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권(권1∼10) 5책. 동활자본. 1991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원래 이 책은 송나라 설두중현(雪竇重顯)이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에서 참선에 참고 되는 공안(公案) 100개를 뽑아 송(頌)을 달고 여기에 원오극근(圜悟克勤)이 평석(評釋)을 붙인 것이다.
1125년(인종 3) 극근의 제자에 의해서 편집 간행되었다. 그 뒤 극근의 제자 대혜선사(大慧禪師)가 이 책으로 인해 선(禪)을 형식화하고 흉내만 내는 구두선(口頭禪)에 빠질까 우려하여 간본(刊本)을 회수하여 태워버렸다. 그 뒤 장명원(張明遠)이라는 사람에 의하여 중간된 것이 유통되었다.
이 책을 찍은 을유자(乙酉字)는 『원각경』을 찍기 위하여 세조의 명으로 정난종(鄭蘭宗)의 글씨를 자본(字本)으로 주조한 큰자 · 중간자 · 작은자의 동활자인데 자체가 고르지 않아 별로 이용되지 않았던 활자이다.
『벽암록』은 그 동안 육당문고(六堂文庫)의 것이 1317년(충숙왕 4)에 간행된 것으로서 최고본으로 알려져 왔으나, 이는 중간본의 후서(後序)의 연대를 간기로 잘못 이해한 것이었다.
이 책은 본문 몇 장이 결실되어 같은 판본인 일본의 다이토큐문고(大東急文庫) 소장본과 비교해 보면 권머리에 서문 4편이 빠져 있다. 이 책은 중국의 임제종(臨濟宗)에서 최고의 지침서로 꼽혔던 것으로 우리나라 선가(禪家)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 책이다.
또한, 조선 세조 때 주조한 것으로 판본이 희귀한 을유자로 찍은 동활자본으로 벽암록 가운데 완질이고 현존 국내 최고본(最古本)이다. 삼성출판박물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