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

사회구조
개념
어떤 특성을 공유하고 동류의식을 지닌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용 요약

세대는 어떤 특성을 공유하고 동류의식을 지닌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다. 이러한 간결한 정의는 세대 개념이 감당하는 다양하고 복잡한 현상을 적절히 포착할 수 없기 때문에 세대 개념의 세분화가 필요하다. 세분한 세대 개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현실적이며 학술적 이익은 두 가지다. 첫째, 세대를 둘러싼 혼란을 부추겨 이익을 얻으려는 전략에 휘둘리지 않도록 돕는다. 둘째, 세대 갈등과 같은 사회 문제의 원인이나 진원지를 더 명료하게 파악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의
어떤 특성을 공유하고 동류의식을 지닌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
현상의 다양한 면모에 상관없이 그저 세대?

세대의 정의는 ‘어떤 특성을 공유하고 동류의식을 지닌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다. 그와 같은 간결한 정의가 제공하는 장점도 있지만, 이는 세대 용어가 감당하는 다양한 현상을 적절하게 포착하기 어렵게 만든다. 사회 과학에서는 개념을 정의하는 전략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여러 모습을 지닌 현상의 이면에 도사리는 ‘본질’을 포착하기, 그리고 현상의 다양한 모습에 걸맞게 개념을 세분하기이다. 세대 연구는 일반적으로 전자보다 후자의 전략을 따르며, 이 글 역시 마찬가지로 후자의 전략을 따라 세대 개념을 세 가지, 즉 역할 세대, 연령 집단 세대, 사회 세대로 나눈다.

각 개념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다음 절의 과제이지만, 논의 전개를 위해 간략히 정리하고 가자. 이 절의 첫머리에서 제시한 정의는 사회 세대의 정의다. 연령 집단 세대의 정의는 ‘청년, 중년, 노년과 같이 생애 주기 단계에 따라 구분되는 사람들’이다. 마지막으로 역할 세대의 정의는 ‘제도나 조직의 역할에 따라 나뉘는 사람들’이다.

현상의 다양한 면모를 감당하기 위해 세분한 개념은 두 가지 점에서 이롭다. 첫째, 개념의 혼란스러운 활용을 제어하여 세대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둘째, 세대를 둘러싼 혼란을 활용하여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려는 움직임을 억제한다. 두 가지의 이점은 세대 갈등을 다루는 곳에서 상세히 설명할 것이며, 세대 개념을 정리하는것으로 시작한다.

개념의 교통정리, 세 가지 세대

역할 세대의 정의는 ‘제도나 조직의 역할에 따라 구분되는 세대’이다. 역할 세대의 대표라 할 수 있는 가족의 역할 세대인 ‘가족 세대’는 가족의 두 가지 역할에 따라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로 나뉜다. ‘약 30년을 한 단위로 하는 연령층’이라는 뜻을 지닌 익숙한 세대의 정의는 가족 세대에서 비롯한다. 30년이 ‘부모가 낳은 자녀가 자녀를 낳게 되면서 부모가 되는 기간’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익숙한 세대의 정의는 가족의 동학(dynamics)에서 세대를 유추한다.

가족에서 유추된 세대를 사회의 수준까지 확장하여 활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사회가 가족의 합(合)이나 확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와 가족은 그 구성과 움직이는 논리가 전혀 다르다. 왕은 ‘아버지’, 백성은 ‘자식’과 같이 가족 은유로 통치 체제나 기업을 묘사하는 방식은 현재의 민주주의 체제에서 통용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다시 말하면, 역할 세대의 하위 유형인 가족 세대는 가족의 역할에 따른 세대 구분이다. 2022년 현재 나이가 72세인 가상 인물 이영희는 부모에게 자녀 세대이고 자녀에게 부모 세대이다.

