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학선전」은 작자·연대 미상의 고전 소설이다. 천상 세계에서 죄를 지은 선관과 선녀가 인간 세상으로 쫓겨나 유백로와 조은하로 환생하여 인연을 맺는 결연담과 두 사람이 온갖 역경을 겪는 고난담을 그린 작품이다. 남녀 주인공이 인연을 맺을 때 교환한 '흰 학이 그려진 부채'인 ‘백학선(白鶴扇)’을 작품 제목으로 삼고 있다.
1책 분량이나 이본이 많은 편이다. 필사본 35종, 경판본 12종, 활자본 3종 등 약 50종의 이본이 알려져 있다. 국문본이 대다수를 차지하며, 국한문 혼용본도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단국대학교 율곡기념도서관 나손문고(구 김동욱 소장본), 일본 교토대학 등에 소장되어 있다. 교토대학 소장본은 서울 아현동에 있었던 세책점에서 1898년과 1899년 사이에 필사하여 대여해 주었던 세책본으로, 권1이 없는 낙질본이다.
필사본의 필사 연도가 가장 앞서는 것은 1885년이고, 활자본은 1952년에 간행된 이본도 있는 것으로 보아 1885년부터 1952년까지 유통되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이외에도 영역본, 독역본, 일역본이 존재한다.
명나라 시절 남경 땅에 사는 유태종은 대대로 충과 효로써 이름이 높은 가문의 후예로, 늦도록 자식이 없어 안타까워 하였다. 그러던 중 부인이 일월성신에게 빌어 북두성의 지시로 아들을 얻게 되었는데, 그 이름을 백로라 하였다. 백로는 전생에 천상 세계의 선동으로서 옥황상제에게 죄를 지어 지상 세계로 쫓겨 온 인물이었다. 유백로는 10세 무렵 가보(家寶)인 백학선(白鶴扇)을 가지고 집을 나가 스승을 찾았다.
한편, 이부 상서 조성노는 혈육이 없어 한탄하며 세월을 보냈다. 부인과 함께 절에 가서 빈 뒤에 딸을 낳았는데 이름을 은하라 하였다. 은하 역시 전생에 천상 세계의 선녀로 옥황상제에게 죄를 얻어 지상 세계로 쫓겨 온 인물이었다. 조은하가 외가를 다녀오다가 유자를 따서 쉬고 있었는데, 유백로가 조은하를 보고 반하여 유자를 청해 받는다. 유백로는 백학선에 시를 지어 조은하에게 주고 두 사람은 헤어진다. 유백로는 3년 뒤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뒤, 과거에 장원 급제(壯元及第)한다. 그리고 순무어사(巡撫御使)가 되어 조은하를 찾으려 한다.
한편, 조은하는 최국양이 청혼을 하였으나 유백로와 결연하였기에 청혼을 거절한다. 그러자 최국양이 앙심을 품고 조씨 집안을 음해하고, 이로 인해 조성노는 가족을 이끌고 유백로가 있는 남경으로 떠난다. 도중에 독질(毒疾)로 조성노 부부가 죽고 가달이 남경으로 침범하는 바람에 조은하는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기주에서 기주 자사인 유태종이 백학선을 보고 도둑으로 오해하여 조은하를 투옥한다. 유태종은 백학선을 빼앗을 수 없음을 알고 조은하를 석방한다.
조은하를 찾아 헤매던 유백로는 외숙으로부터 조은하가 남경으로 갔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에 유백로는 남경으로 올라왔으나 조은하를 만나지 못하여 상사병을 앓는다. 그러다가 가달의 침입을 막고자 출전하는데, 이때 최국양이 군량 보급을 끊어 유백로가 적에게 사로잡힌다. 조은하는 고향으로 가는 길에 주막 주인에게 용력을 얻는 환약을 받아 먹고, 한수에서 태양 선생을 만나 길흉을 듣는다. 형주로 가다가 유태종 집의 노비였던 자를 만나 유백로가 대패했다는 소식을 들은 조은하는 황제에게 출전하겠다는 표문을 올린다. 결국 조은하는 대도독 겸 대원수가 되어 출전하고, 선녀로부터 백학선 사용법을 계시 받아 백학선으로 가달을 물리쳐 항복을 받는다. 그리고 조은하와 유백로는 백학선으로 인연을 확인한다. 황제는 조은하의 표문을 보고 최국양을 죽이고, 유백로는 연왕, 조은하는 정렬충의 왕비에 봉한다. 두 사람은 혼인하여 삼자일녀를 낳았고 80여 년을 해로하다가 선동과 선녀를 따라 승천한다.
이 작품은 적강소설(謫降小說)이면서 영웅소설이다. 무엇보다도 남녀 주인공의 애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철저한 애정소설이라는 특색이 있다. 혼인에 있어서 부모나 임금의 뜻보다는 주인공들의 뜻이 더 존중되며 선뜻 받아들여지는 점도 특징적이다.
남녀 주인공이 각기 싸움터에 자원하여 나아가는 것도 국가나 군왕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사랑하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라고 하는 점 또한 특기할 만하다. 여성의 출전을 황제가 허락한다는 사실도 여성의 지위 향상 및 여권(女權)의 신장 등과 관련이 있다.
남주인공 유백로와 여주인공 조은하가 천상계에서 애정을 나눈 죄로 적강했다고 하는 사실과 지상계에서의 인생 편력 과정은 유기성을 지닌다. 그러나 조은하는 적강의 죄목이 ‘은하수에 오작교를 놓은 것’으로 구체적으로 제시되는 데 비해, 유백로는 그저 ‘상계에서 득죄’한 것으로 막연하게 제시되는 점이 주목된다.
비교적 진보적인 사상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서 조선 후기에 창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외국에서 번역될 만큼 인기가 있었던 작품이다. 알렌(Horace Newton Allen, 1858-1932)은 「직녀와 견우」라는 제명으로 영어로 번역하였는데, 서두에 「견우직녀 설화」를 배치하고 본문에 「백학선전」을 배치하였다. 이후 아르노스(H. G Arnous)는 알렌의 영역본을 독일어로 재번역하였고, 우스다 잔운(薄田斬雲, 1877-1956)은 아르노스의 독역본을 「여장군(백학전)」이라는 제명을 달아 일본어로 재번역하였다. 그리고 미출간이기는 하지만 1921년에 영역된 것으로 추정되는 게일(James Scarth Gale, 1863-1937)의 「백학선전」은 경판 20장본을 저본으로 삼아 다양한 표현들과 한자 성어, 비유적 표현들을 충실히 번역하였다. 이는 「백학선전」에 담긴 언어적 표현을 직역 및 완역하고자 노력함으로써 문학 작품의 다층적 의미를 담지하고자 한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