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에서는 과거시험을 준비하는 유생(儒生)들이 사서오경(四書五經) 또는 시문류(詩文類)를, 학승(學僧)들이 주요 불경을, 그리고 그 밖의 인사들이 평상시 자주 보는 것을 조그마한 책에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써서 소매에 넣고 다닌 데서 널리 유행되었다.
일본에서는 이를 ‘마메혼(豆本)’이라 부르는데, 우리 나라의 책에 그 용어를 그대로 쓰는 이도 있다. 중국에는 ‘건상본(巾箱本)’이라는 용어가 있다.
≪남사 南史≫에 의하면, 제(齊)나라의 왕균(王鈞)이 손수 오경을 써서 한권으로 만들어 상자에 넣어 보자기로 싸두었다가 필요할 때 편리하게 볼 수 있게 하였더니, 여러 왕들이 그 사실을 듣고 서로 다투어 만들어 늘 좌우에 두고 보았다고 전해진다.
또 ≪서경잡기 西京雜記≫에는 갈홍(葛洪)이 ≪한서 漢書≫ 100권을 초출하여 2권으로 만들어 상자에 넣고 잘 싸서 휴대할 수 있게 하였는데, 집에 불이 나자 손쉽게 가지고 나올 수 있어 그 재난을 모면했다고 적혀 있다.
그리하여 남송(南宋) 때에는 서사(書肆)들이 그러한 작은 책을 만들어 파는 일이 성행하였으며, 여기서 건상본이라는 용어가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뒤에 소매에 넣고 다니며 익히고, 외우고, 참고하는 수단으로 크게 유행되어 수진본이라는 용어가 쓰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