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4년 『개벽(開闢)』 53호에 발표되었다. 제1기 프롤레타리아문학(신경향파문학)의 선편을 쥔 작품이다. 제목 밑에 ‘미정고(未定稿)’라고 표기되어 있고, 원고지 약 10장 가량의 글이 삭제된 채 발표되었다. ‘붉은 쥐’는 생의 저변에서 쥐처럼 살아가는 무산대중의 생존을 은유한 것이다.
주인공 박형준은 어느 집 줄행랑에서, 가난에 찌든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셋방살이를 하고 있었다. 그 속에서 박형준은 어려운 현실에 눌려 삶과 죽음의 경계선상에서 무기력하게 살아 나가는 많은 사람들을 의식하면서 식민치하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에 관심을 집중시킨다.
그러면서 박형준은 가난에 찌든 사회의 다른 한 면에는 ‘점잖은 도둑놈들’이 행세하고 다니는 것에 불만을 품는다. 그러던 중 그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철학을, 쥐가 살아가는 방법에서 연역해내고, 절도 행위를 하면서 총을 난사하다가 소방대 자동차에 치어 붉은 피로 길바닥을 물들이면서 처참하게 죽어간다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붉은 쥐 · 붉은 피 · 적도 · 불자동차 등의 소재에서 이미 원색적 성향을 나타내고 있으며, 구성에 있어서도 살인 방화로 끝맺는 등 충격적 방법을 쓰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생동감 넘치는 묘사나 집중적 효과를 낼 수 있는 대화보다는, 단계적 서술이나 관념적 독백이 주가 되어 있고, 사건의 인과관계가 희미한 곳이 있다.
이 소설이 의도하였던 것은 주인공 박형준의 독백을 통하여 짐작하건대, 대체로 반일제식민지정책과 반자본주의이며, 이 작품은 곧 이러한 이중적 모순을 깨닫지 못한 우중(愚衆)을 향한 인텔리겐치아(intelligentzia, 지식계급)의 급진적 선언이다. 중간에 삭제된 부분들은 대체로 반일제식민지정책과 관련된 부분인 듯하다.
이 소설은 너무 관념적이라는 평을 받아왔는데, 이와 같은 관념적 성향은 그 자신이 자산 인텔리겐치아의 바탕에 서 있었다는 점과, 이론이 작품보다 앞섰다는 점에서 연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의 의의는 당시까지 한국문학의 고질이었던 눈물 · 영탄 등을 극복하면서 역사의식과 현실 투시를 바탕으로 한국 문단을 새롭게 이끌어가려 하였던 선구적 의욕에서 찾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