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휴당집(浮休堂集)』은 조선 중기 부휴계(浮休系)의 조사 부휴 선수(浮休善修)의 시와 글을 담은 문집이다. 1619년 처음 편찬 간행되었고 1920년에 다시 중간되었다. 이 책에서 선수의 선의 경지, 불교와 유교를 아우르는 교유 관계, 그의 활동과 사상적 지향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시대의 아픔을 공유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선과 교를 아우르는 조선 후기 불교의 방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부휴 선수(浮休善修, 1543∼1615)는 전라도 남원에서 태어났고 속성은 김씨이다. 20세에 지리산에서 신명(信明)에게 출가한 후 부용 영관(芙蓉靈觀, 1485∼1571)의 법을 이었다. 선수는 평생 수행에 힘썼고 유학과 시문, 서예에도 뛰어났다. 광해군의 원찰인 경기도 양주 봉인사(奉印寺)의 법회를 주관했고, 당대에 사명 유정(四溟惟政, 1544∼1610)과 함께 ‘이난(二難)’으로 칭해졌다. 벽암 각성(碧巖覺性, 1575∼1660)을 비롯해 문하에 700여 명의 제자를 두어 부휴계浮休系)를 일으켰고, 광해군으로부터 ‘홍각등계(弘覺登階)’의 시호를 하사받았다.
5권 1책. 목판본. 선수의 제자 각성, 희옥(熙玉)이 편집하여 1619년(광해군 11) 전라도 곡성 태안사(泰安寺)에서 처음 간행하였다. 풍성후인(豊城後人) 반환자(盤桓子)의 서문이 실려 있다. 부휴계 사찰이었던 구례 화엄사(華嚴寺)에서 1920년에 중간했다.
이 책의 「제중간부휴집후(題重刊浮休集後)」와 간기에 의하면 혜찬 진응(慧燦震應, 1873∼1941)과 명안(明眼)이 남원에서 오래된 『부휴집』 한 본을 얻었는데 이를 만력(萬曆) 연간에 간행된 태안사 초간본과 교감하여 1920년 지리산 화엄사에서 중간했다고 한다.
권1에는 오언절구(五言絶句) 28편(45수), 권2에는 오언율시(五言律詩) 35편(48수), 권3에는 칠언율시(七言律詩) 16편(18수), 권4에는 칠언소시(七言小詩) 150편, 권5에는 소(疏) 13편과 기(記) 1편, 서간문 2편이 수록되어 있다.
권1에서 권4까지에는 사명 유정을 비롯한 당시의 이름난 고승과 수행승, 명망 있는 관료나 유생들에게 보낸 시를 비롯하여 자연과 사찰을 주제로 하여 그의 독특한 선관(禪觀)과 감흥을 담은 시, 임진왜란 당시의 정세와 관련된 시, 임종게(臨終偈) 등 역사 자료로서 가치가 높은 시문이 수록되어 있다.
권5에는 준노사(俊老師)의 백일재(百日齋)에 올리는 축원의 글, 『화엄경』 인쇄와 수륙재(水陸齋)를 축원하는 글, 부용당(芙蓉堂)의 백일재에 올리는 글, 박대비(朴大妃)의 회임(懷妊)을 축원하는 글, 이생원(李生員)의 구직(求職)을 위한 글, 문양부원군(文陽府院君)의 백일재에 올리는 글, 사명대사의 소상(小祥)에 부치는 글 등을 실었다. 또 등계대사(登階大師)의 천도(薦度)를 위한 글, 부모의 천도를 위한 글, 전사자를 천도하는 글, 비로전(毘盧殿) 등의 기와 보수와 관련된 글, 금강산 백천동(百川洞) 교량 위에 세워진 누각에 대한 글 등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는 왕실의 번영을 기원하고 효를 강조한 내용, 스승 부용 영관과 도반인 사명 유정의 죽음을 애도한 글도 있고, 임진왜란의 참상 속에서 원혼 구제와 위령을 위한 재회 설행 등 당시의 시대상과 불교계의 구체적 활동 모습을 생생히 전하고 있다.
이 책에서 부휴 선수의 선의 기풍과 교류, 당대의 역사상과 불교의 역할 등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격외(格外)의 선법과 조사선(祖師禪)의 수행 경지, 우국애민(憂國愛民)의 충정과 중생 구제를 위한 불교적 염원이 담겨져 있다.
이 책은 조선 후기 부휴계의 조사인 부휴 선수의 문집으로서 그의 선적 경지, 유불을 아우르는 교유 관계, 활동 내용과 사상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임진왜란과 같은 전란을 겪으면서 수많은 어려움을 감내해야 했던 당대인들의 고민과 현실 인식을 읽을 수 있다. 또 교단을 중흥시키고 불교의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해야 했던 시대적 과제 앞에서 당시 불교인들이 어떻게 대처하고 노력했는지를 살필 수 있다. 이 책은 조선시대 승려들이 국가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시대의 아픔을 공유하는 모습을 생생히 보여 주며, 선과 교를 아우르는 조선 후기 불교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도 필요한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