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정사는 정도(正道)를 숭상한다는 뜻으로 불교의 정사(精社)나 도교의 도관을 본받아 결성한 종교단체로서, 도교의 교리를 숭봉하지만 불교의 색채도 가미하고 있어 책명을 『선불보훈(仙佛菩訓)』이라 하였다.
필사본. 11권 11책. 규장각 도서에 있다.
연대를 알 수 없는 정월에서 7월까지의 기록으로, 권1은 정월, 권2는 2월, 권3·4는 3월, 권5∼7은 4월, 권8·9는 5월, 권10은 6월, 권11은 7월로 되어 있다.
정월에는 12일에 행사를 시작했는데, 널리 복덕을 베풀어 신도들에게 하사할 목적으로 광경진군(廣敬眞君)이라는 도교의 선인을 초청하고자 영궤(靈几)를 설시하여 분향하면서 청선하는 의식을 거행하였다. 이때 참가한 신도들에게 절구 한 수씩을 주어 환자들을 치료해 주었는데, 병의 증상이 비슷해도 사람에 따라 각각 처방은 달랐다.
다음 행사에서는 오굉교군(吳宏敎君), 그 다음 행사에는 아미타불 등을 모시고 법회를 열었으며, 잘한 일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에게는 선명(善名)과 선과(善果)를 하사하여 그들의 마음을 치하하였다.
권3에서는 다른 곳과 달리 제자들의 학습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아 신도들의 능력에 따라 일정한 교육이 실시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오장봉진인(吾長奉眞人)이나 관세음보살을 청한 일도 있어 중생을 제도하려는 흔적을 볼 수 있다.
이 책에는 500여개의 처방이 나와 있는 것이 특기할 만한 점이다. 처방을 받은 날짜와 사람이 표시되어 있고, 처방을 받은 약품명과 병 증세까지 자세히 기록되어 있는데, 이렇게 사람을 치료해 가면서 남긴 경험 처방은 예로부터 그리 흔하지 않다.
종교적인 차원보다는 의학적인 차원에서 연구할 가치가 있고, 시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병의 치료 방법과 증상, 또는 종교에 귀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등을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또한, 도교의 전파와 의식에 대한 자료가 희박한 우리나라에서는 새삼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문헌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