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팔봉(金八峰)이 지은 중편소설. 1930년 1월 15일부터 7월 24일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다. 1929년 5월 김팔봉은 중외일보사에 사표를 내고, 어업 경험자인 장인 및 몇 사람의 동업자와 함께 처가가 있는 함경남도 이원군에다 정어리공장을 차렸으나 실패하고 말았는데,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1929년 봄부터 1930년 봄까지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여 함경남도 신창항 부근의 정어리잡이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어부들의 애환을 그렸다. 그리고 계층간의 갈등과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사건의 이면에 작용하는 역사적·사회적 제조건의 폭로를 기도한 소설이다.
주인공들을 계층별로 구분해 보면, 일본인 자본가 구원, 그 돈을 빌려서 정어리공장을 경영하는 재주(財主) 조명규 노인, 그에게 정어리를 잡아 납품하는 세 선주(船主) 만돌·흥업·준택, 그리고 그들의 배에서 일하는 광식 등의 네 계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 그들을 둘러싸고 주모 북평집, 그 남편 인호, 어민조합의 노송민 등이 각기 다른 위치에서 그들의 삶과 사고를 엮어나간다.
만돌·준택·흥업 등 세 선주는 조명규 노인의 정어리공장에 정어리를 잡아 납품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배는 도지기(정어리가 일시에 많이 생산되는 때)를 맞아서도 번번이 빈배로 오기 일쑤였다.
그러면 일본인 자본주는 재주 조 노인에게 빚을 못 갚겠거든 어음에 도장을 찍으라고 강요하고, 조 노인은 다시 선주들에게 빚 대신 배의 매도증서를 만들어 놓으라고 호통을 치는 것이다.
이 사이에서 선부들이나 그들 주위의 뿌리 뽑힌 자들이 겪는 고통에도 작가는 중점을 둔다. 이러한 틈새에서 광식이나 노송민 등 시대 상황을 투시한 사람들에 의하여 어민조합이 결성되면서 어업자본가에게 착취당하여서는 안되겠다고 결의하게 된다.
일제 식민지 정책과 봉건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자본주들의 인간상을 부각시키고, 하층민들의 인생유전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김팔봉이 의도하고자 하였던 것은 빈민, 그 중에서도 어민들을, 그들이 가지는 숙명론적 사상과 지배자를 향한 노예근성, 몽환(夢幻)의 향락으로부터 구출하고자 한다. 또한 세계사의 주인공으로서의 임무를 다하도록 끌어 올려주면서 삶의 지표를 마련해주려는 것이었다.
이 소설을 쓸 무렵 김팔봉은 그 자신의 비평 활동의 백미(白眉)라고 할 통속소설론 및 대중화론을 전개하고 있었고, 이 작품은 그 실천적 의미를 지닌다. 중간에 삽입된 주모 북평집의 애증사(愛憎史)는 대중적 흥미를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