역할 세대의 또 다른 유형을 조직에서 찾을 수 있다. 조직의 선배와 후배 역할에 따라 ‘조직 세대’가 구분된다. 선배와 후배의 역할은 조직의 직급이나 근속 연수에 따라 배분된다. 젊은 시절 이영희는 교사였지만, 현재 노인 대학을 다니는 학생이 되었다. 이영희는 학교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후배와 선배 역할을 모두 경험했다. 오래전에 퇴임했지만, 선배 앞에서 그는 여전히 후배다. 70대 노인으로서 이영희는 노년 세대에 속한다. 노년 세대는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가정하는 연령 집단 세대의 하나다. 연령 집단 세대는 청년, 중년, 노년과 같이 생애 주기 단계에 따라 구분된다. 각 연령 집단 세대는 나름의 ‘발달 과업’이나 ‘연령 규범’에 영향을 받는다. 발달 과업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생애 주기의 특정 단계에 해결하거나 성취해야 하는 과업을 의미하며, 연령 규범은 특정 단계에 요구되는 사회적 규범을 뜻한다. 이를테면 청소년은 학업에 힘써야 하고, 청년은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하며, 중년은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 물론 연령 규범은 고정되지 않는다. 2020년대의 70대 노인에게 요구되는 과업이나 규범은 1990년대의 70대 노인의 그것과 다르다. 세상이 변하면 연령 집단 세대에게 기대하는 과업이나 규범 역시 변한다.

역할 세대에 속하는 가족 세대나 연령 집단 세대는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그만큼 오랜 역사를 지녔다는 뜻이다. 그와 달리 사회 세대는 비교적 최근 현상으로 세 가지 요소의 결합물이다.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가치, 태도, 행동과 같은 특성을 공유’하고 세대 정체성을 의미하는 ‘우리 의식’을 지닌다. 그저 나이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특성을 공유하고 우리 의식을 느낀다는 것은 지극히 근대적인 현상이다. 전통 사회에서는 신분과 젠더, 지역과 같은 제도적, 사회적, 물리적인 격자(grid)가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을 갈라놓았다. 나이가 비슷하다고 상놈과 양반, 여성이 특성을 공유하거나 동류의식을 가질 수는 없었다. 이동 수단과 책, 신문, 잡지, 방송과 같은 대중 매체가 없거나 부실하면 지역과 사회적 차이를 초월하는 사회 세대 고유의 특성이나 정체성은 불가능하다. 제도적, 사회적, 물리적인 격자가 사라지거나 약화한다고 사회 세대가 자동으로 우리 의식을 갖거나 특성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비슷한 연령층이 동류의식을 지니고 특성을 공유하도록 만드는 제도와 사회화 맥락이 필요하다.

사회 세대의 사회화 맥락으로 도시화가 중요하다. 젊은 자녀가 도시로 이주했고 늙은 부모는 농촌에 남았다. 농촌의 부모는 전통의 영향력 밑에 있지만, 도시의 자녀는 그러한 전통으로부터 자유롭게 되었다. 부모와 전통적 생활 세계에서 분리되거나 그로부터 탈출한 도시의 젊은이들은 비교적 수월하게 동류의식을 키웠고 특성을 공유할 기반을 갖추게 되었다. 사회적 세대의 등장에 영향을 미친 또 다른 요인은 근대적 학교 제도이다. 학교가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비슷한 나이의 아동과 청소년들을 성인과 기성 사회의 손이 덜 미치는 공간에 ‘감금’하기에 또래와의 관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성인이 생산하고 유포하는 주류 문화와 다른 그들 나름의 문화, 곧 하위문화 역시 근대 학교의 확산에 따른 세대 분리의 문화적 결과이다. 젊은 세대가 다른 세대와 다른 문화적 코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들의 사회화의 지향점이 또래, 즉 자신의 세대에게 맞추어져 있음을 뜻한다.

도시화와 같은 사회화 맥락과 학교나 특정 세대의 소통 채널인 대중 매체는 사회적 세대 특유의 ‘경험’을 고유의 방식으로 소통, 축적, 가공하는 장치이다. 카를 만하임과 같은 세대 사회학자들은 ‘청소년과 청년에게 새겨진 경험을 기반으로 구축한 세대 정체성이 남은 생애 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았다. 1950년생인 예의 이영희는 한국 전쟁의 폐허에서 나고 자랐고 ‘산업화의 역군’으로 ‘조국 근대화’를 위해 ‘희생’했다는 자부심을 동료들과 함께 믿고 느끼고 가꾼다. 그렇게 그들은 하나의 사회 세대로 성장하며, 여기에서 실제 여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세분한 세대 개념의 적용

개념 적용과 관련해서 두 가지 사안을 짚어 보자. 첫째, ‘역사적 세대’ 또는 ‘사회 진단을 위한 세대’이다. 그것은 고유한 세대 개념이 아니며, 시대나 사회의 변천 과정을 묘사하기 위한 세 가지 세대 개념의 쓰임새를 말한다.

