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총은 1916년에 조사되었으며 ‘호남리사신총’ ‘호남리사신무덤’으로도 불린다. 이 고분은 호남마을 뒤 얕은 구릉 위에 자리잡은 호남리고분군에 속해 있으며 돌방무덤〔封土石室墳〕의 하나이다. 현재 북한 국보 제26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2004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바 있다.
고분의 구성은 널길·널방으로 구성되어 있고, 널문〔羨門〕이 남벽 중앙에 달린 방선형(方扇形) 외방무덤(單室墓)이다. 천장은 평행삼각고임이다. 무덤의 방향은 남향으로 널길의 길이와 폭은 각각 2.5m, 1.3m이고 널방의 길이는 3.6m, 너비 3.1m, 높이 3m이다.
잘 다듬은 대리석으로 무덤칸을 짓고 벽과 천장고임의 판석 틈 사이를 회로 메웠다. 벽화는 돌 위에 직접 그렸다. 1916년 발견 당시 천장부에 있는 벽화는 탈락되어 알 수 없었으나 주벽(主壁)에는 사신도가 그려져 있었다.
사신도는 독특한 필력으로 처리되었는데 대부분의 벽화고분과 마찬가지로 사신총 역시 널방 안에는 거의 아무런 유물도 남아 있지 않았다. 널방 남벽의 암수 주작은 널방 문을 사이에 두고 두 날개를 편 채 마주보며 서 있다. 다른 고분의 주작과 달리 머리에 별다른 깃 장식이 없고 과장된 부리를 지니고 있지도 않으며 꽁지깃도 비교적 단순하다.
동벽의 청룡은 가만히 서서 고개를 돌려 자신의 꼬리부분을 바라보는 자세다. 외뿔이며 과장된 눈썹을 지니지 않았고 목 뒤로 척목(尺木)이 표현되지 않은 점 등이 다르다. 서벽의 백호도 청룡처럼 가만히 서서 고개를 돌려 자신의 꼬리부분을 바라보는 자세다. 측면에서는 보이지 않는 반대편의 눈과 귀를 표현하면서 이루어내는 백호의 과장된 얼굴묘사는 전형적인 사신도벽화로 이행하는 단계의 과도기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북벽 현무의 뱀은 거북의 머리쪽을 향하여 몸을 기울이는 대신 몸을 세워 약간 뒤로 제낀 채 머리를 비스듬히 들어 눈을 허공으로 향한다. 마주 보아야 할 뱀과 거북의 머리는 사실상 서로를 외면하고 있다. 뱀과 거북의 이런 자세는 다른 고분벽화의 현무에서는 볼 수 없는 것으로 자웅상응이라는 현무의 표현원칙과는 맞지 않는다. 널방 천장고임과 천장돌에는 벽화가 남아 있지 않다.
사신총은 큰 돌의 사용, 석면(石面)상의 직접작화(直接作畵), 기둥소멸, 주벽사신도(主壁四神圖) 등 지금까지의 고분벽화들과는 차별화된 새 단계를 보여주고 있으며, 후기 사신도시대의 개막을 알려주는 지표가 되었다.
고구려의 70여기에 가까운 고분벽화 가운데 이 사신총은 흰 대리석 벽면에 사신만이 그려져 있을 뿐 다른 장식무늬가 없는 독특한 무덤이다. 화법이 고졸(古拙)하고 사신의 형태도 고식(古式)이며, 인동문(忍冬文)이 아직 나타나 있지 않다. 따라서 이 고분이 사신도분(四神圖墳)이더라도 그 축조연대는 5세기 말에서 6세기 초의 이른 시기에 해당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 고분은 유물이 거의 남아 있지 않고 묵서명도 발견되지 않아 피장된 주인공이 누구인지 확실치 않다. 하지만 호남리고분군에서 사신총이 차지하는 위상이나 사신총의 고분벽화를 통해서 이 무덤이 왕이나 왕족의 무덤이었을 개연성이 있다. 특히 559년에서 589년까지 재위한 고구려평원왕이나 590년에서 617년까지 재위한 영양왕의 무덤으로 보는 견해가 제기되어 있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