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의 자음 가운데, 혀뿌리를 연구개(軟口蓋)에 대어 숨길을 막고 날숨을 코 안으로 내보내며 목청을 울리게 하여 나는 유성연구개비음(有聲軟口蓋鼻音)을 표기하는 데 쓰인다.
현행 한글맞춤법에서는 ‘ㅇ’자를 가지고 국어의 초성과 종성을 두루 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훈민정음 창제 때에는 국어표기에 있어서 ‘ㅇ’자와 ‘ᄠᅳᆷ’자의 용례를 달리 규정하였다.
≪훈민정음≫(해례본) 본문에서는 “ㅇ喉音如欲字初發聲”이라 하고, ≪훈민정음≫(국역본)에서는 “ㅇᄂᆞᆫ 목소리니 欲욕字ᄍᆞᆼ 처ᅀᅥᆷ 펴아나ᄂᆞᆫ 소리 ᄀᆞᄐᆞ니라”라고 하여 ‘欲’자의 한자음을 가지고 ‘ㅇ’음의 음가를 설명하였으며, ≪훈민정음≫(해례본) 제자해에서는 ‘ㅇ’음을 후음의 불청불탁(不淸不濁)에 소속시키고, 종성해에서는 ‘ㅇ聲淡而虛’라고 설명하여 ‘ㅇ’음이 무음가(無音價) 또는 [○] 음임을 시사하였다.
실제로 15세기 중세국어를 표기하는 데에 있어서 ‘ㅇ’자는 음가 없는 초성이나 어중(語中)에서 [○]음을 가진 초성을 표기하는 데 쓰였으며, ≪훈민정음≫(해례본) 용자례(用字例)에서도 초성 표기 예만 보이었다.
16세기초부터 ‘ㅇ’자는 완전히 음가 없는 초성 표기에만 쓰이었으며 종성을 표기할 때에는 ‘ᄠᅳᆷ’자 대신 [○]음을 나타내는 글자로 쓰이었다.
그래서 한글의 이름을 처음으로 보인 ≪훈몽자회≫(1527) 범례의 ‘초성독용팔자(初聲獨用八字)’란에는 ‘ㅇ 伊’로 되어 있어 ‘초성종성통용팔자(初聲終聲通用八字)’란의 ‘ᄠᅳᆷ 異凝’과 구별하고 있다.
≪삼운성휘 三韻聲彙≫(洪啓禧, 1751)에 실려 있는 ‘언자초중종성지도(諺字初中終聲之圖)’에는 ‘ㅇ’자는 없고 ‘ᄠᅳᆷ’자만 실려 있는데, 이것은 16세기초부터 두 글자가 혼용되어온 것을 반영한 것이다.
자모의 순서는 훈민정음 창제 때 조음위치별로 하여, ‘ㅇ’자는 아음(牙音)의 ‘ㄱ’자로부터 스물한번째였고, 같은 후음글자들인 ㆆ·ㅎ·ㅇ 가운데에서 가장 세지 않게(不厲) 소리가 난다고 하여 ‘ㅇ’자를 후음자의 기본글자로 삼고 나머지 글자들은 이 글자에 획을 더하여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