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1책. 국문 필사본·활자본. 활자본으로는 1918년과 1921년 광동서국(廣東書局), 1921년 창서관(昌書館)에서 발행한 것이 있다. 중국 전국시대 책사(策士)의 제1인자로 불리는 소진과 장의의 활약상을 그린 작품이다.
열국시절 주나라 귀곡(鬼谷)이라는 곳에 선가도술에 능통한 귀곡자란 사람이 있었는데, 그를 따르는 제자들이 많았다. 그 중 소진과 장의라는 제자가 있었는데, 귀곡자의 가르침을 받고 세상에 이름을 날리고자 산을 내려온다. 소진이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산을 팔아 진나라로 가지만, 혜문왕은 그를 쓰지 않는다. 소진이 돈이 떨어져 고향에 돌아오니 가족들의 냉대가 극심하다.
소진은 귀곡이 준 음부(陰符)라는 병법서를 열심히 공부한 뒤 조나라로 가지만 역시 쓰이지 못하고 다시 연나라로 간다. 당시는 진나라가 7국 중 가장 강한 나라이기 때문에, 다른 6국은 진나라의 침략을 두려워하고 있던 때였다.
소진은 연왕에게 6국이 병합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 설명하여 연왕을 설득시킨다. 이에 연왕은 소진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는 다시 조·한·위·제·초의 여러 나라를 설득하여 마침내 연나라에서 초나라에 이르는 남북선상의 6국을 병합하는 데에 성공한다.
소진은 혼자서 6국의 상인(相印)을 몸에 지니게 되었고, 스스로 무안군이라 칭하며 세상에 이름을 떨친다. 이 때문에 동방으로 진출을 꾀하던 진나라는 십수년간 그 진출을 저지당한다.
한편, 위나라 사람인 장의는 처음에 초나라로 갔으나, 화씨벽이라는 구슬을 훔친 누명을 쓰고 쫓겨난다. 그뒤, 장의는 소진의 주선으로 진나라에서 벼슬살이를 하게 되어 혜문왕의 재상이 된다. 장의는 6국의 합종을 깨뜨리기 위하여 위·조·한 등 동서[橫]로 잇닿은 6국을 설득하여 진나라를 중심으로 하는 동맹관계를 이룩하는 데 성공한다.
합종이 깨진 뒤 소진은 연나라의 관직에 있다가 다시 제나라에 출사하였으나, 제나라 대부의 미움을 사서 암살당한다. 장의는 혜문왕이 죽은 뒤 실각하여 위나라로 피신하고 재상이 되었으나, 1년 만에 병들어 죽는다.
이 작품은 사마천(司馬遷)의 『사기열전(史記列傳)』에 나오는 「소진열전」과 「장의열전」을 모태로 하여 소설화한 것으로 보인다. 전반부에서 귀곡자가 소진과 장의의 운명을 점치는 대목같은 것은 작자가 첨가한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생애담은 대체로 『사기열전』과 일치한다. 사마천은 소진이 민간에서 입신하여 6국을 연결시켜 합종의 맹약을 맺게 한 것을 그의 지략이 범상한 사람 이상이었기 때문이라고 보았는데, 이 소설의 작자가 보는 관점도 대동소이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 작품에서 소진은 자신의 실덕(失德)으로 인해 암살되는 데 비하여, 장의는 지략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병들어 죽는 것으로 되어 있어, 작자는 소진보다 장의를 더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1983년 인천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에서 『고소설전집』으로 영인, 간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