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책. 국문활자본. 90회로 이루어진 중국소설 「설정산정서(薛丁山征西)」의 제45회 ‘번리화등대배사 설정산봉지완혼(樊梨花登臺拜師 薛丁山奉旨完婚)’에서부터 제69회 ‘번왕납관조천자 반사득승회장안(番王納款朝天子 班師得勝回長安)’까지를 번역한 소설이다. 1931년·1932년 신구서림(新舊書林), 1961년 세창서관(世昌書館)에서 발행하였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당고종의 교시로 설정산과 혼인한 번리화는 대원수가 되어 번국과 전쟁을 치룬다. 번국의 원수 소보 등이 여러 도인들을 모아 금강진을 펴고 대적하고, 이화는 적에게 둘러싸여 위기에 처한다. 마침 그 때 해산을 하는데, 혈광에 적들이 무력해져서 이화는 겨우 위기에서 벗어나 승리하고는 금우산 총병 주애와 대적한다.
이화가 투항하겠다는 말을 믿고 사로잡았던 주애 부부를 돌려보내자, 주애는 스승 야옹선을 불러 들여 다시 대항한다. 야옹선은 설정산에게 부상을 입히고는 이화에게 쫓겨 달아났다가 이화가 보낸 진한과 이랑신에게 잡혀 죽는다.
이화는 주애가 미혹된 조부용을 이용하여 주애를 만취시킨 후 죽인다. 그뒤 하백뢰·하숙뢰 두 형제가 지키는 동마관에 이른다. 하숙뢰가 번왕에게 구원을 청하자, 번왕이 소정국을 보내지만 모두 이화에게 패한다.
다시 번왕 태자가 지키는 옥룡관에서 대적하는데, 도망갔던 소보등이 태자와 합세한다. 소보등이 이화에게 쫓겨 달아나다가 여승만 있는 절로 피하여 자고 가기를 청하자, 여승들은 소보등을 호랑이 가두는 철농에서 자게 한다.
이 때 이화가 나타나 농 위에 부적을 붙여 북해에 가둔다. 북해 용왕이 부적을 떼는 바람에 소보등이 도망하여 철판도사·비발선사·이도부 등을 데리고 나타난다. 이 싸움에서 이화는 위기에 처하나 여산 노모를 비롯한 여러 선인들의 도움으로 승리하고 태자를 사로잡으니, 마침내 번왕이 항복한다. 황제가 설정산에게 양요왕, 이화에게 왕비의 봉작(封爵)을 내린다.
이 작품은 「설정산정서」의 번역인 「서정기(西征記)」(1회∼22회)·「설정산실기(薛丁山實記)」(23회∼44회)의 뒤를 이어 나온 것이다. 앞 부분에서 「설정산실기」에 나오는 ‘설정산이 아버지 설인귀를 실수로 죽인 내용과 황제에 의해 이화와 혼인하게 된 사연’을 요약, 제시함으로써 두 작품의 연계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번역 태도는 역시 두 작품과 마찬가지로 장과 회를 없애고, 장황한 서술은 생략하거나 축약시켜 의역하고 있다.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쟁담으로 이루어진 점이 특징이다.
이 작품 속에서의 전쟁은 도술과 요술로 이루어졌고, 작가는 그 전쟁을 통하여 여자 주인공 번리화의 영웅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남편인 설정산은 아내보다 낮은 지위에서 아내의 지휘를 받는다.
남녀 주인공의 이러한 모습은 우리나라 여성 영웅소설과도 어느 정도의 관계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1983년 인천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에서 세창서관본을 영인하여 간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