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본. 1848년에 간행된 목판본 『삼설기(三說記)』에 실린 작품 중의 하나이다. 오한근(吳漢根) 소장본과 파리동양어학교 소장본의 상권에 실려 있다. 오호대장은 「삼국지(三國志)」에 나오는 관우(關羽)·장비(張飛)·조운(趙雲)·마초(馬超)·황충(黃忠)을 말한다.
옛날에 물망(物望)이 당당한 양반으로 형조판서·훈련대장·전생제조(典牲提調)·포도대장을 겸하고 있는 이가 있었다. 하루는 7색 군병들을 불러놓고 세상에서 자기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말할 것을 그들에게 명하였다. 그들 중 아첨하는 자들은 양반에게 듣기 좋은 말로 백성들이 일면으로는 사또의 위엄을 두려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또의 은덕에 감격하고 있다고 아뢴다.
이 말을 듣고 우쭐하던 양반은 나아가 만일 자기가 삼국시절에 났다면 어느 지위에까지 오를 수 있었겠느냐고 또 묻는다. 이에 장교들 또한 천구일언(千口一言)으로 오호대장쯤에는 넉넉히 참예(參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며 높여주자, 대장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한다.
이 때 어찌할 수 없는 곤경에 처하여 살 방도를 구하고 있던 초포수(抄砲手)가 하나 있었다. 그는 마지막 수단으로 대장과 부하들 사이에서 묻고 대답하는 이야기들을 택하여, 거짓됨이 없는 진실한 말로 솔직하게 전에 나왔던 말들의 허황함과 사또의 태도를 바로 들어 면박하였다.
대장은 울화를 참지 못하여 그를 죽이려 하다가 ‘명정기리(明定其理)’한 뒤에 생사를 처결하기로 결정한다. 그리하여 대장이 초포수를 불러 가까이 앉히고는 대장인 자기 자신이 「삼국지」의 오호대장에 참예할 수 없는 곡절을 자세히 묻는다.
이에 초포수는 두려운 기색 없이, 관운장·장비·조운·마초·황충 등의 순서로 그들이 뛰어난 충성심과 용력을 지녔던 영웅들이었음을 아뢴다. 초포수의 말에 꼬투리조차 잡을 수 없었던 대장은, 그렇다면 자기가 당시에 어떠한 직책에나 가하였겠느냐고 재차 물었다. 초포수는 대장의 장점을 들어 대장이 삼국시절에 났다면 선전관은 익히 되었을 것이라고 하여 노함을 진정시킨다. 이어 초포수인 자기 자신도 삼국시절이 아니라 춘추전국시대에 났다고 하더라도 교련관은 능히 맡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자언(自言)하며 자기가 지니고 있는 재주를 드러낸다.
비로소 대장은 전에 자기 자신을 삼국시절의 오호대장에 능히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한 부하들의 말이 아첨의 말임을 깨닫는다. 이에 그와 같이 말하였던 자들을 불러 아첨한 것을 꾸짖고, 초포사가 차고 있는 요패(腰牌)와, 아첨하였던 자들이 차고 있던 장패(將牌)를 바꾸어 차도록 명한다.
이 작품은 당시 「삼국지」가 서민 사이에 얼마나 즐겨 읽혀졌는가를 밝혀준다. 동시에 거드름을 피우는 훈련원제조에게 당돌하게 맞서는 한 초포수를 통하여, 허세에 반항하는 서민적 발상이 재치있게 처리되어 있다. 또한, 이와 같은 서민적 반항에 선의로 맞선 훈련원제조도 당시 서민사회가 바라던 위정자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첨하는 인간들을 풍자하여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