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전총서』의 첫 번째 책은 『걸리버여행기』로서, 최남선이 직접 번역하여 본문 54쪽 분량으로 간행하였다. 체재가 소형(B6판)이고, 값도 염가(10전)이며, 내용은 백과의 학문과 4부의 서적 발행을 목적으로 하였던 점으로 보아 ‘문고본’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출판은 한국의 문고본 출판이 대장정을 내딛기 시작한 첫걸음으로 평가된다.
『걸리버여행기』의 맨 앞에 그 발행 취지를 “첫째 가장 적은 돈과 힘으로 가장 요긴한 지식과 고상한 취미와 강건한 훈(訓)을 얻으려 하는 우리 소년 제자(諸子)의 욕망을 만족하게 하며, 둘째 문명의 이기를 빙자하여 백주에 공연히 남을 속이고 재물을 빼앗는 여러 책도둑을 없애려 하며, 백과(百科)의 학문과 사부(四部)의 서적에서 정선하여 일반국민, 특히 소년 여러분의 정신적 양식을 끊임없이 공급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걸리버여행기』에 이어 그 속간 예정표에는 교훈류의 서적 『이런 말슴을 들어보게』·『산수격몽요결(刪修擊蒙要訣)』, 격언류에 『격언연벽(格言聯璧)』, 우어류(寓語類)에 『인도우어집(印度寓語集)』, 수학류에 『정수(整數)』·『분수(分數)』·『사칙합제해법(四則合題解法)』, 전화류(傳話類)에 『흰소리』, 지리류(地理類)에 『자연지리』 등을 기획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출판된 것은 『걸리버유람기』와 『산수격몽요결』뿐으로 계획만큼 실효를 거두지는 못하였다.
『십전총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교양 문고본로서의 분명한 발행 취지를 내걸고, 앞으로 간행할 책의 목록까지 제시할 정도로 육당 최남선이 오랫동안 준비해서 기획한 총서이다. 여러 사정으로 인해 2종류의 책만 간행되고 중단이 되어버렸지만, 육당의 의지와 신념은 꺾이지 않고 이후 신문관에서 발행하는 번역소설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