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실을 사용한 실제 연대를 고고학적으로 살펴보면, 미코쿠(Micoque) 문화기와 무스티에(Moustier) 문화기 유층에서 뼈 바늘이 출토된 것으로 미루어, 적어도 중기 구석기시대의 서기전 15만 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기전 2만 년의 후기 구석기시대 유층에서는 어망과 인피섬유가 출토되었다. 서기전 5000년의 이라크의 신석기유적인 자르모(Jarmo)와 하스나(Hassuna) 유적에서는 실을 만들 때 사용한 방추차(紡錘車)·원시직기·직물·망 등이 출토되어, 실을 만든 역사가 대단히 긴 것을 알려주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앙소(仰韶) 유적에서 방추차가 출토되었는데 앤더슨(Anderson, J. G.)과 몬텔(Montell, G.) 등은 마사 방적에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서기전 4000∼3000년의 것으로 보이는 전기 구석기유적인 부산 동삼동유적지에서 압나망문유문토기(押捺網紋有文土器)가 출토되었다. 여기에 망이 그려진 것으로 미루어 망을 만드는 실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 뒤 신석기 유적지에서는 토제·석제 방추차가 많이 출토되어 우리 나라 실의 역사를 말해준다.
실을 문자상으로 볼 때 실의 한자어인 ‘사(糸)’자는 상형문자로서 갑골문에 나타나 있다. 후세인들은 이것을 견생사를 몇 올 꼬아놓은 상형자로 보아, 가는 생사의 뜻으로 해석한다.
우리나라의 ‘실’도 그리스어의 견의 어원인 ‘Sir’와 비슷하여 견과의 관계가 자주 논의되고 있다. 이와 같이 동아시아 지역의 실과 견의 사이에는 역사적으로 깊은 관계가 있다.
인류가 실을 처음 만들 때는 아무런 기구도 없이 손바닥과 손가락 끝으로 섬유를 찢고 펴서 가지런히 하고, 비비고 꼬아 이어서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 뒤 인류의 지혜가 차츰 발달함에 따라 방추차에 방추를 꽂고 공중에서 방추차를 돌리며 섬유뭉치에서 섬유를 뽑아가며 꼬아서 실을 만들게 되었다. 이러한 상태는 13세기까지 계속되었다.
13세기 말에 이르러 비로소 견사를 꼬고 감는 간단한 기구와 단섬유를 뽑아 꼬고 감는 방차(紡車 : 물레)가 만들어졌다. 오늘날과 같이 발달된 방적기는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 직기의 발달에 따른 실 공급의 필요에 의해 발명되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869년 신라 경문왕 때에 40승백첩포와 30승저삼단을 당나라에 보낸 기록이 있다. 이것은 중국 문헌인 ≪포백명물 布帛名物≫의 ‘삼십승최소자(三十升最疏者)’보다 훨씬 가는 실로 만든 것이다.
이것으로 미루어 우리 나라에서는 중국보다 훨씬 더 섬세한 실을 뽑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실은 그 종류가 대단히 많아서 다양한 이름으로 명명되고 있다. 오늘날 사용되는 실의 종류를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① 섬유의 길이와 제조법에 따른 분류 : 방적사와 필라멘트사로 나눈다. 방적사는 면·마·모와 같은 단섬유를 섬유축(纖維軸) 방향으로 가지런하게 엇물려 배열하는 소면공정(梳綿工程)을 여러 번 거치고 마지막에 꼬임을 주어 만든 것이다. 이와 같은 공정을 방적(紡績)이라고 한다.
천연섬유인 모섬유는 스케일이 있으며, 면에는 꼬임이 있고, 마에는 마디가 있어서 서로 얽히기 쉬우므로 짧은 섬유로 실을 만들 수 있다. 이와 같이 실을 만들 수 있는 성질을 방적성이라고 한다.
필라멘트사는 견섬유나 인조섬유와 같이 무한히 긴 것을 몇 가닥 나란히 합쳐서 꼬임을 주어 만든 것이다. 견섬유나 인견섬유는 섬유 자체가 길게 이어져 있어서 실의 형태를 갖추고 있으나 그 자체로서는 모노필라멘트라 하고 실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② 섬유의 종류에 따른 분류 : 면사·모사·마사·인조섬유사(나일론사·인견사·폴리에스테르사) 등으로 나눈다. 면사는 면섬유로 만든 실이다. 모사는 모섬유로 만든 실로 소모사(梳毛糸)와 방모사(紡毛糸)로 나눈다.
