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년 회동서관(滙東書館)에서 발행한 국문활자본은 총16회로 이루어져 있으며, 필사본은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숙종 말년, 한성 밖에 임녕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단종 때 희생된 문종의 계비 최씨가 낳은 두 소저와 시비의 절개를 듣고 글을 지어 위로한다. 그 뒤에 꿈을 꾸고 딸 함담을 얻게 되는데 시비도 같은 날 같은 시각에 딸 부용을 낳는다. 이들은 친자매같이 지내며 장차 한 사람을 섬기자고 약속한다.
이필상은 단종조 충신의 후예가 단종을 제사하는 모습을 보고 그림을 그렸는데, 그 뒤에 한 꿈을 꾸고 아들 만영을 낳아 함담과 혼례시킨다. 부용이 천쇠의 핍박을 피하여 연못에 투신한 뒤로 이만영은 여자귀신에게 시달림을 받는다. 그는 백운산인과 권도사의 지시를 받아 십년간 출가하였다가 돌아온다. 여자귀신은 한 노승이 인간으로 환생시켜 이만영의 은혜를 입은 김천석의 딸로 태어나고, 이만영은 살아 있는 부용을 만나 양첩으로 삼는다.
권도사의 손자 장복과 이만영의 딸 이소저가 혼약을 한다. 그러나 장복은 이소저가 죽었다는 속임수에 빠져 정감찰의 사위가 되고 도적굴에 빠져 위기에 처한다. 장복이 누명을 벗고 이소저와 재결합하자 이소저를 탐하던 김대풍 일파가 모함을 하여 장인과 사위가 함께 정배를 간다. 부용이 뒤따라가서 이만영을 검객으로부터 구한다.
간신들이 귀양 가고, 모두 모여 단종조의 인물들을 제사한다. 삼각산에서 매월거사 김시습을 모셔와 좌중 인물에 대한 평론을 부탁하니, 김시습은 단종조의 인물이었던 좌객들의 전생을 일일이 들어 알려준다.
이 작품은 여러 가지 성격이 다른 사건들을 서로 결합하고 있다. 귀신을 내쫓는 이야기, 남녀의 헤어짐과 결합 이야기, 간신의 모해를 물리치는 이야기, 여성인 부용이 검객을 물리치는 이야기, 도사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역사적인 인물에 대한 논평 등이 복합적으로 짜여 있다. 인물들을 모두 환생한 존재로 설명하는 것으로 볼 때, 불교적인 성격이 강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의의는 단종조의 역사를 재평가하는 데서 찾을 수 있겠다. 그러나 환생한 뒤의 인물들의 행적이 전생의 갈등과 아무런 관련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역사적 평가에만 주력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역사에 대한 재평가와 현세적 삶의 흥미성을 함께 추구한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으며, 사건이 복합적이면서 상호간의 결합논리가 빈약한 것이 이 작품의 한계라고 하겠다. 전시대 인물을 등장시켜 전생의 행적을 논하는 점은 몽유록계 소설의 특징과 유사하고, 사건이 복합적이며 인물이 다양하게 설정되어 있는 점 등은 장편 고전소설의 성격과 유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