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 이씨 계남파(溪南派)의 인물 가운데 삼대에 걸쳐 참판을 역임한 이언순(李彦淳, 1774∼1845), 이휘정(李彙廷, 1799∼1875), 이만운(李晩運, 1815∼1886)의 영달을 그린 한글 실기문학이다. 전언에 따르면, 이만운의 셋째 동생인 이만기(李晩起)의 손녀가, 시집가기 전에 선대의 사실을 알고 한글로 지었다고 하나 확실하지는 않다. 이 작품은 가문 의식이 팽배했던 조선 후기에 이씨 가문의 창달을 자랑하는 한편, 가문에 대한 기억과 함께 자부심을 고양하기 위한 목적으로 창작한 것으로 보인다.
〈해동이씨삼대록〉은 주인공인 이언순에 대한 소개에 이어, 그의 혼인 관계, 등과 여부, 자녀, 행적, 죽음 등을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이휘정과 이만운에 대해서도 위에서 언급한 여러 정보를 드러낸다. 즉, 이 작품은 역사적 시간에 맞추어 발생한 일들을 적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인물의 행적이 끝나기도 전에 그 아들에 관해서 기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은 실제 사실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화설 해동 조선국 순조 연간에 교남 예안현에 일위 명환이 있으니”로 시작하는 이 작품의 서두 부분은 흥미롭다. 이는 일반적으로 고전소설 서두의 모습과 같다. 또한 작품 말미에 이휘정의 회갑과 회혼에 잔치를 여는 모습은 대장편소설의 결말 부분에 집안 어른을 위하여 잔치를 배설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해동이씨삼대록〉이 어느 정도는 고전소설과 관련을 맺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해동이씨삼대록〉은 작품의 서두가 고전소설의 서두와 같은 점 때문에 가전(家傳)에서 소설로 이행하는 문학사적 흐름을 확인시켜 주는 중요한 예로 거론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이 순조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고전소설보다도 그 출현 시기가 훨씬 후대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오히려 고전소설의 영향으로 소설적 모습을 띠게 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