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1책. 국문 활자본. 「설정산정서」의 일부를 번역, 독립시킨 작품으로, 「설인귀전(薛仁貴傳)」 계열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서정기(西征記)」의 후편이며, 「번이화정서전(樊梨花征西傳)」으로 이어진다.
설정산이 부친 설인귀와 천자를 구한 뒤, 천자는 장안으로 돌아가고 설인귀 부자는 계속해서 서번을 토멸한다. 패주했던 소보동이 다시 군사를 이끌고 반격하나, 설정산 두선동 부부와 금연소저에 의해 대패한다. 설정산은 번의 여장(女將) 소금연과 싸워 대패해 달아나던 중, 진금명의 도움으로 구출된다. 설인귀는 소금연을 사살하고 진금명을 설정산과 혼인시킨다.
한강관을 지키는 관장 번홍의 딸 이화는 여산노모에게 선술을 배워 무예가 뛰어난데, 스승으로부터 설정산이 자신과 연분이 있다는 말을 듣는다. 번군의 대원수로 출전한 번이화는 설정산을 생포하고 청혼하였다. 설정산은 거짓으로 혼인을 수락하고 풀려난다. 다시 공격해 오는 설정산을 번이화는 두 번 더 생포했다가 놓아준다. 번이화는 자기를 죽이려는 부친의 칼을 피하려다 도리어 부친을 죽게 하고, 또 두 오빠를 죽게 한다.
설인귀는 당에 귀순한 번이화를 받아들여 정산과 혼인시킨다. 그러나 설정산은 부친과 오빠를 죽인 여자라며 소박한다. 설정산은 청룡관에서 열염진에게 붙잡혀 위기에 처했을 때 번이화에 의해 구출되지만,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설정산이 또다시 번장 추래태의 계략에 빠져 사경에 처하자, 번이화는 여장들을 거느리고 출전해 번군을 격파하고 설정산을 구한다.
두 사람은 다시 화촉을 밝히지만, 설정산은 또 번이화를 내친다. 그 뒤 설인귀가 번노의 계교에 빠져 백호산에서 번군에게 포위되자, 부친을 구하려던 설정산은 실수로 활을 잘못 쏘아 죽게 한다.
천자는 설정산을 서인으로 만들고, 번이화를 데려오지 않으면 처형하겠다고 한다. 대장군에 봉해진 번이화는 세 번 버림받은 복수로, 설정산을 세 번 쫓아낸 뒤 마침내 함께 천자에게 나아간다.
이 작품은 「설정산정서」의 제23회부터 44회까지를 번역한 작품이다. 번역 양상은 다른 「설인귀전」계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장회(章回) 제목을 모두 생략했고, 세부적인 내용을 생략하거나 축역 또는 의역하였다.
이 소설의 주된 줄거리는 여주인공 번이화와 남주인공 설정산의 대결이다. 이 대결에서 번이화는 수 차례에 걸쳐 설정산의 생명을 좌우할 정도로 설정산보다 우위를 차지한다. 그리고 결국, 설정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번이화의 뜻대로 혼인이 성취된다.
이러한 남성을 능가하는 여장군상은 「황운전(黃雲傳)」·「홍계월전(洪桂月傳)」·「박씨전(朴氏傳)」등의 여장을 등장시키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며, 또한 여성 독자들의 흥미를 끌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군담 소설의 여장들은 대체로 남장으로 변장하고 활동하거나, 혼인 후에는 가정으로 들어간다. 이러한 점은 조선조 가부장제의 남성 중심 사고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으며, 중국 소설의 여장과 차이점을 보인다. 1983년 인천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에서 『고소설전집』으로 영인, 간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