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필사본, 국문 필사본, 국문 활자본이 있다. 활자본은 1917년 광동서국 · 태학서관에서 간행하였는데, 이는 한문 필사본 「오로봉기」를 번역하면서 개작하였다. 1910년 조선을 병합한 직후에 조사한 다나카 우메키치〔田中梅吉〕의 서목에도 ‘오로봉기’라는 기록이 있다는 점에서, 둘의 선후 관계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국문 필사본은 제명을 ‘황태을전’이라 했는데, 2권 2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문 필사본 「오로봉기」는 16회 회장체 형식을 취했다. 국문 필사본은 하권에서만 장회 제목을 취했다. 하권은 「오로봉기」 10~16회에 해당하는데, 한문을 거의 그대로 번역하였다. 활자본은 12회로 줄였다. 12회 중 5회의 제목은 완전히 동일하다. 또한 「오로봉기」의 두 개의 회장을 하나로 묶는 등 둘의 긴밀성이 인정된다. 제목이 다른 경우도 몇 글자를 바꾸는 수준이지, 전혀 다른 제목을 쓰지는 않았다. 예컨대 1회의 제목만 보면 「오로봉기」의 ‘黃處士禱山生子, 石道作詩遺客’이 「오선기봉」에서는 ‘黃處士禱山生子, 石道人遺書接客’으로 바뀐 것이 그러하다. 전혀 다른 회장 제목은 내용을 변개 · 재구성한 결과다.
중국 원나라 말년 낙양 땅에 사는 황입중은 40세가 넘어서야 아들 태을을 얻는다. 태을이 세 살 되는 해에 주원장이 중원을 통일하고 명나라를 세운다. 황 처사(황입중)는 태을을 데리고 피란하다가, 도중에 태을을 잃어버린다. 노상에서 우는 태을을 적장 청가가 데려가 친자식같이 양육한다. 적장의 집에서 자라난 태을은 16세에 이미 영웅다움을 갖춘 성인이 된다.
태을은 부모 생각에 달밤에 탈출하고, 도중에 적장의 딸 청운학과 가연을 맺는다. 고향을 찾아갔지만, 이미 황폐해진 마을 보고 태을은 하북(河北)에 사는 은사 현 상사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현 상사의 딸 청홍과 가약을 맺는다. 현 소저(현청홍)는 천문 지리와 병법에 달통한 여중호걸이었다.
태을은 현 소저가 써 주는 이별시를 가지고 외가를 찾아가다가 누각에서 놀고 있는 기생 백화연을 만나 다시 가약을 맺는다. 태을을 떠나보낸 백화연은 불량배의 겁탈을 피하여 강물에 투신하지만 선녀에 의해 구출되어 용궁으로 들어간다.
태을은 한 도인을 찾아가 장래의 일을 듣고 비서(秘書)도 얻는다. 이에 황성으로 올라가 문과와 무과에 모두 장원급제한다. 황제는 태을을 자신의 조카딸인 호남공주의 부마로 정한다. 이때 원나라를 다시 세우려는 무리들이 난을 일으키자, 태을은 평북대원수가 되어 출전한다.
한편, 현 소저는 약혼자 태을을 찾아나섰다가 우연히 청 소저(청운학)와 백 소저(백화연)를 만나 동행한다. 현 소저는 황성으로 올라가서 역적 경항경을 물리치고 황제를 구출한다. 황제는 자신을 구출한 사람이 태을인 줄 알았다. 하지만 공주에게서 자신을 구출해 준 사람이 남장한 여자라는 말을 듣고 현 소저를 찾는다. 이에 현천홍 · 청운학 · 백화연 등도 함께 나타난다.
황제는 호남공주를 황 원수(황태을)의 우부인으로, 현천홍을 좌부인으로, 청운학을 좌숙인으로, 백화연을 우숙인으로 삼고 황 원수의 회군을 기다린다. 황 원수가 회군하는 강상에서 부모를 만나 같이 황성에 이르자, 황제가 크게 반기고 황 원수로 승상을 삼는다. 황 승상(황태을)은 네 부인을 거느리고 화락하게 살다가 다섯 명이 모두 함께 승천한다.
이 작품은 전대에 향유되던 「구운몽」과 같은 일부다처주의적인 결연 과정과 남녀 주인공의 영웅적 활약상에 기반하고 있다. 주인공 황태을이 현천홍과 결연하는 과정이나, 현천홍이 반란을 진압하고 황제를 구출하는 여걸상은 「구운몽」의 심요연(沈梟煙), 「옥루몽」의 적경홍(狄驚鴻)과 유사하다. 그러면서 전대 소설에서 흥미로운 삽화를 작품에 집어넣기도 했다. 예컨대 주인공의 이름부터 「숙향전」과 유사하다. 실제 출생 장면이나 어린 시절의 내용은 「숙향전」과 닮았다. 주인공이 도적에게 길러지는 장면은 「옥소전」과도 연관이 된다. 또한 여주인공의 활약하는 장면은 여성 영웅소설에서 보았던 내용과도 흡사하다. 그러면서도 호남공주가 황제를 구출한 후 행방을 감춘 소년 대장이 현천홍의 소행임을 짐작하고, 궁녀를 풀어 현천홍을 찾아내는 내용은 다른 작품에서는 볼 수 없던 것이다. 전대의 이야기를 짜깁기하며 재구성하는 범주를 넘어 새롭게 창작하는 면도 갖추고 있음이 확인된다. 이처럼 이 작품은 「구운몽」에 기반하되, 흥미소들은 전대 소설에서 취하면서 새로운 내용은 창작한 독특한 작품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