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권 3책. 개주갑인자(改鑄甲寅字) 활자본.
중국의 ≪여사서≫는 후한(後漢)의 조대가(曹大家)가 지은 ≪여계 女誡≫, 당나라 송약소(宋若昭)가 지은 ≪여논어 女論語≫, 명나라의 인효문황후(仁孝文皇后)가 지은 ≪내훈 內訓≫, 그리고 명나라의 왕절부(王節婦)가 지은 ≪여범첩록 女範捷錄≫을 묶어서 부르는 말이다. 이 네 책은 모두 여자들의 저작으로서 여자들에게 교훈이 되도록 한 책이다.
≪어제여사서언해≫의 서(序)와 범례에 의하면 중국의 ≪여사서≫와 소혜왕후(昭惠王后)의 내훈을 각각 언해하여 널리 펴게 명한 것을 알 수 있는데, 중국의 ≪여사서≫의 순서(여계·내훈·여논어·여범첩록)와는 달리 시대의 앞뒤를 따라 ≪여계≫를 권1, ≪여논어≫를 권2, ≪내훈≫을 권3, ≪여범≫을 권4로 하고 권1·2를 한 책으로 묶었다.
각 권의 내용을 보면, ≪여계≫는 여자가 자라서 출가하여 시부모와 남편을 섬기고, 시가와의 화목을 위하여 여자로서 하여야 할 일체의 몸가짐 등을 서술한 것으로, 비약(卑弱)·부부(夫婦)·경순(敬順)·부행(婦行)·전심(專心)·곡종(曲從)·화숙매(和叔妹) 등 7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논어≫는 여성들에게 가사, 대인관계, 윗사람 섬기는 일, 순종,정조 등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입신(立身)·학작(學作)·학례(學禮)·조기(早起)·사부모(事父母)·사구고(事舅姑)·사부(事夫)·훈남녀(訓男女)·영가(營家)·대객(待客)·화유(和柔)·수절(守節) 등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훈≫은 언행·효친·혼례·부신(夫娠)·모의(母儀)·돈목(敦睦)·염검(廉儉)·적선(積善)·천선(遷善)·숭성(崇聖)·경현범(景賢範)·사부모·사군(事君)·사아고(事兒姑)·봉제사(奉祭祀)·모의·목친(睦親)·자공(慈功)·체하(逮下)·대외척(待外戚) 등 2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범≫은 ≪여범첩록 女範捷錄≫이 본래의 이름이며, 보통 줄여서 ≪여범≫으로 통칭한다. ≪여범≫의 통론편은 대표적인 유가여성교육론으로, 음양의 이치에 따라 남자와 여자의 근본과 도리를 설명한 뒤 가정에서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이에 따라 여성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편차는 통론·후덕(后德)·모의·효행·정렬·충의·자애·병례(秉禮)·지혜·근검·재덕(才德) 등 11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중용≫을 비롯하여 ≪대학≫·≪시경≫·≪서경≫·≪사기≫·≪백호통 白虎通≫·≪서전 書傳≫·≪전국책 戰國策≫·≪통감 通鑑≫·≪춘추좌씨전 春秋左氏傳≫과 역대 사서 등 방대한 서적에서 그 실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기술방법은 한문 본문을 싣고 뒤에 언해를 하였는데, 양쪽에 나오는 모든 한자에는 그 당시의 한자음을 달았다. 이 ≪여사서언해≫는 18세기 국어를 연구하는 데 좋은 자료이기는 하지만 약간의 보수성을 지니고 있는데, 몇 가지 특징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어두합용병서(語頭合用並書)의 표기는 ㅂ계와 ㅅ계가 다 쓰이고 있다(○지즈며, ᄠᅳᆺ, 반레질, ᄯᅳᆺ을, ᄭᅮ짓고, ᄲᅮ려, ○며). 각자병서의 경우는 ‘빠여’, ‘따흔’, ‘쓰미’ 등으로 나타나며 어중(語中)의 된소리표기는 매우 생산적이다.
그리고 말음 ㅅ과 ㄷ의 표기는 18세기 국어의 일반적인 경향과 같으나 ㄷ의 표기도 매우 강한 양상을 보인다(붇그림, 맏보며, 거든, 긷거ᄒᆞ고). 어간과 어미의 구별 표기의식은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파생접미사에 의한 용언의 어간도 그러한 구별을 잘 나타낸다.
다른 18세기의 자료에서처럼 어중의 ㄹ∼ㄴ표기도 강하게 나타난다(실노, 진실노, 홀노). 구개음화현상은 상당히 보수적인 듯한데, ‘엇지’, ‘ᄯᅳ지리오’, ‘어긔○지’ 등과 같이 사용되었으나 어두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어두경음화의 예로는 ○○ᄒᆞᆫ애’, ‘○고’, ‘ᄭᅮ짓고’, ‘ᄭᅳᆯ츨ᄯᅵ니’, ‘씨스며' 등이 있어 일반화된 상태이며, 어두격음화도 ‘ᄑᆞᆯᄒᆞᆯ’, ‘칼ᄂᆞᆯ’처럼 전시대의 양상과 동일하다.
자음의 동화를 보이는 예로는 ‘영화롬ᄂᆞ니라’ 정도에 그치고 있어 중세국어로부터 시작되는‘인ᄂᆞ니’ 유형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ㅎ곡용체언은 탈락형과 공존하고 있다. 제1음절의 ·음은 ‘흙’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실되지 않은 듯하며, 제2음절 이하의 ·음은 소실되어 모음조화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원순모음화현상은 잘 나타나고 있다(더부러, 물너섬, 풀은, 물ᄲᅮ려).
주격조사의 경우 ‘-가’가 나타나는데 “疏蛙ᄂᆞᆫ 니가 성긔고 버레 먹단 말이라”의 유일한 용례를 보인다. 목적격은 ‘ᄅᆞᆯ·을’이, 주제격은 ‘ᄂᆞᆫ·은은’이 주로 사용되었으며, 처격에 있어서는 특성이 없다. ‘우음[笑]’에 대하여 ‘우솝도소니’와 같이 ㅅ을 가지는 형태가 있으며, ‘처엄’과 ‘처음’이 보인다. 이 책은 한자음에 대한 연구에도 도움이 된다.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고도서(古圖書) 등에 있는데, 고도서본은 ‘건륭(乾隆) 2년 3월 19일’의 내사기(內賜記)가 있는 교정본이다. 한글 표기에는 교정하지 않고 한자음 표기에 교정을 한 것이 특징이다.
1974년 아세아문화사에서 영인한 바 있다. 1736년의 판본 이외에 1907년에 박만환(朴晩煥)이 언해한 것이 전하는데, 이 책은 중국의 ≪여사서≫의 순서를 그대로 따랐으며 한자음을 전혀 달지 않았다는 점과 의역체(意譯體)라는 점에서 1736년의 판본과는 크게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