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필사본. 두 종류가 전하는데, 정묘년에 필사된 것은 상권만 남아 있고, 병오년에 필사된 것은 상·하권으로 되어 있다. 초한(楚漢)과 삼국시대의 영웅들이 각기 전생에서 지은 업대로 다시 태어나, 중국 명나라를 배경으로 하여 용맹을 겨룬다는 영웅담이다. 왕현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하여 묘사되어 있다.
명나라 세종 때에 양순이라는 도사는 염라대왕의 초청으로 지부(地府)에 내려가게 된다. 지부에서 양순은 수백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초한과 삼국시대의 일을 판결하여 각각 그 사람의 지은 업에 따라 명나라 세종 때의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다.
승상을 지낸 왕진은 전실 장부인과 후실 남부인에게서 현과 충을 한 날짜에 얻는다. 두 아들은 점점 자라면서 학문과 도량과 기상이 남보다 뛰어남을 보인다. 그 즈음 황제는 1남 1녀를 두어 왕자는 황태자로, 공주는 연양공주로 각각 봉한다.
이부상서 이문희가 왕현과 왕충의 재주를 시기하여 왕에게 참소하여 왕승상과 두 아들을 정배시킨다. 또한, 유배지로 가는 도중에 자객을 보내어 왕현을 살해하려 하지만 왕현이 미리 알고 위기를 모면한다.
이 때, 북호·서융·남만의 삼국이 협력하여 중국을 엿보던 차에 호천통 등 삼국의 태자가 기병하여 명나라를 침략한다. 이문희 부자는 호적에 투항하고 황제는 울화로 죽는다. 새 황제에 오른 태자는 산 속으로 피신하고, 호천통은 대궐을 장악하고 연양공주를 옥에 가둔다.
왕현은 18세가 되자 나라를 구하고자 길을 떠나는데, 도중에 유소저를 만나 앞날을 기약한다. 왕현은 양순도사를 만나 모든 재주를 통달한 다음, 때를 기다리고 있던 장수들과 일을 도모한다. 그들은 황제를 찾아 모시고 병사를 일으킨다.
한편, 옥에 갇힌 연양공주는 선녀의 도움으로 탈출하여 산 속 노파의 집에 몸을 숨긴다. 왕현은 태을선관의 도움으로 호적을 완전히 무찌르고, 이문희 부자를 처단한다. 황제가 연양공주를 찾다가 소식이 없으므로 병이 들어 위독하게 된다.
왕현은 천상으로 올라가 천도(天桃)와 선약을 구해 와서 황제의 목숨을 구한다. 또한 암행어사가 되어 연양공주를 찾아오자, 황제는 그를 부마로 삼는다. 왕현은 다시 유소저를 맞아들여 공주와 함께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온갖 부귀영화를 누린다.
「왕현전」은 주인공 왕현의 영웅적 활약을 그린 영웅소설이다. 대개 영웅소설은 혼사장애를 극복하는 결연담과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는 무용담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작품도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지만, 결연담보다는 무용담이 주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왕현에게 혼사장애는 나타나지 않으며, 그의 고난은 간신 이문희 부자의 참소에 의하여 야기되고 있어, 그의 고난 극복은 시종 개인적 성격이기 보다는 국가적 성격을 띠고 있다. 따라서, 왕현은 다른 영웅소설의 주인공들처럼 개인적 요소를 거의 가지고 있지 않은 글자 그대로 영웅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