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오백나한도 ( )

오백나한도(제145 희견존자)
오백나한도(제145 희견존자)
회화
유물
문화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고려시대의 나한도.
정의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고려시대의 나한도.
개설

고려시대인 13세기 전반에 집권세력인 무신 계층의 주도로 제작된 총 500폭짜리 오백나한도 중의 일부 6폭으로 현재 모두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각 화면에 수묵을 위주로 하여 나한의 풍모를 부각해 그렸으며 화면의 상부에는 존명을, 하단에는 제작 시기와 발원자, 발원 목적 등을 기록하였다.

내용

나한은 불교에 귀의하여 수행을 통해 깨달음의 경지에까지 이른 불제자를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십육나한, 십팔나한, 혹은 오백나한으로 무리를 이루어 신앙화되어 왔다. 이 중 오백나한은 나한의 성격과 위력이 가장 극대화된 구성이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고려시대에 특히 오백나한 신앙과 오백나한도의 제작이 성행했다. 현존하는 고려시대 오백나한도는 2건인데, 하나는 500폭으로 구성된 그림이고 다른 하나는 한 폭에 오백나한을 모두 그린 그림이다. 전자에 해당하는 오백나한도는 현재 14폭이 알려져 있으며 한국, 일본, 미국 등에 분산 소장되어 있는데, 그 중 이 그림들은 우리나라의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것들이다.

고려 오백나한도는 오백나한 중 제92 수대장존자(守大藏尊者), 제125 진보장존자(辰寶藏尊者), 제145 희견존자(喜見尊者), 제170 혜군고존자(慧軍高尊者), 제357 의통존자(義通尊者), 제427 원원만존자(願圓滿尊者)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제92존자는 그 모습에서 법력이 높은 고승의 모습이 연상되며 두손으로 방광하는 사리병을 받쳐 들고 있다. 제125존자는 한 손에 정병을 들고 있는데, 정병 안에서 물이 뿜어져 나와 존자의 아래에 있는 동물에게로 향하고 있다. 그 의미는 명확히 알 수 없지만, 나한의 신통력을 나타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제145존자는 좌측을 보고 합장을 한 채 앉아 구름을 바라보고 있는데, 마치 구름 속에서 용이 나타나 비를 내려주기를 기다리는 듯한 표정으로 그려져 있다. 제170존자는 향완에 향을 피우고 선정에 잠긴 모습이며, 제357존자는 여의를 들고 수행하고 있는 모습이고, 제427존자는 손잡이가 긴 병향로를 들고 공양하는 모습 등 다양하게 표현되었다. 이러한 나한의 모습이 각기 세로 55~60cm 내외, 가로 35~40cm 내외의 비단 위에 수묵을 위주로 하여 그려져 있다. 또한, 나한은 대부분 암석 위에 앉아 있는데, 암석의 표현에서 중앙부를 비워 조광(照光) 효과를 주는 등 이른바 이곽파(李郭派) 화풍이 가미되어 있어 고려시대 산수화의 경향을 엿보게 한다.

이 오백나한도는 화면 하단의 화기를 통해 을미년(乙未年)과 그 다음해인 병신년(丙申年)에 걸쳐 제작된 것임을 알 수 있는데, 화풍과 도상 등으로 미루어 1235년에서 1236년까지의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판단된다. 제작의 주관자는 대정(隊正) 김의인(金義仁)이며 발원 시주자들은 무신층을 비롯한 다수이고 주된 발원 목적은 국토의 태평을 비롯한 국가의 안녕과 왕실의 성수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이 6점의 고려 오백나한도는 2016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특징

나한도는 화면 구성에서 주존인 나한의 풍모 위주로 그리는 주제가 부각된 나한도와 권속들이 함께 등장하는 설명적인 나한도로 구분하는데, 이 그림은 전자에 해당하며 위엄이 있으면서도 인간적인 모습의 나한을 묘사했다. 또한, 불화는 진채풍이 많은 편인데 반해 수묵을 위주로 하여 그려져 있으며 발원 목적이 호국 기원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의의와 평가

현존하는 고려불화는 대부분 13세기 후반에서 14세기에 편중되어 있는데 이 그림은 13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으로 현재 알려진 고려 불화 중 제작 시기가 가장 빠르다. 오백나한의 존명, 제작 시기, 발원자, 그리고 발원 목적 등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시대 불화 연구는 물론 동아시아 오백나한도 연구에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다.

참고문헌

『한국의 나한도』(신광희, 한국미술연구소, 2014)
「나투신 은자의 모습: 나한」(정우택, 『나한』, 2003)
「고려시대 오백나한도의 연구」(유마리, 『한국불교미술사론』, 1987)
관련 미디어 (1)
집필자
신광희
    • 본 항목의 내용은 관계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거쳐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공공저작물로서 공공누리 제도에 따라 이용 가능합니다. 백과사전 내용 중 글을 인용하고자 할 때는 '[출처: 항목명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같이 출처 표기를 하여야 합니다.

    • 단, 미디어 자료는 자유 이용 가능한 자료에 개별적으로 공공누리 표시를 부착하고 있으므로, 이를 확인하신 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미디어ID
    저작권
    촬영지
    주제어
    사진크기