‘전통 계승’과 ‘단절’이라는 상충하는 두 개념이 이미 세대의 개념 자체에 녹아 있기 때문에, 세대를 활용해서 역사적 흐름을 묘사하거나 사회를 진단하는 방식은 두 가지로 나뉘며 전통의 계승이나 단절을 기대하고 염려한다. 먼저 전통의 계승을 고려하면서 시대의 변화 과정을 묘사하는 방식은 어떤 시기의 특성을 세대로 의인화하고 각 시기를 대표하는 사람들을 마치 가족의 계보인 것처럼 1, 2, 3세대와 같은 일련번호를 붙여 표현한다. 가령 이민자의 상황 변화를 특정 역사적 국면에 따라 이민자 1세대, 2세대로 구분하거나, ‘청년 세대’의 ‘스냅 샷’을 연대기적으로 서술할 때 사용한다. 다음으로 현재 직면하거나 곧 직면할 단절의 위기 또는 희망을 설파하는 방식은 당대 대부분의 젊은이가 가져올 문명의 타락을 염려하거나, 그 세대를 비참한 현세를 구원할 메시아로 추앙한다.

개념의 적용과 관련해서 살필 두 번째 사안은 세대 소속이다. 세대 소속, 즉 어떤 사람이 ‘세대에 속한다.’는 것은 두 가지로 갈린다. 스스로 어떤 세대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경우인 ‘자기 규정’과 자기 의사에 상관없이 그런 세대로 분류되는 경우인 ‘외부 규정’이다. 예의 이영희는 청년 시절 산업화를 경험하고 ‘국가를 위해 애썼다.’는 긍지를 가진 세대인 ‘ 산업화 세대’로 분류되지만, 정작 본인은 그에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말하자면, 자기 규정과 외부 규정의 불일치 또는 분류하는 견해와 분류되는 대상의 불일치가 일어날 수 있다. 그러한 불일치는 사회 세대에서 특히 중요하다. 자기 규정은 소속감, 즉 어떤 세대에 소속되었다고 느끼면서 지니게 되는 세대 의식과 같다. 한 사회학자 또는 마케터, 저널리스트, 사회 비평가가 특정 연령대의 사람들이 어떤 특성을 공유하고 우리 의식을 지닌 아무개 세대라고 분류하더라도, 그리 분류된 사람들이 아무개 세대와 일체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 세대는 그냥 해프닝에 그치게 될 것이다.

반대 경우가 흥미로운 지점이다. 분류하는 견해와 분류되는 대상이 일치하면, 더 명확히 표현해서 분류되는 대상이 분류하는 견해를 받아들이면, 세대 정체성이 ‘새롭게’ 생길 수 있다. 아무런 세대 의식이 없는 상태로 살아가던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어떤 세대의 이름으로 불리고 세대 호명을 수용하면서 세대 정체성이 형성될 수 있다는 말이다.

과장된 세대 갈등

대중 매체는 물론이고 학술 세계에서 세대와 관련한 이야기가 차고 넘친다. 활용 목적에 따라 세대 이야기를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특정 세대를 주된 구매층으로 만들려는 마케팅 이야기, 둘째 특정 세대를 지지층으로 만들거나 공격의 대상으로 삼아 지지를 얻으려는 정치적 이야기, 마지막으로 시선을 끌어 뉴스나 정보 상품을 판매하려는 선정적 이야기이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야기 수용자의 주목과 관심이 필요하다. 실제 언론 매체는 뉴스를 통해 공익 실현에 이바지하면서 뉴스를 팔아 생계를 꾸려야 한다. 두 가지의 사명을 동시에 할 수 없다면, 뉴스는 공익에 이바지하거나 잘 팔리는 정보여야 한다. 그러한 정보 선별의 규칙이나 기준을 ‘뉴스 가치’라 부른다.

