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1책의 국문 활자본이다. 1918년에 이문당(以文堂)에서 90쪽 분량으로 발행되었다. 아직까지 필사본과 목판본은 발견되지 않았다.
명문대가의 장남 이춘풍은 벼슬길에 나가기를 싫어하고 독서만 하며 남녀간의 성생활을 추하게 여기는 극단적인 도덕 군자이다. 어느 날 춘풍은 홍제원에서 무관들에게 온갖 비방과 곤욕을 당한다. 이 자리에서 춘풍을 본 기생 홍도화와 유지연은 남장을 하고 춘풍을 찾아가 사제의 관계를 맺는다. 두 기생은 춘풍과 함께 강산을 유람하던 중 가짜 선녀 행세를 하여 마침내 춘풍의 절개를 깨뜨린다. 자초지종을 들은 춘풍은 두 기생과 더불어 날마다 즐겁게 논다. 이후 춘풍은 평양에 교방(敎坊)을 창건하고, 두 기생은 수석이 되어 24교방을 거느린다. 이후 교방의 풍속이 순화된다.
이때 상업적 이권을 노린 통인(通引)의 우두머리 노영철과 기녀 심일청이 이춘풍을 모함하여 이춘풍은 유배를 가고 교방이 폐쇄된다. 그러나 신임 사또인 홍 상서가 부임하고 이춘풍은 유배에서 풀려난다. 이후 이춘풍은 다시 교방을 열라는 홍 사또의 제안을 거절하고 은거한다. 세 사람이 평양 대성산에 초당을 짓고 세상의 영욕을 버린 채 행복하게 여생을 살아가니, 사람들이 이들을 가리켜 ‘지상삼선(地上三仙)’이라 불렀다고 한다.
고매한 도학자(道學者) 이춘풍이 한량들에 의해 비방 · 조롱 당함으로써 유교의 문치주의와 문반(文班)의 특전 의식을 풍자하는 풍자 소설이다. 애정 지향적 훼절 소설의 구조도 가지고 있으며, 기존의 관념을 파괴하는 사건을 벌인다는 점에서 세태 소설적 특성도 나타난다.
이 작품은 도학자가 기생의 모가비(우두머리)가 됨으로써 기생과 교방의 권위가 상승 · 미화되어 있다. 이춘풍의 응고된 성격과 비사회성이 풍자된 전반부는 문반에 대한 무반의 잠재적 불만이 표출된 것이며, 특권층에 대한 서민의 항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홍도화와 유지연 두 기생의 가짜 선녀 계략에 속아 기생의 모가비가 된 후반부 사건은 단순한 훼절이 아니다. 두 기생은 처음부터 춘풍의 도학을 깨뜨리고자 한 악의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결연을 위해 방편을 쓴 것이다. 따라서 이춘풍과 같은 도학군자가 기생의 모가비가 되고 교방의 주인이 되게 한 것은 도학군자의 타락이 아니라, 기생과 교방을 천시한 기존 의식을 없애고 권위를 상승시키고 미화하고자 한 시대정신과 사회 의식의 반영이다.
한편, 「삼선기」는 남녀 주인공의 정체성 찾기 과정이 나타나는 성장 소설로 읽을 수 있다. 작품에서 남녀 주인공은 다른 공간으로의 이동을 겪으면서 정체성에 대한 탐구와 정립에 점점 다가간다. 즉 공간이 달라짐으로써 다른 정체성의 확립을 꾀하고 그에 따라 다른 수준의 정체성에 도달한다. 그러나 정체성 찾기의 방향에 있어서는 서로 다르게 행동한다. 남주인공은 정신이 미숙한 상태에 처해 있다가 차원을 달리한 세계로 이동을 겪음으로써, 외적 세계에 휘둘리고 외적 세계의 어떤 권위나 논리에 의존한다. 반면 여주인공은 어느 정도 정체성을 확립한 단계에서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사람을 만나며, 세계에서도 주도적인 위치를 점하면서 적극적인 대응을 한다.
「삼선기」는 판소리 열두 마당 가운데 하나인 「가짜신선타령」과 결구의 유사성이 논의되기도 하였다. 또 「이춘풍전」과 공통되는 점이 많기 때문에 19세기 작품으로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