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 3책.
국문 목판본(木版本). 국문 활자본(活字本). 국문 필사본(筆寫本). 한문 필사본.
목판본은 서울에서 새긴 방각본(坊刻本) 중 최초로 간행된 판본으로, 간행 연대는 1848년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는 모리스 쿠랑(Courant,M.)의 『한국서지(韓國書誌)』(프랑스, 파리 Ernest Leroux Editeur, 1894)의 간지(干支)를 고려해서 추정한 것이므로, 이본의 출현 등으로 재고(再考)될 수도 있다.
방각본은 희귀본(稀貴本)이 되었다. 국내에는 오한근(吳漢根)이 상 · 중 · 하 3책을 소장하고 있다. 그리고 서강대학교 도서관에 상권이 소장되어 있고, 서울대학교 도서관 가람문고에 하권 1부가 「금수전(禽獸傳)」이라는 제목으로 소장되어 있다.
영국 스킬랜드(Skillend)가 보내온 대영박물관(大英博物館) 소장 「삼설기」 하권 및 파리 동양어학교(東洋語學校) 소장 3책의 마이크로필름을 통하여, 이 소설이 원래 「삼설기」이고, 「금수전」은 여기서 「노섬상좌기(老蟾上座記)」를 깎고 간행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또 오한근 소장본과 파리 동양어학교본은 편집된 순서가 다르다.
활자본으로 조선서관판 『별삼설기(別三說記)』가 있는데, 여기에는 「낙양삼사기(洛陽三士記)」 · 「황주목사기(黃州牧使記)」 · 「서초패왕기(西楚覇王記)」 · 「삼자원종기(三子遠從記)」 · 「노처녀가(老處女歌)」 5편이 실려 있다.
이 소설집에 수록된 단편들은 총 9편이다. 선본(善本)인 파리본에는 「삼사횡입황천기(三士橫入黃泉記)」 · 「오호대장기(五虎大將記)」 · 「황주목사계자기(黃州牧使戒子記)」 · 「서초패왕기」 · 「삼자원종기」 · 「노처녀가」 · 「황새결송」 · 「녹처사연회」 · 「노섬상좌기」 9편이 모두 수록되어 있다.
9편이 수록된 단편집에 「삼설기」라는 이름이 붙은 까닭은 김태준(金台俊)의 『조선소설사(朝鮮小說史)』에 근거를 둔다. 그렇지만 오한근 3책본이 「노처녀가」에서 끝나고, 「금수전」과 「노섬상좌기」가 따로 떨어져 나간 사실은 파리본 3책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므로 파리본은 경판(京板) 방각본의 최고본(最古本)으로 여겨지며, 9편 3책, 매책 3설을 수록하고 있어 ‘삼설기’라는 이름이 붙은 것으로 추측된다.
「삼사횡입황천기」는 함께 과거 공부를 하던 세 선비가 술을 마시고 인사불성(人事不省)이 되었다가 염왕(閻王)에게 잘못 잡혀가서, 그 대가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게 해 준다는 염왕의 말에 소지(所志)를 올린다는 내용이다.
「오호대장기」는 말단 초 포수(砲手)가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양반의 실상을 오호대장과 정확히 비교하고, 이를 들은 양반이 이를 인정하여 자신에게 아부하던 인물보다 초 포수를 높이 평가한다는 내용이다.
「황주목사계자기」는 윤수현이라는 사람이 아들 셋을 데리고 황주(黃州)에 부임(赴任)했다가 아들들이 기생(妓生)들과 어울려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일삼자, 다시 한양으로 올라가기로 한 후 세 아들들이 각각 기생과 이별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들들의 미래를 예감한다는 내용이다.
「서초패왕기」는 재주와 기예(技藝)가 남보다 뛰어난 선비가 산속에서 길을 잃고 우연히 우미인(虞美人)의 집에 들어갔다가 초패왕(楚霸王)을 만난다는 내용이다.
「삼자원종기」는 같은 스승 밑에서 함께 공부하던 세 사람이 각자의 소원을 이루고, 감사(監司)가 되길 원하던 사람이 신선이 되길 원하던 친구를 신선의 세계에서 만난 후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오니 많은 세월이 흘렀다는 내용이다.
