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문장(文章)』 4월호에 게재되었다. 동경 유학생의 무기력한 하숙 생활을 골자로 하여, 외면적 사건의 전개보다는 내면적 심리의 흐름을 묘사한 1인칭소설이다. 주로 지식인의 무기력과 이에 따르는 자의식의 과잉이 전편에 흐른다. 3장으로 구분되어 있다.
동경에 유학 온 지 3년이나 되는 ‘나’(긴상)는 하숙집에서 이불과 고적함과 무료와 씨름하는 나날을 보낸다. 때로는 일부러 앓고 누워 있기도 한다. 그 집 하녀 유미에는 나에게 은근한 호의를 베풀지만 사모의 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유미에를 사랑하려면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람이 되려면 자기의 생활을 가져야 한다. 유미에가 태연하게 생활과 싸울 수 있는 것은 생각할 능력을 안 가진 때문이요, 내가 허둥지둥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말하자면 영리한 때문이다.
그런고로 나는 유미에에 대하여 동정을 느끼지 않았고, 느낄 필요도 없었다. 따라서 진심으로 유미에를 사랑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어느 정도 살아 있는지 시험해보려고 유미에를 범한다. 그녀는 피하지 않았다.
50원의 거액이 동봉된 윤군의 편지를 받았다. 무위의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객지에 있기 때문도 아니고, 외로움에서 온 것도 아니며, 가난으로 인한 것도 아니다. 이유는 다만 저 할 일을 눈앞에 뻔히 바라보고도 손을 대지 못한다는 그 한 가지 일뿐이라는 생각에서 윤군은 나와 같다.
유미에가 밀린 밥값을 몰래 내주었고, 내 주위를 둘러싼 두터운 애정 속에 파묻혀 오직 당황하고 있을 뿐이다.
그 무렵 맹렬한 지진이 습격하였다. 형용 못할 불안과 공포가 대지를 휩싸고 돌았다. 유미에의 모습이 떠올랐다. 미친 듯이 이층으로 뛰어 올라 유미에를 번쩍 쳐들어 가슴에 안고, 유미에를 사랑하여야 할 것을, 그리고 유미에를 사랑할 힘이 있다는 것을 혼자 마음속으로 반갑게 여겼다.
이 작품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 생활·자기 관점을 가져야 하는데, 오히려 이것 때문에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유미에를 사랑하지도 못하는 ‘긴상’, 그리고 의식 없이 반항 없이 호의로만 살아나가는 ‘유미에’, 두 인간상의 대립이 이 소설의 골격을 이룬다.
그러나 결국 지진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주인공은 유미에를 안고, 유미에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사랑할 것을 느낀다. 약화된 행동, 지나친 의식이 전편에 흐르는 것이 특색이다. 한편, 긴밀하지 못한 구성, 진취적이지 못한 테마, 일회성에 그치는 사건 등 작품의 한계점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