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환(金丸)·월전(月顚)·대면(大面)·속독(束毒)·산예(狻猊) 등으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금환은 곡예의 일종으로 여러 개의 금방울(또는 금칠한 공)을 계속 공중으로 던졌다 받는 것이다.
월전은 서역에서 전해진 탈춤의 하나로 추측된다. 대면은 일종의 구나무(驅儺舞)이다. 속독은 중앙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전래한 건무(健舞)의 일종으로 추측된다. 산예는 사자춤이다.
이 오기는 신라의 가무백희(歌舞白戱)의 내용을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신라 말의 이와 같은 향악은 고려의 산대잡극(山臺雜劇)이나 조선조의 나례잡희(儺禮雜戱)의 선행예능(先行藝能)이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놀이들을 신라 고유의 악, 즉 ‘향악’이라고 읊었지만, 그 내용으로 보아 중국과 서역에서 전래된 무악(舞樂)과 산악(散樂) 등의 영향을 받은, 삼국악(三國樂)을 집성한 놀이였음을 알 수 있다.
이 오기의 유래에 대한 학설은 여러 가지이지만 신라 고유의 놀이가 아니라 외래의 것이요, 특히 서역계통악의 영향을 입은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崔南善·李惠求·李杜鉉).
그러나 “오기가 비록 외래악이라 하더라도 그 본원(本源)의 모습에 변수가 있었을 터이며, 서로 혼합되었을 것”이라는 것이 지적되었고(梁在淵), 또 문헌에 의한 오기와 당희(唐戱) 중의 서량기(西凉伎)에 혼탈대(渾脫隊)가 가미된 것과의 비교연구도 시도된 바 있다.
이 오기는 문헌자료뿐만 아니라 민속적인 자료를 아울러 살펴야 보다 정확한 복원을 기대할 수 있다. 오늘날까지 남아온 민속극, 특히 밤마리의 대광대패와 영남일대 오광대(五廣大)의 연희형태 즉, 그 놀이순서에서 오기는 개별적인 다섯이 아니고 하나로 뭉쳐진 다섯이며, 그 전통이 오광대에까지 연면히 맥이 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