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책, 총 172면. 구활자본. 1913년 광동서국(光東書局)에서 간행되었다. 이후 1919년 박문서관에서 간행한 4판도 있는데, 내용은 동일하지만 총 89면으로 재편집하여 책의 쪽수를 절반 가까이 줄였다. 저자 및 발행인을 이종정(李鍾禎)이라 했다. 당시에는 발행자를 저자라고 밝히는 게 통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종정 역시 그런 일례라 할 수 있다.
충청도 회덕군(懷德郡)에 송시열의 후예 송성회(宋星會)가 벼슬을 하직하고 고향에 내려와 지내다가, 나이 마흔에 아들 경필(慶弼)을 얻는다. 경필이 15세에 이르러 영변의 약산동대를 구경하다가 우연히 「열녀전」을 읽던 여인 빙옥(氷玉)을 만난다. 빙옥에게 첫눈에 빠진 경필은 노파를 통해 빙옥을 만나지만, 빙옥은 첩이 되는 것을 거부한다. 이에 경필은 그녀를 정실로 맞겠다고 굳게 약속하고, 이후 빙옥의 집에서 삼 년 동안 빙옥과 함께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빙옥은 경필에게 경필이 오랫동안 부모의 곁을 떠나 있고, 과거 공부도 해야 하니 돌아갈 것을 권한다. 경필도 그녀의 말을 좇아 진주로 된 선추(扇錘)와 명월패를 신물(信物)로 교환하고 이별한다.
이 때 영변부사가 새로 부임하여 40명의 기생을 주1하나 빙옥이 빠져 있기에 사령을 시켜 강제로 그녀를 잡아온다. 부사는 빙옥에게 수청 들기를 요구하지만, 빙옥이 이를 거절한다. 이에 빙옥은 형장을 맞으면서 「십장가」를 부르며 부사를 꾸짖은 후 칼을 쓴 채로 하옥된다. 빙옥은 어미에게 자기가 죽은 후에 도련님을 부탁한다는 말을 남긴다. 경필은 빙옥의 편지를 받고 사정을 안다. 경필도 빙옥에게 조금만 기다리라는 답신을 보낸다.
이후 경필은 알성과에 장원급제하여 한림학사를 제수 받은 후에 평안도 암행어사가 되어 길을 나선다. 농부들의 「농부가」도 들으며 풍속을 살피며 가는 도중에 초동들의 노래에서 내일 본관 사또 생일에 빙옥이 처형된는 말을 듣는다. 이에 경필이 급히 약산(藥山)으로 가서 빙옥의 집을 찾아가지만, 빙옥 어미는 거지 행색으로 온 데다 하는 말마다 냉소적인 경필을 박대한다. 경필은 그 와중에 밥까지 달라 하여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먹은 뒤에 옥으로 가서 빙옥을 만난다. 한편 빙옥은 옥중에서 하늘에 오르는 꿈을 꾼 후 경필을 만난다. 빙옥은 거지꼴을 한 경필을 위로하고, 경필도 빙옥에게 짐짓 암시를 주고 헤어진다.
다음 날 관아에서는 부사의 성대한 잔치 의식이 벌어진다. 잔치 자리에서 광대들의 가사가 상당히 길게 이어진다. 경필은 그 틈에 끼어 들어가 음식과 술을 얻어먹은 뒤에 글 한 수를 짓는다. 그 뒤 암행어사 출두를 하여 빙옥을 구출하고 공사를 처결한 뒤 길일을 가려 빙옥과 결혼식을 올린다. 빙옥은 정렬부인의 직첩을 받고 경필은 특별히 예조참판에 제수 받아 자손대대로 화락한 가정을 이루었다.
「약산동대」는 무대가 영변의 약산동대, 주인공이 송경필과 빙옥으로 달라졌을 뿐, 「춘향전」을 거의 그대로 따른 작품이라 할 만하다. 「춘향전」에 들어 있는 삽화를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을 뿐 아니라, 판소리계 소설의 특징이라 할 만한 독자성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예컨대 남녀 주인공이 만날 때의 나이가 16세였고, 그 후 3년을 함께 살고 이별하였으며, 그때의 나이가 17세로 나오는 것들도 그 예라 할 만하다. 이 점에서 이 작품의 독자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춘향전」과 차별되는 독특한 특징도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약산동대」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신관 사또의 생일날에 벌어지는 광대들의 노래를 모두 소개했다는 데 있다. 여기에 수록된 노래는 이 책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많은데, 수록된 노래도 단가· 잡가· 시조· 사설시조· 타령· 민요 등 다양한 장르를 포함한다. 이 점에서 「약산동대」는 「춘향전」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당시에 유행하던 다양한 노래를 제시하려는 의도를 담은 책이라 할 만하다. 신관 사또 연회 자리에서 불린 노래만 해도 「몽류가」· 「강호별곡」· 「백발가」·「흘벌조」· 「사시풍경가」·「안빈낙도가」· 「초한가」·「영산가」· 「사친가」·「짝타령」· 「수심가」·「역금수심가」· 「적벽가」· 「유산가」· 「제비가」· 「선유가」· 「화류가」· 「방아타령」· 「육자배기」· 「산염불」· 「아리랑」· 「난봉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