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1책. 국문필사본·활자본. 일명 ‘사객전(史客傳)’이라고도 한다. 필사본으로는 고려대학교 도서관 소장본이 있고, 활자본으로는 신구서림본과 세창서관본이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원나라 시절 형남땅에 승상벼슬을 지낸 사휘라는 사람이 자식 없음을 한탄하다가 이구산에 들어가서 신령께 정성을 드린다. 그 뒤 그의 부인은 각성(角星)이 품에 드는 꿈을 꾸고 각을 낳는다.
사각은 성장하여 청운산에 은거하는 도사를 따라가 병서를 공부한다. 공부를 마치고 도사로부터 갑주와 보검 및 책 3권을 얻어 하산한 사각은, 청운도사의 지시대로 하늘이 맺어 준 연분인 허처사의 딸과 혼약을 맺는다. 이후 다시 청주땅 유승상의 딸 벽도와도 혼약을 맺는다.
사각은 고향에 돌아와 병서를 공부하다가 어늘날 꿈에 청운도사가 나타나 지시를 내려 중원으로 출발한다. 그는 도중에 용마(龍馬)를 얻고 청의동자에게서 안장을 얻은 뒤 이 동자의 안내로 바다를 건너서 중원으로 들어간다.
이 때 중원에서는 변방의 제왕들이 북호·서융과 더불어 반란을 일으킨다. 이에 천자는 반적을 물리칠 인재를 뽑고자 과거를 보이는데, 사각이 문·무 양과에 장원급제한다.
사각은 도원수가 되어 대군을 이끌고 호왕의 군사를 맞이해 싸워 크게 이긴다.
호왕은 환술에 능한 교룡과 구미호를 선봉으로 삼고 사각에게 다시 도전하나, 사각은 도사가 준 노백검과 벽력도로 이들을 물리친다. 호왕은 다시 남만에 구원병을 청하여 사각과 싸우지만 사각은 도술로써 이들을 크게 무찔러 항복시킨다. 반적을 토멸한 사각은 회군하여 황제로부터 초왕의 작록을 받는다.
사각은 허소저와 유소저를 부인으로 맞아 부귀한 삶을 살다가 70세에 두 부인과 함께 승천한다. 사각의 아들 8형제는 모두 문과와 무과에 장원급제하고, 딸 3자매는 모두 왕비가 된다. 이 때 호왕과 서번왕의 후예들이 다시 반란을 일으켜 기병한다.
「사각전」은 주인공의 신비한 출생, 도사를 통한 술법의 학습, 도사의 지시와 협조로 맺게 된 천정배필과의 혼약 및 외적의 격퇴 등의 내용으로 짜여진 전형적인 군담소설이다. 그런데 주인공의 영웅적 활동은 과장되어 있으나 갈등은 나타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사각의 적대인물은 호왕과 서번왕으로 나타나지만, 이들은 외적이라는 점에서 국가의 반적일 뿐 사각 자신의 개인적 적대인물은 아니다. 또한, 결연과정에서도 하늘이 맺어준 연분이라는 이유로 혼약이 성립될 뿐, 혼약 당사자들의 필연적 결합 이유나 연정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도사의 기능이 다른 어느 군담소설보다도 두드러지고 주보(呪寶)의 활용 또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사각은 청운도사로부터 신비한 힘을 부리는 서책과, 타면 용이 되는 철장을 받는다. 또한, 적장 월섬은 사람의 혼을 빼는 조화환이란 무기를 사용한다.
이처럼 주보에 의한 주력(呪力) 경쟁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전쟁양상은 「설인귀전」류의 중국소설에서 즐겨 쓰는 수법이어서 그 영향관계가 추정된다. 그러나 주인공 사각의 일대기는 천상 각성의 인간계로의 하강, 사각의 인간계에서의 영웅적 활약, 그리고 다시 사각의 천상계 복귀로서 천상계를 중심으로 한 통과의례(initiation)의 구조를 보여준다.
사각의 인간계에서의 활동 역시 부모로부터의 분리, 도술획득과 공명성취, 부모에게로의 복귀로서, 사각의 성장과정과 출세과정이 이 통과의례의 공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사각전」은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으나, 인간의 일대기를 통과의례의 구조로 기술한 전형적인 고전소설로서 주목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마지막에서 다시 제2대의 싸움이 예상되는 변방 국가의 반역 기병(起兵)으로 끝이 나고 있어, 속편이 있을 가능성을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