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의 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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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작품
이청준(李淸俊)이 지은 중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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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이청준(李淸俊)이 지은 중편소설.
내용

이청준(李淸俊)이 지은 중편소설. 1971년 『문학(文學)과 지성(知性)』 여름호에 발표되었다. 1972년민음사(民音社)에서 동일한 제목의 단행본으로 출간하였다. 조현증(調絃症, 정신분열증)이 되어 가는 한 작가의 잠재의식을 추적함으로써 진실과 억압의 갈등을 첨예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잡지사 편집장인 나는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던 도중 누구에게인가 쫓기고 있다고 도와달라는 한 사내를 만난다. 엉겁결에 그를 하숙방으로 데려온 나는 불을 끄고 잠을 청하였으나 어느새 사내에 의해 다시 불이 켜져 있는 것을 깨닫는다.

사내와 불을 켰다 끄는 두세 번의 실랑이 끝에 잠이 들었던 나는 아침에 깨어나서 사내가 사라져버린 것을 발견한다. 이상한 생각이 든 나는 집 가까운 곳에 있는 정신병원을 찾아갔다가 그 사내가 병원에서 도망친 환자 박준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란다.

담당 의사인 김 박사는 박준이 심한 히스테리의 일종인 진술공포증에 걸려 있다고 말한다. 환자는 무엇으로부터인가 끊임없이 위협당하고 있다는 공포를 느끼고 진술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박준의 본명은 박준일로서 1, 2년 전만 해도 정력적으로 작품을 발표하던 소설가이다. 이튿날 밤 다시 하숙집을 찾아온 박준을 정신병원에 데려다주고 난 나는 그가 어떻게 해서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그러다가 박준이 쓴 「괴상한 버릇」·「벌거벗은 사장님」, 그리고 제목이 붙어 있지 않은 중편소설 등을 읽게 된다. 그 소설 중에 박준이 그토록 두려워하던 전짓불의 실체가 나타난다.

남해안의 조그만 포구가 고향인 박준은 6·25가 일어났던 해 가을, 밤중에 밀어닥쳐 전짓불을 들이대고 좌익이냐 우익이냐를 묻는 정체 모를 사내들에 대해서 그토록 공포감을 느꼈던 것이다. 자초지종을 깨달은 나는 김 박사에게 찾아가서 사정을 이야기한다.

환자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만 하면 병이 치료될 것이라고 믿는 김 박사는 박준의 진술을 끌어내기 위한 방법을 포기하지 않는다.

끝내 김 박사는 박준의 병실 불을 끄고 전짓불을 들이대는 수단을 택하고 만다. 그날 밤 박준은 병실을 도망쳐 나가버린다.

나는 박준이 다시 내 앞에 나타날 것인가 회의하면서 길을 걷다가 김 박사나 내가 박준의 병세 악화에 박차를 가했다는 생각으로 괴로워한다.

이 작품은 일견 전쟁의 상흔으로 인하여 부서져가는 인간의 잠재의식을 나타내려고 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짓불 앞에서 답변을 강요당하는 주인공의 의식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진실을 말해야 하는 작가의 인식이며 타협을 용납하지 않는 소명 의식이다.

이 작품은 진실된 이상을 추구해나가는 예술가와 왜곡된 현실의 억압 상황에서 나타나는 갈등 문제가 어떻게 해석되어야 할 것인가를 진지한 어조로 독자들에게 묻고 있으며 독자 스스로 그 대답을 성찰하도록 만들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물음의 가치가 마멸되지 않는 한 이 작품의 진지성은 보편적인 가치를 지닐 수밖에 없는 것이라 하겠다.

참고문헌

『한국문학과 한』(천이두, 이우출판사, 1985)
『한국현대소설비판』(김윤식, 일지사,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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