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활자본. 1925년 경성서관에서 발행하였다. 명나라 성화연간에 태학동에 이부상서를 지낸 이충재라는 선비가 있었는데, 자식이 없음을 걱정하다가 선녀가 적강하는 태몽을 꾸고 딸 봉빈을 낳는다. 그때 영릉 땅에 사는 운종이라는 선비 또한 선관이 적강하는 태몽을 꾸고, 아들 기를 낳는다.
세월이 흐른 어느날 운공자를 본 이상서는 그의 비범함을 보고 운종에게 청혼하여 자기 딸과 혼약을 맺게 하는데, 그때 권세를 쥐고 있던 강희라는 사람이 이소저의 뛰어남을 듣고 이상서에게 청혼한다. 이상서가 운공자와의 혼약을 들어 거절하니, 강희가 이에 앙심을 품고 모해할 뜻을 품는다.
임금이 베푼 잔치에 운공이 나오지 않은 것을 기회로 강희가 운공을 모함하니, 운공은 귀양가게 된다. 또한, 강희에게 매수당한 뱃사공들에 의하여 운공 부자는 물에 빠지게 되는데, 청의동자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고 한 늙은이의 집에 의지하여 지내게 된다.
이들이 죽은 줄로만 안 이상서는 심려 끝에 죽고 또한 그 부인마저 죽으니, 이소저는 의지할 곳 없는 신세가 된다. 강희가 이 틈을 타서 이소저를 며느리로 맞기 위하여 외숙을 시켜 강제로 혼인시키려 하였다. 그러나 이소저는 시비 설향의 도움으로 남장을 하고 피신하여 모녀만이 살고 있는 한어사 집에 머문다. 이소저는 남자로 행세하면서 병서를 읽고 무예를 익혀 부모의 원수 갚을 때를 기다린다.
그 뒤 봉빈은 과거에 응시하여 장원급제하고 한림학사가 된다. 강희가 이상서에게 아들이 없음을 고하자, 봉빈이 충신을 모함하는 간신이라고 크게 꾸짖는다. 이에 임금이 강희의 교활함을 깨닫고 귀양을 보낸다. 이때 운남왕이 침범하여 위급한 지경에 이르니, 봉빈이 대장군으로 출전하여 동해용왕의 도움을 받고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임금의 총애를 받게 된 봉빈은 더 이상 속일 수 없다고 판단하여 표를 올린다. 그동안의 사정을 아뢰고 음양을 바꾸어 임금을 속인 죄를 청하였는데, 임금은 이를 용서하고 부모의 원수를 갚게 해준다.
봉빈이 강희의 삼족을 멸하고, 또한 운공 부자의 제를 지내던 중 한 동자의 인도로 선관을 만나 자기의 전생을 알게 된다. 봉빈은 선관에게서 죽은 사람을 회생시키는 약을 얻어 부모의 산소를 찾아가 살려 내니,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또한, 운공 부자를 찾아 다시 만나서 임금의 배려하에 운기와 혼인한다. 운기가 한어사의 딸을 둘째 부인으로 삼으니 일가가 모두 화목하게 수를 누린다.
이 작품은 여자가 남장을 하고 무예를 닦아 나라에 공을 세우고 부모의 원수를 갚는 내용이 담겨 있는 「정수정전」이나 「홍계월전」과 같은 유형의 작품으로, 이른바 여걸소설·영웅소설·군담소설·적강형소설에 해당한다. 봉빈이 동해용왕의 도움으로 구출되고, 안개 속에서 선관을 만나 차를 마신 뒤 자신의 전생을 알게 되고, 환약을 얻어 죽은 사람을 회생시키는 등 초현실적인 장면이 많이 나타나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