수용자의 구매 욕구를 일으키는 뉴스 가치의 기준은 네 가지이다. 첫째, ‘부정성’은 부정적인 사건이 사회의 시선을 끄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둘째 ‘도덕화’는 모든 사건을 단순하게 도덕적 척도인 선과 악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빌런’인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기도 쉽고, 결과적으로 대책을 쉽게 제시할 수 있다. 애매모호한 상태나 역설적 상황 같은 것은 피곤하기만 하며, 이는 너무 어렵거나 골치 아픈 것을 사람들이 싫어하기 때문이다. 셋째 ‘불연속성’은 세상이 급격히 변했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러저러한 것이 필요하다는 식의 경고나 ‘협박’이 시선을 잘 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갈등’은 훈훈한 이야기나 평화보다 싸움이 시선을 잘 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대는 뉴스 가치의 기준에 잘 부합한다. ‘젊은이가 늙은이를 팼다.’는 부정성, ‘탐욕스러운 늙은이가 가련한 젊은이를 착취한다.’는 도덕적 구분, ‘젊은이가 전통 계승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다.’는 불연속성, 마지막으로 ‘늙은이와 젊은이가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갈등에 해당된다. 언론이 세대 갈등을 ‘애정’하는 까닭이 이해된다. 언론은 세대 갈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라고 과장하지만, 시민들이 생각하는 갈등의 심각성 순위에서 세대 갈등은 ‘계층 갈등, 이념 갈등, 지역 갈등’에 크게 미치지 못하므로 세대 갈등에 향한 관심을 시민이 아니라 언론이 주도하는 형국이다.

세대 때리기와 세대 갈등 공포증

언론이 주도하는 세대 갈등 이야기의 골자는 이렇다. ‘세대 갈등이 심각하다. 꼭 해결해야 하며 그 방도는 세대가 화합하거나 어떤 세대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다.’와 같은 이런 세대 이야기는 무용하고 소모적이며 위험할 수 있다. 심각한 사회 문제이자 그 원인으로 세대 갈등을 선언할 뿐 탐구하지 않으며, 이미 완성되어 서랍에 보관하던 해결책을 필요할 때 꺼낸다. 세대 화합이라는 정형화된 처방은 실효성 없는 치성(致誠)이나 보여주기식 주문(呪文)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심각한 문제가 아닌 세대 갈등에 마음과 힘을 낭비하도록 만들 수 있다. 문제 사안의 원인이나 책임을 묻거나 따지지 않고 그냥 ‘그’ 세대의 탓인 양하는 행태는 위험하기까지 하다.

문제 파악이나 해결은 뒷전이고, 어떤 세대를 탓하는 것으로 난처한 상황을 돌파하려는 시도, 즉 세대 때리기는 여러 가지로 유용하기에 애용된다. 일단 화풀이에 제격이다. 문제 사안의 실제 원인을 찾거나 책임을 규명하느라 골머리를 썩일 필요가 없다. 문제 사안의 실제 원인이나 책임을 은폐하도록 돕거나, 자신을 겨누는 책임 추궁을 면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정파나 입맛에 따라 저마다의 ‘단골 빌런’ 세대를 골라 그에게 화를 풀거나, 골치가 아프지 않게 온갖 문제의 책임을 돌리거나, 내 허물을 가릴 수 있으니 애용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2020년대 현재 세대 갈등의 과장과 세대 때리기가 유행이다. 정파나 취향에 따라 온갖 문제에 저마다의 ‘단골 빌런’인 ‘86세대’나 ‘이대남’을 피고인석에 세운다.

더불어 언론이나 세대 전문가가 공유하는 ‘세대 갈등 공포증’에 주목해야 한다. 갈등은 언제나 회피해야 하거나 제거해야 할 ‘나쁜 것’이라는 혐오나 공포가 차고 넘친다. 그러나 갈등은 사회 지속의 필수 요소이다. ‘각자’ 고유한 이해와 관심을 지니지만 ‘함께’ 살아야만 하는 행위자나 집단 또는 조직이 서로 갈등하면서 ‘나와 우리가 너와 당신들과 어떻게 다르며, 어떤 것을 양보하거나 그럴 수 없는지’를 확인하고, 그에 기초하여 타협하고 절충할 수 있어야만 한다.

세대 갈등의 과장, 세대 때리기, 그리고 갈등 공포증 등은 문제 사안에 대한 이해와 해결에 방해가 된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 세대 갈등에 관해 탐구가 필요하며, 탐구는 두 단계로 진행한다. 먼저 다른 사회 갈등과 구별되는 세대 갈등의 특성을 알아본 후에, ‘누가 갈등의 당사자인지’를 뜻하는 갈등에 참여하는 세대에 대해 살필 것이다.