「노처녀가」는 시집 못 간 불구(不具)의 노처녀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다가, 스스로 짝을 찾아 결혼한 후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황새결송」은 부자가 패악(悖惡)스러운 일가(一家)를 고소하였다가 형조(刑曹)에 뇌물을 준 일가에 패소하게 되자, 황새의 재판을 들어 형조의 부당한 판결을 비판한다는 내용이다.
「녹처사연회」는 녹 처사(處士)의 생일 연에 여러 동물이 한 자리에 모여 연회를 즐기다가, 모임에 초대받지 못한 개구리와 두꺼비가 백호 산군(山君)에게 소지를 올리고, 연회에 자신을 초대하지 않았음을 알게 된 백호 산군이 등장하자 녹 처사가 이를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노섬상좌기」는 장 선생의 제안으로 개최한 잔치에 참석한 동물들이 연장자를 가리기 위한 말싸움을 벌이다가 두꺼비가 연장자가 되지만, 초대받지 못한 백호 산군이 침입하자 여우가 말재주로 백호 산군을 물리친다는 내용이다.
『삼설기』는 고전소설 중에서 유일한 국문 단편소설집으로서 우리 문학사 속에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수록된 9편의 단편들은 조선 말기의 소설이면서, 그 구성이나 문장이 근대의 특징을 띠고 있고, 단편으로서도 기교적(技巧的)인 작품들이다. 작자가 밝혀지지 않는 것이 아쉬운 점이지만, 작품 자체도 다듬어진 기교를 지니고 있으면서 문장도 화려하다.
이 소설집에는 명부(冥府) · 선계 · 초월 공간 등 인간계와 가까운 이계인 내부적 이계가 나타난다. 주인공들은 특별한 장치나 충격 없이 걸어서 이계에 진입함으로써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계 체험을 한다. 그리고 이계는 인간계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어, 인간계에 대한 비판이 표현되는 공간으로 나타난다.
한편으로 『삼설기』는 대중적(大衆的)인 성격을 갖는다. 소설과 가사가 하나의 작품집에 존재하는 점, 양반과 일반 백성을 아우르는 당대의 학문적 소양이 있는 계급에서 유행하는 여러 양식들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 등을 통해 이를 알 수 있다. 특히 이 소설집은 상업적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추구하는데, 가사인 「노처녀가」조차도 당대에 유행하던 영웅소설(英雄小說)의 장르 관습 및 여성 영웅 신화(英雄神話)의 원형(原型)이 반영되어 있다.
또한 이 소설집은 한문 문학을 창작의 근원으로 삼으면서도, 국문소설이 가지는 낭독(朗讀) 및 청취(淸趣)의 향유 방식에 유리한 가사체(歌辭體)와 판소리 사설로 구현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20세기 전반 유성기(留聲機) 음반 및 라디오 방송과 같은 새로운 매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개되면서 송서화(誦書化), 즉 낭독되었다. 송서(誦書)는 경서나 한문 산문을 소리 내어 읽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그 영역이 확대되어 가는 과정에서 『삼설기』나 「추풍감별곡(秋風感別曲)」 같은 소설 작품도 선택되었다.
이 두 작품은 국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중국을 배경으로 하는 「서유기(西遊記)」 · 「서상기(西廂記)」와 비교했을 때 당대 향유층(享有層)이 받아들이기에 더 수월하였다. 그 결과 『삼설기』와 「추풍감별곡」은 후대에까지 지속해서 송서의 대상이 되었다.
「춘향전(春香傳)」 중에 「남원고사(南原古詞)」가 서울(한양) 시정(市井)의 요설(饒說)을 지니고 있는 것과 같이, 『삼설기』 역시 서울 시정의 위트나 유머를 지니고 있어, 한국적 풍자문학(諷刺文學)으로서 훌륭한 작품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점에서 이 소설집은 단편으로서 세계의 어느 나라에 소개해도 부끄럽지 않을 한국 단편문학의 중심이자 뛰어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