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봉전」을 개작하여 1916년 유일서관(唯一書舘)에서 발간하였다.
「이대봉전」은 완판본과 구활자본의 두 종류가 있는데, 구활자본은 완판본의 후반부를 삭제한 것이다. 이대봉이 서해 용궁에 들어가 남해 용왕의 침입을 퇴치하는 삽화, 애황과 혼인한 뒤에 다시 황제의 두 딸과 혼인하여 부마가 되는 삽화, 초왕(楚王)으로 봉해진 뒤 재차 침입한 선우(鮮于)·흉노(匈奴)를 애황과 함께 물리치는 삽화가 그것이다. 「봉황대」는 이러한 구활자본 「이대봉전」을 저본으로 삼아 개작한 소설이다.
명나라 때 이상서(李尙書)의 아들 이대봉은 장한림(張翰林)의 딸 애황과 혼인하기로 약속한다. 그런데 간신 왕희(王熹)가 이상서를 모함하여 귀양을 보내며, 뱃사공에게 이상서 부자를 죽이도록 한다. 그러나 용왕의 도움으로 이상서는 외딴 섬에서 연명하게 되고, 이대봉은 천축국에 들어가 도승을 만난다.
한편, 장한림 부부는 이상서 부자가 귀양가다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병을 얻어 죽는다. 부모를 잃은 애황은 시름 속에 살아가는데, 왕희는 자신의 아들을 애황과 혼인시키려 한다. 이에 애황은 남복(男服)을 하고 도망쳐 호씨(胡氏)에게 의탁해 있다가 과거에 응시해 장원급제를 한다. 그리고 선우족(鮮于族)이 침범하자 대원수가 되어 이를 격파한다.
한편, 애황이 없는 사이 흉노족(匈奴族)이 침공하여 천자가 항복을 하려는 위기를 맞는다. 이 때 이대봉이 도승의 지시에 따라 달려와 천자를 구하고 흉노족을 몰아낸다. 이대봉은 흉노족의 항복을 받고 돌아오던 중, 죽은 줄만 알았던 부친을 만난다. 천자는 이상서 부자에게 높은 벼슬을 내린다.
천자는 애황에게도 벼슬을 내리지만 애황은 자신이 여자임을 고백한다. 그리하여 이대봉과 애황은 혼인을 하게 되고, 천자는 이대봉을 초왕(楚王)에 봉한다. 그 뒤 이대봉은 천자의 딸과 혼인하여 부마가 되고, 재차 침입한 선우족과 흉노족을 애황과 함께 물리치는 공을 세운다.
줄거리는 「이대봉전」과 대동소이하다. 개작된 부분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양상은 근대계몽기 이후의 변화된 제도와 의식이 다소 개입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예로 주인공의 구원자 성격이 바뀐 것을 들 수 있다. 「이대봉전」에서의 구원자는 일반적인 영웅소설에서처럼 천축국 백운암 도승으로 설정되어 있었으나, 「봉황대」에서는 유대국 백운동에서 ‘하나님께 기도하고 경배를 일삼는 사람’으로 바뀌어 있다.
또한 「이대봉전」에서는 애황이 어릴 때 정혼한 이대봉과 그의 부친을 위해 수륙재(水陸齋)를 올리는 데 반해, 「봉황대」에서는 ‘하나님께 향하여 정성된 기도’를 드리는 식으로 변모되어 있다. 이러한 개작 양상은 모두 기독교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대봉 부친이 ‘경배하는 처소’를 중수하도록 황금·백미·황촉(黃燭)을 시주하는 대신, ‘지화(紙貨) 오만 원’을 희사하는 것으로 바뀐 것도 20세기라는 시대 상황에 맞추기 위한 개작의 소산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작 양상이 「이대봉전」에서 보이던 전체 줄거리나 주제 의식까지 바꿀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왕희의 사주에 의해 물에 빠져 죽게 된 이대봉 부자가 용왕의 도움이 아니라 거북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는 것으로 개작된 것, 왕희의 겁탈을 피해 남복(男服)을 하고 달아나던 애황이 마고선녀(麻姑仙女)의 도움으로 병법을 익힌다는 삽화가 탈락된 것 등에서 비현실적 내용을 현실적인 방향으로 개작하던 신작구소설의 일반적 추세를 일정하게 확인할 수 있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