세대 갈등의 특성

갈등의 범위는 넓다. 개인은 물론이고 집단 또는 국가나 종교, 문화권들이 서로 갈등한다. 세대 갈등은 이른바 ‘중범위’라 할 수 있는 집단의 수준, 보통 사회적 갈등이라 불리는 수준에서 나타난다. 세대 갈등은 다른 사회 집단, 예컨대 계급 및 계층이나 성별 집단, 인종 집단의 갈등과 확연하게 다르다. 이들 사회 집단의 구성원들은 서로 갈등하는 다른 집단의 성원으로 살아보는 것이 극히 어렵거나 불가능하지만 세대 구성원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한 인종 집단의 구성원은 예외 없이 다른 집단의 구성원으로 살아볼 가능성이 없지만 세대 집단은 다르다. 젊은이와 늙은이는 상대에게서 저마다 과거나 미래를 확인할 수밖에 없다. 현재 노인은 과거에 청년이었고, 현재 청년은 미래에 노인이 될 것이다. 젊은이는 자신이 노인이 되었을 때를 현재의 노인과 함께 고민하게 된다. 현재의 노인은 자신의 젊은 시절을 기억하기 때문에 젊은이의 고민에 동참하게 된다. 구조적으로 다른 쪽 사정을 알거나 공감하는 역지사지가 가능하다는 것, 바로 이 점이 다른 갈등과 구별되는 세대 갈등의 구조적 특성이다. 그런 구조적 특징을 무시하고 ‘도적질’, ‘투쟁’, ‘전쟁’과 같은 과격한 용어로 세대들의 다툼을 묘사하는 것은 그래서 수상쩍다. 사회적인 주목과 관심은 제한된 자원이자 에너지이기 때문에 세대 갈등에 몰입하면 다른 사회 갈등에 관한 관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어떤 세대가 갈등하는가?

세대 개념이 세분되는 것처럼 세대 갈등 역시 구분할 수 있다. 역할, 연령 집단, 사회 세대 중에 어떤 세대가 갈등에 참여하는지에 따라 세대 갈등을 구분할 수 있다. 구체적인 예로 살피자. 다음은 직장에서 나타난 세대 갈등을 묘사하는 기사이다.

“한 아이티(IT) 기업의 팀장으로 재직 중인 11년차 직장인 김모(35· 여) 씨는 2년 만에 들어온 신입 사원이 마냥 반갑지 않다. 업무 특성상 협력 업체와 미팅이 잦은데, 신입 사원이 점심시간 및 저녁시간은 개인적인 사유를 이유로 미팅을 꺼리기 때문이다. 김씨는 “미팅 역시 업무의 일환이고, 다른 부서보다 일을 더 하는 만큼 급여도 더 받는다. 개인적인 시간을 건드린다고 반감만 가지니 답답하다.”라고 토로했다.”

이 기사는 실제로 흔히 볼 수 있는 팀장과 신입 사원의 ‘견해 차이’이다. 팀장은 ‘식사 시간을 이용한 미팅은 업무’라 보고, 신입 사원은 ‘식사 시간을 사적인 시간’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팀장은 답답하고 신입 사원은 반감을 품는다. 여기서 첫 번째 질문은 그것이 그저 ‘차이’인가 아니면 ‘갈등’인가 하는 것이다. 한국어 사전은 차이를 ‘서로 같지 않으며 다름’으로, 갈등을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하거나 충돌함’으로 풀어낸다. 위 사례는 두 당사자가 서로에게 답답함을 느끼고 반감을 품는 상태이므로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질문은 팀장과 신입 사원의 갈등이 ‘세대’ 갈등인가 하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어떤 세대의 갈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업무 이해와 공사 구분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한 답답함과 반감과 같은 갈등은 동년배이고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그러한 갈등은 모든 조직의 일상이다. 그런데도 기사는 팀장과 신입 사원의 불화를 곧바로 세대 갈등이라 선언한다. 그것이 세대 갈등이기 위해서는 팀장과 신입 사원이 다른 세대여야 한다. 하지만 기사에는 신입 사원의 주민 등록상 나이 정보가 없다. 그럼에도 세대 갈등이 언급되는 것은 클리셰의 힘이다. ‘꼰대인 팀장과 싸가지 없는 신입 사원의 불화는 곧 세대 갈등’이라는 진부하고 틀에 박힌 통념의 힘 말이다. 그런 통념을 ‘세대 프레임’ 또는 세대 갈등 프레임이라 부를 수 있다. 세대 갈등 프레임은 세대와 별 상관없는 사안을 세대 갈등에서 비롯한 문제인 것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인식틀이자 해석틀이다.

