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1책. 국문 활자본. 중국의 고전 소설 「설정산정서(薛丁山征西)」의 일부를 번역해 독립시킨 것으로, 「설인귀전(薛人貴傳)」의 속편이다. 이 소설의 후편으로는 「설정산실기(薛丁山實記)」·「이화정서전(梨花征西傳)」이 있다.
당나라 태종 때 재상 설인귀는 고구려와의 싸움에서 세운 공으로 평노왕에 봉해진다. 황숙 성친왕의 후궁 장씨는 설인귀를 모해한 죄로 죽은 장사귀의 딸이다. 설인귀는 장씨와 성친왕이 꾸민 흉계로 옥에 갇혀 3년을 지낸다.
한편, 소정방의 손자이며 소봉의 아들인 소보동이 번국의 부마가 되어 당을 침공하려 한다. 이에 천자는 설인귀를 정서대원수로 봉하고, 공을 세워 죄를 속죄하도록 한다. 설인귀는 성친왕의 하수인을 문초해 무죄를 증명한 뒤, 황제와 함께 삼십만 대군을 이끌고 소양성으로 나아간다.
한편, 소보동은 철판도인 등과 계략을 세워 소양성을 비우고, 당군이 성중으로 들어간 뒤 백만 대군으로 성을 에워싼다. 부마 진해옥과 보림 형제가 소보동과 싸워 죽음을 당한다.
설원수가 나서서 소보동과 대적하나, 설원수는 독으로 만든 소보동의 비도에 맞아 죽음을 맞게 된다. 서무공이 단약으로 설원수를 회생시키나, 완전히 회복되지는 못한다.
천자는 정교금을 중원에 보내 원병을 청하게 한다. 한편, 설인귀의 아들 설정산이 왕오도사의 도움으로 병법을 배우고 있던 중, 사부의 명을 받고 천자와 부친을 구하러 간다. 사부는 그에게 열 가지 보배와 설원수를 살릴 선단을 준다. 설정산은 모친을 만난 뒤 출정을 자원해 원수로 봉해진다.
설정산은 무예가 뛰어난 누이 금연소저와 모친과 함께 군사를 이끌고 출정한다. 설정산은 도중에 무예와 술법에 뛰어난 여장(女將) 두선동에 붙잡혔으나, 두 소저의 청혼을 받아들여 풀려난다. 설정산은 대군을 끌고 소양성에 이르러 소보동을 격퇴시킨다. 성안으로 들어가 천자를 알현하고 선단으로 부친을 구한다.
이 작품은 「설정산정서」의 제1회부터 22회까지를 번역한 작품이다. 번역은 본문 가운데 누락시킨 부분이 많고, 의역이나 축약 번역이 대부분이지만, 전체적 내용은 대체로 일치한다. 이 작품은 우리의 군담 소설에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아볼 수 있다.
첫째로, 도사를 통한 도술의 습득이 군담 소설과 상통한다. 또, 설인귀와 소보동, 설정산과 소보동의 싸움은 술법과 보패에 의한 신통력 경쟁의 양상을 띠고 있는데, 이러한 도술전은 많은 군담 소설에서 차용되고 있는 전쟁 양상이다.
둘째로, 여성들의 영웅적 활약 양상은 군담소설 중 특히 여성 영웅 소설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작품에서 설정산의 부인 두선동은 남편을 능가하는 능력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힘에 의해 혼인을 성취한다.
이러한 여성 우위적 측면은 여성 영웅 소설의 형성에 한 요인이 되었다. 1983년 인천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에서 『고소설전집』으로 영인, 간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