다(走肖爲王)’는 글자풀이와 흡사하다.
또 동필적 등이 왕씨의 시(詩) 가운데 한 글자를 조작하여 모해한 일은 남이장군이 ‘얻을 득(得)’자 하나로 모함을 받아 죽은 사실을 떠오르게 한다. 특히, 동필적이 반란을 일으켜 싸우는 장면에 대한 여러 가지 묘사들은 전적으로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와 닮은 곳이 많다.
그리고 이 소설의 특징은 전체 내용의 크기에 비하여 비현실적인 처리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지 두세 번 하늘과 바다에서 기적이 일어나 양세충 부부를 돕는 것 외에는, 거의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차원의 복선을 바탕으로 하여 사건을 해결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