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지(十二支)는 원래 짐승의 이름을 따서 12방위에 배속시킨 것인데, 그것을 음과 양으로 구분한 뒤 다시 오행인 수·화·금·목·토로 나누어 그 상생(相生)·상극(相克)·상합(相合)·상형(相刑)·상파(相破) 등의 법칙에 따라 길흉을 판단한다.
즉, 자(子)·인(寅)·진(辰)·오(午)·신(申)·술(戌)의 6방은 양이 되고, 축(丑)·묘(卯)·사(巳)·미(未)·유(酉)·해(亥)의 6방은 음이 된다.
또한, 해와 자는 수(水)가 되고, 인과 묘는 목(木)이 되며, 사와 오는 화(火), 신과 유는 금(金), 그리고 4방의 간방을 차지하고 있는 진과 술, 축과 미는 토(土)가 된다.
12방위에 배속된 짐승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붙어 있다. 예컨대, 새날의 처음이 자시(子時)로 되어 쥐가 배치된 것은 첫 시간의 반은 지나간 날을 상징하고 반은 새날을 상징하므로 음과 양을 겸유한 짐승이 선정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소는 발굽이 갈라져 있기 때문에 순음(純陰)으로 쥐의 다음 자리에, 말은 발굽이 통발로 순양(純陽)을 나타내기 때문에 한낮에 배치되었다.
12방에 배치된 짐승의 명칭은 자는 쥐, 축은 소, 인은 호랑이, 묘는 토끼, 진은 용, 사는 뱀, 오는 말, 미는 양, 신은 원숭이, 유는 닭, 술은 개, 해는 돼지로 되어 있고, 각각 다시 세분되어 36종의 짐승이 배치되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자는 초에 고양이[猫], 중에 쥐[鼠], 말에 박쥐[伏翼], 축은 초에 소[牛], 중에 게[蟹], 말에 자라[鼈], 인은 초에 성성이[猩], 중에 표범[豹], 말에 호랑이[虎], 묘는 초에 여우[狐], 중에 토끼[兎], 말에 담비[貂], 진은 초에 용(龍), 중에 이무기[蛟], 말에 물고기[魚], 사는 초에 매미[蟬], 중에 잉어[鯉魚], 말에 뱀[蛇], 오는 초에 사슴[鹿], 중에 말[馬], 말에 노루[麞], 미는 초에 양(羊), 중에 기러기[雁], 말에 매[鷹], 신은 초에 은빛원숭이[狖], 중에 원숭이[猿], 말에 잔나비[猴], 유는 초에 새[鳥], 중에 닭[鷄], 말에 꿩[雉], 술은 초에 개[狗], 중에 이리[狼], 말에 승냥이[豺], 해는 초에 돼지[貐], 중에 멧돼지[豕], 말에 도야지[猪] 등으로 되어 있다.
이와 같은 36종의 짐승은 12지의 짐승처럼 용도가 많지 않으며, 특수한 여건하에서만 활용되는 까닭에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문헌상으로 처음 나타난 것은 『열자(列子)』에서부터이며, 불경인 『지관(止觀)』에도 언급되어 있다.
덮어 가린 물건을 알아맞히는 석복(射覆)에 간혹 사용되기도 하며, 산중의 수도승들이 그날 그날 산에서 만나는 짐승을 보고 관조하는 방법으로 쓰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