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현세에서 이룩하지 못한 큰 행복을 저승에서 구하려고 한다. 이러한 내세관은 사람이 죽어 장례를 치를 때 잘 나타난다. 밤새도록 제청에서 슬픔에 잠긴 상주를 위로하는 가무극놀이를 하고, 출상 때는 사신(死身)을 처녀가 가마를 타고 시집가듯이 꽃상여에 태워 풍악을 울리고 저승길로 호송하는 풍속이 바로 그것이다.
옛날에는 호상(好喪)시에 이른바 ‘상여놀이’라 하여 출상 전날 밤에 상주의 계꾼들이 빈 상여를 메고 「상여소리」나 춤을 추면서 동리를 돌아다니는 놀이가 있었는데, 그것을 황해도에서는 ‘생여도듬’이라 하고, 강원도 · 경기도 · 충청도에서는 ‘손모듬’ 또는 ‘걸걸이’라고도 말하고 있다. 또한, 경상도에서는 ‘개도둔’, 전라도에서는 ‘대뜨리’ 또는 ‘대어린다’, ‘상여흐른다’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출상 전날 밤은 제청놀이를 하게 되는데, 이는 비통해 하는 상주를 웃기기 위하여 주로 재담이나 노래 그리고 우스운 병신춤을 추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놀이를 전라남도 진도에서는 ‘다시래기’라 부르고 있다. 상여놀이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예로서 황해도에서는 북과 장구를 치면서 상여를 메고 아들 · 딸의 집 등을 돌고, 경기도와 충청도에서는 아들 · 딸 · 친척 · 친구 집 등을 도는데, 골목길에 횃불을 켜고 골목길을 밟게 한다. 그런데 상여가 공동우물을 지날 때는 우물을 덮고 지나가는 것이 상례로 되어 있다.
이렇게 해서 마을을 돌아다닐 때 상여 뒤를 따라가던 유족들은 자기 집에 다가가면 미리 가서 상여를 맞이하고 제물을 차려놓고 곡을 하며 상여꾼에게 술을 대접한다. 경상도에서는 집밖에 넓은 터나 집안 마당에서 북을 치고 「상여소리」를 하는가 하면, 전라도에서는 상여꾼이 출상연습을 겸해서 하고 있다. 이와 같은 놀이에서 「상여소리」는 대체적으로 죽은 이의 인품이나 성격, 공덕 등을 나타내거나 망자의 유언을 전달하기도 한다.
상여놀이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사람에게 볏짚을 씌워 말이 되게 하고, 상주를 태워 돌아다니다가 친구들이 번갈아 가며 상주를 희롱하는 연기를 하기도 하고 웃기는 등, 노래와 재담과 춤으로 여흥을 한다. 예로서 ‘진도다시래기’인 경우, 첫째과장에는 가상제(假喪制)가 상제 앞에서 희롱하고 웃기는 놀이를 하고, 둘째과장에서는 소경인 거사와 중, 사당의 삼각관계에 얽힌 이야기를 풍자한 놀이를 하고, 셋째과장에서는 「상여소리」와 북춤, 그리고 허튼춤 등을 춘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제청에서의 여흥놀이는, 유족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通過儀禮)라 할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마을사람들의 공동체적 삶의 의지 같은 것이 담겨 있는 예능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