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 절식(節食)의 하나이다. 오곡은 곡식의 총칭이라고 할 수 있고 또 쌀·보리·조·콩·기장 등의 다섯 가지 곡식을 이르기도 한다. 오곡밥을 찰곡식만 가지고 지으려면 찹쌀·차수수·차좁쌀·붉은팥·검정콩 등의 다섯 가지 곡식을 시루에 쪄낸다.
솥에 지으려면 멥쌀 분량을 찹쌀·차수수·차좁쌀을 합한 분량만큼 섞어서 짓는다. 곡식은 섞어서 씻지 않고 모두 각각 씻는다. 멥쌀과 찹쌀은 각각 불려놓고 붉은팥은 터지지 않을 정도로 삶는다.
무쇠솥에 지을 때는 우선 콩을 깔고 그 위에 멥쌀을 반만 놓고 그 위에 팥·차수수를 절반 정도 놓고 다시 멥쌀·팥·차수수·찹쌀을 안친다. 밥물은 찰진 것이 많으므로 자작하게 붓는다.
밥이 끓기 시작하면 차차 중불로 줄이고 좁쌀 씻은 것을 위에 얹어 뜸을 오래 들인다. 찰곡식은 콩·팥 등을 섞어 짓는 것이 더 잘 지어지고 맛도 좋아진다. 많은 양일 경우에는 시루에 찌는 것이 눋지 않아서 더 좋다.
시루에 찔 때에는 곡식을 모두 물에 불리고 팥도 한번 삶아서 사용해야 한다. 찌는 동안에도 가끔씩 찬물을 뿌려야 잘 쪄진다. 시루에 찔 때에는 멥쌀은 넣지 않는다. 콩·팥을 넣을 경우에는 소금을 조금 넣는 것이 더 맛이 좋다.
오곡밥은 정월 대보름 전날 저녁에 미리 지어서 아홉 가지 나물과 함께 보름 명절의 음식으로 삼아왔다. 오곡밥에는 그 해의 곡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뜻이 담겼다. 농사를 짓는 사람은 농사지은 곡식을 종류별로 모두 넣어서 오곡밥을 지었다.
특히 대보름날에는 다른 성을 가진 세 집 이상의 밥을 먹어야 그 해의 운이 좋다고 하여 여러 집의 오곡밥을 서로 나누어 먹었다. 또 그 날 하룻 동안 아홉 번 먹어야 좋다고 하여 틈틈이 여러 번 나누어서 조금씩 먹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