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필사 낙질본으로 현재 제 2권만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을츅 쵸츈의 만숑당 한만헌 필단”이란 필사후기로 보아 대략 1925년에 필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필사자로 추정되는 만송당 한만헌의 신분은 미상이다. 한편 『김용전』 뒷부분에 필사되어 있는 「향산동중약조」의 필사자가 “향산 만송당”이어서 『괴화기록』의 필사자와 동일인으로 추정된다.
“니 쇼셜쥬인 니씨부인 역 오젼히 된 고로(……)쇼상히 드른 바로 그 결점을 씻기 위ᄒᆞ여(……)”라고 한 필사후기의 내용을 보면, 만송당 한만헌이 듣고 안 이야기를 나름대로 엮어 필사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집안에 있는 꽃이 경사가 있으면 시절이 아님에도 만발하는 현상이 가문의 융성으로 상징되어, 제목에 ‘괴화기록’으로 붙인 것 같다.
안동부사의 부인은 잉태한 채로, 모략에 의해 부사를 살해한 김가에게 납치된다. 김가에게 겁탈 당할 위기에 처하나, 마침 옛날 부사가 황해도어사로 있을 때 은혜를 베풀었던 김좌수의 혼령이 나타나 도와준다.
김좌수의 혼령은 부인을 구하고 17년 뒤에 아들이 아버지의 원수를 갚을 것이라고 위로하며 부인의 안위를 옆에서 지켜준다. 유복자인 이효석은 김가를 아버지로 생각하고 자라나고, 김가는 이효석에게 용문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이효석은 17세 되던 해, 과거를 보기 위하여 상경하던 중 조수재를 만난다. 이효석과 조수재는 의기투합하여 과거에 급제하면 처남과 매부 관계를 맺기로 약속한다.
이효석은 어머니 지시대로 서울에 도착하자 삼청동 할머니 댁에 투숙한다. 그러나 이효석과 그의 할머니는 아직 서로의 신분을 알지 못한다. 이효석은 그날 밤 할머니의 부탁으로 아버지인 안동부사의 제사를 지낸다.
그때 마침 제사 광경이 평복으로 밀행 중인 임금의 눈에 띈다. 임금은 그 장면을 괴이하게 여겨 유심히 보았다가 다음날 과제(科題)로 출제한다. 이효석은 과거에 장원급제한다. 또 김좌수의 혼령에 의하여 이미 과제를 알고 있었던 조수재도 2등으로 급제한다. 이효석은 조수재와의 약속에 따라, 그의 누이 조규수와 혼인하여 함께 귀가한다.
한편, 부사의 부인은 집으로 돌아온 아들을 통하여 안동부사를 죽인 김가 일당의 죄상을 낱낱이 적어 부윤에게 전한다. 그로 인해 김가 일당은 체포되어 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부인은 17년 동안 겪은 고초로 기력이 떨어져 세상을 떠나고 만다.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임금은 부인에게 정렬부인이라는 시호를 내린다.
그런데 부인은 김좌수의 혼령을 통하여 비법을 전수받았던 며느리 조씨의 도움으로 장례식 도중, 다시 살아난다.
이효석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 삼청동 본가에서 가족들과 더불어 유복한 생활을 한다. 벼슬은 승지(承旨)까지 오르게 된다. 한편, 김좌수의 아들과도 결의형제를 맺어 화목하게 지낸다.
이 작품은 이효석이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 다시 가문을 융성시킨다는 내용의 가문소설이다. 제1권이 소실되어 그 내용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제2권을 통해 제1권의 내용을 추정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안동부사의 치적이 서술되고 이후 김가의 흉계에 의해 안동부사가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는 내용이 서술되었을 것이다.
즉, 제1권은 ‘안동부사의 일대기’로 추정할 수 있다. 제2권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 다시 가문을 일으키는 이효석의 일대기이므로, 아버지 대에서 아들에 이르는 가문의 흥성을 다룬 소설임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여러 개의 설화를 수용하고 있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원수의 아내가 되었다가 아들이 장성한 뒤 해원(解寃)하고 자결한 열녀 이야기, 임금이 순시 중에 갸륵한 사람을 보고 그를 위하여 과제를 내는 이야기, 신이한 능력을 지닌 며느리 이야기, 은혜 입은 사람의 혼령이 보은하는 이야기 등 다양한 설화가 한 편의 소설에서 무리 없이 짜여져 있다.
괴화가 피는 것으로써 복선(複線)을 마련한 기법 그리고 일상어와 가까운 문장표현을 구사한 점 등은 신소설과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러 가지 특징을 고려할 때, 이 작품은 고전소설과 신소설의 중간적 성격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