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무관으로 지금은 가옥 중개업으로 근근이 먹고사는 복덕방 주인 서참의, 재판소에 다니는 조카를 빌미로 대서업을 하려고 운동을 하며 속수국어독본(速修國語讀本)을 노상 끼고 다니는 박희완 영감, 그리고 무용가 딸을 두고 땅 투기를 하다가 실패한 안초시, 이들이 복덕방을 터전으로 연명해 간다. 이렇듯 시대 변화에 따라 양반으로서의 위신을 잃은 노인들이 복덕방에서 소일하는데 그 가운데 안초시 노인이 딱하게 세상을 떠났다는 내용이다.
이 안초시는 무용을 하는 딸이 용돈을 잘 주지 않아 항상 불만을 가지고 있는데 서해안에 항구가 생기니 땅을 사두라고 딸에게 권한다. 그러다가 낭패를 보게 되어 결국 자살을 하고 노인들이 장례식에 참여하여 장지까지 따라가려 했으나 거기 모인 딸을 비롯한 젊은이들의 행태에 반감을 가지면서 가지 않는다는 줄거리이다. 이처럼 죽은 노인에게 동정을 보내면서 세태 변화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현실에 대하여 정면대결을 피한 대신 그것을 제재로 서민 생활의 한 단면을 부각시킨 것이다. 즉, 봉건적 풍속 속에서 급격히 식민지 자본주의적 풍토로 변모해 가는 사회 변화 추세 속에서 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거나 혹은 그것을 극복하려는 아무런 의지도 보이지 않는 수동적 인물을 그렸다는 평을 받는다.
따라서 이태준을 딜레탕티즘(dilettantism)의 작가라고도 하는데, 대표작으로 평판되는 「복덕방」을 비롯하여 「가마귀」, 「불우(不遇)선생」 등은 거의 전부 일상적인 사소한 것들에게 복수를 당하는 패배적 인간들이 그려지고 있다. 결국 사회에 대해서는 냉소로, 그리고 인생에 대해서는 아이러니로,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페이소스로 응답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