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 필사본·활자본. 필사본은 단국대학교 율곡기념도서관 나손문고(구 김동욱 소장)에 51장본이 있고, 활자본은 1917년 한성서관(漢城書館)에서 발행한 바 있으며, 15회의 회장(回章)으로 나뉘어 있다. 명나라를 배경으로, 양주봉과 장소저의 헤어졌다가 다시 합쳐지는 과정과 영웅적 활약을 그린 작품이다.
양주봉과 장소저는 어려서 혼약한 사이이다. 간신 왕승상의 참소로 양주봉의 가족이 흩어져 위기에 빠지자, 장소저의 부모도 세상을 떠난다.
장소저는 왕승상 부자의 핍박을 피하여 남장을 하고서 방랑하다가 장군 서운경의 제자로 들어가 사위가 되고, 이어 장원급제하기에 이른다. 양주봉은 용자(龍子)에게 구출되었다가 서역 도승에게 수학한다.
양주봉과 장소저는 황제를 도와 각각 전공을 세우고, 장소저는 상소하여 그간의 내력을 아뢰고 왕승상부자의 죄상을 폭로한다. 가족이 상봉하고 초왕(楚王)이 된 양주봉은 장소저와 서소저, 장소저의 시비 경랑을 각각 왕비·후궁·총비로 삼아 부귀와 공명을 누린다.
이 작품은 남성 영웅소설과 여성 영웅소설이 결합된 양상을 보인다. 남녀 주인공의 적대자는 왕승상이다. 그러나 이들이 전공을 세운 전란은 왕승상과 무관하며 무찌른 적대자도 왕승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인공과 적대자간의 갈등이 유기적으로 짜여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문제의 해결 계기가 전공을 세우는 데 있지 않고 장소저의 상소에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작품은 인물의 영웅적 활약이 적대자의 제압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영웅소설과 다르다.
여성이 획득한 능력이 적대자와의 대결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인 지위를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설명된 점이 특이하다.
이는 이 작품이 여성 영웅소설의 형태와 결합한 데서 비롯된 것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여성 영웅소설의 성행기 이후에 창작된 작품으로 추정된다. 여성 영웅소설의 성격과 변이과정을 이해하는 데 주요한 자료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