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행 21자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소장본의 권말에는 “종봉(사명 유정)의 필사 원고를 해인사에서 간행한 이 책도 줄여서 간행하였기에 빠진 것이 많다[刊鍾峯手稿于海印也 此集亦抄而刊焉所欠者多矣].”로 시작되는 발문 끝에 대화사(大化士) 혜순(惠淳)과 시주질이 판각되어 있다. 발문에는 사명의 비문과 서산의 원고 서문을 허단보(許端甫), 즉 허균(許筠)이 썼는데 종파를 잘못 기재했기에 이에 여러 기록과 비문을 모아 서문을 바로잡고자 쓴 것이라고 했다. 이는 1612년 해인사에서 간행한 상하 2권의 『청허집』에 실린 허균의 서문을 일컫는 내용이며, 대화사인 혜순이 이를 바로잡는 내용으로 기록해 둔 것이다. 혜순은 경기도 삭녕 용복사(龍腹寺)에서 화사로 참여하며 1628년부터 1636년까지 대략 30여 종의 불서를 간행한 책임자였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된 1630년 1월에 간행한 『청허집』에 『심법요초』가 합본되어 있는데, 두 판본의 형태가 유사하며 『심법요초』도 1630년대 용복사에서 간행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용복사본보다 늦은 1664년 안심사에서 간행한 판본에는 백곡 처능(百谷處能, 1617-1680)의 서문과 추계 유문(秋溪有文, 1614-1689)의 발문 그리고 본문에 「삼종정관(三種淨觀)」, 「선송(禪頌)」, 「염송(念頌)」 등의 내용이 증보되어 있다. 발문에 의하면, 추계 유문이 목양 명색(牧羊明賾)을 도와 간행했다고 한다. 백곡 처능은 서문에서 “서산대사가 도(道)에 들어가는 요령을 기술하고 ‘심법요초’라는 제목을 붙이셨다.”라고 하고, 추계 유문은 “서산대사가 『심법요초』를 지은 본래 뜻은 마음을 닦는 사람들에게 힘들이지 않고 쉽게 깨닫게 하려는 것이었다.”라고 발문에 밝히고 있다.
서설에서는 먼저 심법(心法)의 절대성을 제시하고, 참된 부처와 참된 법은 형상이 없는 것이므로 학인들은 부처나 법에 집착하지 말고 조사(祖師)의 공안(公案: 화두)을 힘껏 참구하여 홀연히 크게 깨닫는 것으로써 입문(入門)을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교학을 공부하는 사람과 선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생겨나기 쉬운 병에 대하여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총명과 지식을 바탕으로 하여 이론만을 떠벌리는 것은 교학자의 큰 병이며, 훌륭한 스승을 구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졸기만 할 뿐 참된 해탈의 경지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 선학자의 병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선 공부의 종류를 참의(參意)와 참구(參句)로 구분하고 있다. 참의는 마음과 생각으로 헤아려서 홀연히 심법을 깨닫는 것이다. 참구는 마음과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마음의 참 면목을 발명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참의는 교에 해당하고 참구는 선에 해당한다고 하여 선과 교의 한계를 분석하였다.
「참선문(參禪門)」에서는 조사선(祖師禪)을 참구할 것과 구자무불성화(狗子無佛性話: 개는 불성이 없다는 화두)를 공부하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염불문(念佛門)」에서는 입으로 부르는 것이 송불(誦佛)이요,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이 염불임을 밝히고 일심으로 나무아미타불을 생각하면 생사의 윤회를 벗어난다고 하였다. 「선송(禪頌)」에서는 한량없는 수행문 가운데 참선이 제일이니 모름지기 조사관(祖師關: 조사가 가르친 화두)을 참구하라 하였고, 「염불송」에서는 염불에 의지하면 반드시 생사를 초월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 밖에 「교외별전(敎外別傳)」 · 「직지인심무방편(直指人心無方便)」 · 「초발심보살수행(初發心菩薩修行)」을 비롯하여 수행의 지침이 되는 여러 가지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