물론 팀장과 신입 사원의 불화를 ‘세대’ 갈등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여기서 갈등하는 세대는 연령 집단 세대도 사회적 세대도 아닌 역할 세대이다. 세분한 세대 개념을 나이와 우리 의식을 중심으로 살피면서 위 주장을 정리하자. 사회 세대는 특정 생애 단계에 각인된 역사적 경험이 세대 정체성을 형성하고, 그렇게 정립된 정체성은 나이를 먹어도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그에 반해 연령 집단 세대는 당사자들이 나이를 먹으면 다른 연령 집단 세대가 된다고 가정한다. 예컨대 현재 20대는 10년 후에 30대가 된다는 식이다. 따라서 연령 집단의 세대 정체성은 사회적 세대의 그것과 다르다. 나이를 먹어 다른 생애 주기에 진입하면 변한다. 역할 세대는 생물학적 나이와 상대적으로 별 상관이 없다. 사원의 근속 연수가 길어도 승진하지 못하면 팀장이 될 수 없으며, 근속 연수가 짧아도 팀장이 될 수 있다. 정체성의 기반은 ‘조직에서 수행하는 역할’, 즉 역할 정체성이다. 물론 근속 연수는 조직의 특성에 따라 중요할 수도 있다. 특히 연공서열, 즉 조직에 진입한 생년을 의미하는 조직 코호트가 승진에 영향을 미치면 그러하다.

준비가 끝났다. 예의 사안에 세분한 세대 개념을 적용하자. 최근 널리 쓰이는 연령 집단 세대는 ‘엠제트(MZ) 세대’이다. 밀레니얼 세대와 제트 세대를 합쳐 부르는 엠제트 세대는 예전에 널리 쓰이던 2030세대의 별칭이다. 논자나 기관에 따라서 엠제트 세대의 출발점과 종착지가 제각각이지만 대략 1980~2004년 출생자를 말한다. 한국 전체 인구의 대략 34%인 1,700만 명에 달하는 연령층을 ‘한’ 세대로 묶겠다는 과감한 발상이다. 아무튼 팀장과 신입 사원은 모두 엠제트 세대이므로 그들 사이의 갈등은 세대 갈등일 수 없다. 그렇다면 사회 세대는 어떨까? 팀장이 밀레니얼 세대이고 신입 사원이 제트 세대라면 세대 갈등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 세대의 필수 요건은 우리 의식, 즉 다른 세대와 구별되는 세대 정체성이다. 밀레니얼이나 제트 세대의 특성을 말하는 주장은 많지만 각 세대가 나름의 정체성을 지니며 서로 갈등한다는 논의는 매우 드물고 적다.

이제 남은 건 조직의 역할 세대이다. 팀장은 선배 세대, 신입 사원은 후배 세대이다. 양 세대는 먼저 근속 연수에서 다르므로 입사 11년 차와 입사 0년 차의 격차에서 비롯한 업무 이해의 차이가 답답함이나 반감과 같은 세대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팀장 대 평사원의 역할 차이에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실적을 책임져야 하는 팀장과 상대적으로 수동적인 사원의 우선순위는 다르다. 팀장은 ‘식사 시간을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고 보지만, 신입은 ‘식사 시간에 업무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근속 연수와 역할 차이에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말하자면 예의 갈등은 업무에 대한 이해와 역할이 서로 다른 세대 갈등이다.

