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혜를 언제부터 만들기 시작하였는지 알 수 없다. 고려시대 문헌인 ≪동국이상국집≫에 보이는 ‘행당맥락(杏餳麥酪)’의 ‘낙(酪)’을 식혜나 감주무리로 보는 견해도 있다. 구체적인 기록은 조선시대 영조 때의 문헌인 ≪소문사설 謏聞事說≫에 기록되어 있다.
식혜를 만드는 법은 먼저 엿기름을 알맞게 계량하여 따뜻한 물에 껍질째 넣고 빨아서 고운 체에 밭친 다음 그 물을 가만히 가라앉힌다(엿기름은 보리에 싹을 틔운 것으로 가을보리를 물에 담가 싹이 뾰족하게 나면 시루에 안쳐 물을 가끔씩 주면서 기른다.
싹이 보리길이의 두 배쯤 자랐을 때 바싹 말려두었다가 필요할 때에 맷돌에 갈아서 사용한다.). 싸라기가 없는 좋은 쌀을 택하여 매우 된밥을 지어 사기항아리와 같은 금속물이 아닌 그릇에 담는다.
사기항아리에 엿기름의 웃물만을 가만히 따라서 붓고 온도를 60∼70℃로 4∼5시간 유지시켜 밥을 삭힌다. 이 때 온도가 낮으면 밥이 쉬어 식혜의 맛이 시어져서 실패한다. 또한 온도가 너무 높아도 당화가 잘 안 된다. 뜨거운 물 가운데에 항아리를 놓아 간접적으로 보온하는 방법이나 따끈한 아랫목 이불 속에 묻어 보온하는 방법을 쓰면 좋다.
4시간 정도 지난 뒤에 뚜껑을 열어보아 밥알이 동동 떠 있으면 밥알을 조리로 건져서 찬물에 헹구어 다른 그릇에 담는다. 그리고 나서 나머지 식혜물은 한소끔 끓이면서 설탕을 알맞게 탄다. 끓이는 동안 떠오르는 거품은 숟가락으로 살짝살짝 걷어내야 식혜물이 맑고 정하다.
쌀은 멥쌀이나 찹쌀을 쓴다. 멥쌀로 만든 것이 밥알이 더 잘 뜬다. 찹쌀은 밥알이 뭉그러져서 지저분하게 보이고 감촉도 나쁘다. 감미(단 맛)는 찹쌀로 만든 것이 조금 더 강하다.
식혜물은 몇 가지 가미를 하여 맛과 모양을 좋게 하기도 한다. 식혜물을 끓일 때에 생강 몇 쪽을 넣거나 따로 생강물을 달여서 섞고, 유자를 통으로 혹은 서너조각을 내어 식혜물에 담가 향미가 배어들도록 한다.
또는 식혜에 유자청을 섞고 유자껍질을 곱게 채 썰어 띄우기도 한다. 흰 밥풀과 노란 유자채가 어우러져 예쁘고 향기도 있다. 석류를 보석처럼 몇 알 띄우고 잣을 띄우기도 한다.
식혜는 추동간에 마시는 것이 제철이었다. 최근에는 계절이 없이 마시고 있으며, 설탕 맛이 지나쳐 맥아당의 맛이 적은 음료가 되고 있다. 식혜는 흔히 감주와 혼용된다.
밥알이 삭아서 동동 떠오르면 밥알을 따로 건져놓고 끓여서 차게 식혀 밥알을 띄워 마시는 것이 식혜이고, 감주는 밥알이 다 삭아서 노르스름해지고 끈끈해지며 단맛이 날 때에 끓여서 단맛을 진하게 하여 따끈하게 마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