소모사는 비교적 가늘고 긴 고급양모를 꼬아 만들어서 표면이 매끈하다. 방모사는 짧은 모섬유나 재생모(再生毛)를 사용하여 표면에 잔털이 많이 얽혀 있어 보온성을 많게 한 것이다.
견사는 견섬유로 만든 실이며, 생사(生糸)와 연사(練糸)로 나눈다. 생사는 누에고치에서 분리한 실을 몇 가닥 합쳐서 그대로 만든 실이다. 이에 반해 연사는 비눗물이나 소다액으로 생사의 섬유표면에 있는 세리신을 제거시키는 정련과정을 거쳐서 희고 윤기가 나며 부드럽게 만든 실이다. 인조섬유사는 각종 인조섬유로 만든 실이며 인조섬유의 종류에 따라서 명명된다.
③ 용도에 따른 분류 : 직사(織糸)·편사(編糸)·레이스사·자수사(刺繡糸)·봉사(縫糸) 등으로 나눈다. 직사는 직물을 만드는 데 쓰이는 실이고, 편사는 편물을 만드는 데 쓰이는 실이며, 레이스사는 레이스를 만드는 데 쓰이는 실이다. 직사·편사·레이스사는 원사(原糸)라고도 한다. 자수사는 수를 놓을 때 사용하는 실이며, 봉사는 바느질하는 데 쓰이는 실이다.
④ 꼬임의 조건에 따른 분류 : 우연사(右撚糸, S撚糸)·좌연사(左撚糸, Z撚糸)·감연사(甘撚糸)·약연사(弱撚糸)·병연사(並撚糸)·강연사(强撚糸)·극강연사(極强撚糸)·단사(單糸)·편연사(片撚糸)·합연사(合撚糸)·장식사(裝飾糸) 등으로 나눈다.
우연사와 좌연사는 실 꼬임의 방향에 의해 명명된 것이다. 우연사는 꼬임의 방향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진행되어서 마치 영어의 S자와 같은 방향으로 섬유가닥의 사선이 놓여진 실이다. 좌연사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꼬임의 방향이 진행되어 마치 Z자와 같은 방향으로 섬유가닥이 놓여진 것이다.
감연사·약연사·병연사·극강연사는 꼬임의 수에 의하여 명명된 것이다. 감연사는 살짝 꼬아서 만든 실이며, 약연사는 실 1m당 300회 이하의 꼬임을 주어 만든 실로, 필라멘트사의 꼬임에 많이 사용한다.
병연사는 300∼1,000회의 꼬임을 주는 실이며 방적사에 많이 사용한다. 강연사는 800∼3,000회의 꼬임을 주어 만든 실이다. 극강연사는 2,000회 이상의 꼬임을 주어서 만든 실로, 축면(縮緬) 직물용 원사로 쓰인다.
단사·편연사·합연사는 실을 연합하는 수에 의해 명명된 것이다. 단사는 합연 또는 합사 작업을 하지 않은 실이다. 주로 방적사에 많이 사용되지만, 조사(粗糸)된 견사 또는 방사구에서 방사된 모든 실에도 적용된다. 즉, 합연하기 전의 원사의 개념으로서 사용된다. 단사의 꼬임은 면사는 좌연, 모사는 우연의 경우가 많다.
편연사는 대개 필라멘트사에 사용되는 용어인데 꼬임을 살짝 준 것을 가리킨다. 필라멘트를 두 올 나란히 꼰 것을 이본편사(二本片糸)라고 한다. 합연사는 연사라고도 하는데 단사를 몇 올 합하여 만든 실이다. 두 올 합연사를 이합연사라고 하고, 이합연사 두 올을 합연한 것은 코드(cord) 또는 로프(rope)라고 한다.
합연사에서 대개 하연은 좌연이고 상연은 우연인 경우가 많다. 재봉사에는 삼합사가 많이 쓰이나 구합사도 쓰인다. 장식사는 굵기·색·길이·장력 등을 달리하는 심사(心絲)·식사(飾絲)·접결사(接結絲)를 서로 꼬고 얽어서 만든 실이다.
실의 굵기에 따라서서 태사(太糸)·세사(細糸) 등으로 나눈다. 실의 굵기를 표시하는 방법에는 항중식번수법(恒重式番數法)·항장식번수법(恒長式番數法)이 있다. 기타 실은 가공법에 따라서 금속사·의장연사, 합성섬유의 텍스처드사, 머서화사·리네트사·광택사·무광택사·선염사 등 종류가 대단히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