세분한 세대 개념의 쓸모

세분한 세대 개념을 적용해서 얻는 이익은 분명하다. 세대 갈등의 원인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팀장과 사원의 세대 갈등을 사회 세대나 연령 집단 세대들의 충돌로 본다면, 각 역할을 규정하는 조직은 고려 대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이를 ‘태움’과 같은 직장 괴롭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간호사 사회에서 관행처럼 된 태움은 선배가 후배에게 업무를 가르치면서 학습 능력 부족 등을 이유로 괴롭히는 행위이다. 즉 선배와 후배의 세대 갈등이다. 태움 관행을 근절하자면서 ‘나쁜 꼰대 간호사’를 비난하거나 자성을 촉구하는 경우가 많지만, 선배와 후배의 관계를 규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인력 부족, 간호 업무의 과다, 높은 노동 강도 및 직무 스트레스와 같은 조직 환경에 대한 탐색은 드물다. 태움은 기본적으로 간호사의 인원 부족에서 비롯한 문제이다. 직장 괴롭힘의 가해자를 변호할 생각은 없지만, 다음 사실을 잊지 말자. 가해자 역시 조직의 괴롭힘의 피해자이며, 일종의 ‘괴롭힘의 낙수효과’이다. 병원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상시적 인원 부족 상태를 만들고, 인원 부족으로 선배 간호사는 기존의 과다한 업무에 후배의 교육 업무까지 떠맡으며, 악에 받친 선배는 후배를 태운다.

태움을 그저 세대 갈등으로 다루면 조직은 시야에서 사라진다. 조직에서 나타나는 세대 갈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 역할을 규정하는 제도나 조직에 주목해야 한다. 세대들이 서로 다툰다는 사실에만 주목하지 말고, 그렇게 되도록 만든 조직의 생태계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태움과 같은 세대 갈등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그 문제가 연령 집단 세대나 사회적 세대가 아니라 역할 세대에서 비롯한 갈등임을 간파하고, 논의에서 홀연히 사라진 조직을 해결책 마련에 소환해야 한다.

세대 갈등과 관련해서 또 한 가지 우려스러운 흐름이 있다. 어떤 한 세대의 갈등을 다른 세대의 갈등으로 ‘변환’하여 확장하는 것이다. 가령 ‘부장과 사원’과 같은 역할 세대의 하위 범주에서 비롯한 갈등을 연령 집단이나 사회적 세대의 갈등으로 변환하고 확장하는 것이다. 이는 세대 개념의 혼란에서 비롯한, 또는 그 혼란을 활용하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치 영역에서 활약하는 사회적 세대인 86세대의 ‘전횡’을 비판하면서, 그에 대한 근거로 연령 집단 세대인 50대의 ‘무례함’과 역할 세대인 부장의 ‘갑질’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애초 사회 세대를 조준한 비판이 50대와 선배 세대에 대한 불만을 땔감 삼아 기세를 떨치게 된다. 그렇게 문제 사안의 경계가 느슨해지고, 무엇이 원인인지 모호하게 되며 오로지 남는 것은 세대 때리기이다. 특정 세대에게 온갖 사회 문제의 책임을 돌리거나, 사회 문제를 어떤 세대로 의인화하여 그 세대를 배제하거나 제어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증오로 가득한 열망이다. 이대남을 겨냥한 세대 때리기도 비슷한 궤적을 따르는 듯하다.

세분한 세대 개념을 장착한 세대 현상에 대한 고민과 탐구가 가져올 현실적이며 학술적 이익은 두 가지이다. 첫째, 혼란스런 세대 개념을 활용하여 이익을 얻으려는 전략에 휘둘리지 않도록 돕는다. 둘째, 정교한 세대 용어를 통해 세대 갈등의 원인이나 진원지를 더 명료하게 파악할 수 있다.

참고문헌

단행본

카를 만하임, 이남석 옮김, 『세대 문제』(책세상,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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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샛별, 『문화사회학으로 본 한국의 세대연대기』(이화여자대학원출판문화원, 2018)
김선기, 『청년팔이 사회』(오월의봄, 2019)
신진욱, 『그런 세대는 없다』(개마고원, 2022)
Jureit, Ulrike. 『Generationenforschung』(Göttingen: Vandenhoeck & Ruprecht, 2006)
Weigel, Sigrid, 『Genea-Logik. Generation, Tradition und Evolution zwischen Kultur und Naturwissenschaften』(München: Fink, 2006)

논문

전상진, 「‘교육세대’ 개념의 적용: 최근 세대현상의 이해를 위한 시도」(『한국교육』 30(2), 한국교육개발원, 2003)
전상진, 「세대 개념의 과잉. 세대 연구의 빈곤」(『한국사회학』 38(5), 한국사회학회,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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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자료

「“부장님, 저한테 반말하지 마세요”…커져가는 ‘세대 갈등’」(『헤럴드경제』, 2022.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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